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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먼저 나와 샷 연습, 독해진 예비역 강경남

중앙일보 2016.04.22 01:24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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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마치고 3년 만에 KPGA투어에 복귀한 강경남. 일찌감치 코스에 나와 몸을 푼 강경남은 “하루 빨리 코스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KPGA]


21일 경기도 포천 몽베르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1라운드.

지난해 12월 전역, 3년 만에 복귀
“요즘처럼 골프 열심히 한 적 없어”
입대 전엔 ‘게으른 천재’ 별명도


지난해 12월 병역의 의무를 마친 예비역 병장 강경남(33)은 이 대회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티오프 시간보다 5시간이나 빠른 오전 11시경 골프장에 도착해서 몸을 풀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2시간 전 대회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하지만 그는 한시라도 빨리 코스에 나가고 싶었다. 강경남은 이날 짙은 안개로 5시간 가량 출발이 늦춰지자 휴식을 취하는 대신 일찌감치 코스에 나와 쇼트 게임 연습을 했다. 강경남은 “군 복무하는 동안 골프 클럽을 한 번도 잡지 못했는데 제대하자마자 몸을 만들었다. 다시 코스에 서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요즘처럼 골프를 열심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03년 투어에 데뷔한 강경남은 만 10년 동안 KPGA투어에서 활동하면서 거침 없는 플레이로 통산 9승을 거뒀다. 2006년 상금왕에 올랐고 ‘승부사’, ‘가을 사나이’ 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20대의 넘치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악동’ 으로 불리기도 했다. 고질적인 목 디스크 탓에 강경남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만해도 연습량이 많은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게으른 천재’라고 불리기도 했다. 강경남은 “혈기왕성한 20대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많이 까불고 내 멋대로 행동도 많이 했다. 건방져 보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군 복무를 하면서 그는 2년6개월여 만에 다른 사람이 됐다.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현역(전남 장성 포병학교)으로 입대한 강경남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단 소리를 듣는다. 강경남은 “1년 쯤 지나 목 디스크가 악화되면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남들보다 4개월 더 군 생활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됐다”며 “골프 대회에 나가는 동료들과 후배들이 정말 부러웠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옷차림도 너무 튀는 스타일은 싫어졌다.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남은 대회 개막 하루 전에도 해가 질 무렵까지 연습 그린에 머물다 숙소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은 뒤엔 숙소 주변에서 러닝을 하며 몸을 푼 뒤 잠자리에 들었다. 이날 오후 4시40분에 뒤늦게 출발한 강경남은 일몰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9홀에서 이븐파를 기록하며 공동 66위에 올랐다. 3년 만의 복귀전, 그는 긴장한 탓인지 첫 홀부터 보기를 했다. 그러나 9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븐파로 첫 날 경기를 마쳤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2006년, 2011년) 우승했던 강경남은 “올 시즌 목표를 다승왕으로 잡았다. 대회가 12개 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모든 대회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우승을 하기 위해 제대한 뒤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군대에 갔다와서 망가졌다’ 는 소리를 듣기 싫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는 4명의 현역 군인이 출전했다. 국군체육부대 상무 소속으로 복무 중인 상병 허인회·맹동섭·박현빈(이상 29)·함정우(22) 등이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허인회의 별명도 ‘게으른 천재’였다. 그 역시 입대 전엔 연습과 거리가 멀었다. 티오프 시간을 30~40분 앞두고 대회장에 나와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경기를 시작하기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날 허인회는 새벽 5시에 대회장에 도착해 충분히 연습을 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허인회는 “군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배웠고, 훈련을 하면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제는 연습량이 부족하면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인회는 이날 6오버파를 기록하며 출전 선수 150명 중 144위로 처졌다. 샷감도 퍼트감도 좋지 않았다. 맹동섭은 4언더파, 박현빈과 함정우는 이븐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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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섭


1라운드에선 코스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를 몰아친 김대섭(35·NH투자증권)이 선두에 나섰다. 김대섭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김대섭은 지난 2012년 이 대회에서 군 제대 후 보름 만에 우승하면서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우승 없이 상금랭킹 10~20위를 오갔다. 김대섭은 “지난 몇 년간 부진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JTBC골프가 2라운드를 22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포천=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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