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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직격인터뷰] 서민들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민생정치’가 목표

중앙일보 2016.04.22 01:19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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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인 부산진구 범전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춘 당선자는 “더민주의 합리적 진보 세력과 새누리당 개혁적 보수 세력이 대화해 우리 정치를 선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송봉근 기자]


4·13 총선 결과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명이나 당선됐다. 3선에 오른 김영춘(부산 진갑·55) 당선자는 이 ‘부산 더민주 5인방’ 가운데 좌장 격이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이듬해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고향 부산에 내려간 김 당선자는 이듬해 19대 총선에 패배하고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후보 자리를 양보한 끝에 세 번째 도전에서 꿈을 이뤘다. 야당의 불모지에서 와신상담의 노력으로 당선된 그를 만나 부산에서 더민주가 선전한 이유와 지역주의의 미래,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야당의 험지 부산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당선됐다. 왜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정치를 하는 것인가.
“1986년 김영삼(YS) 총재가 이끄는 통일민주당에 들어가 YS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했다. 군사독재를 종식시켜 정의롭고 민주적인 통일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에서였다. 지금도 통일된 선진 국가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있다. 하지만 재선을 거쳐 세 번째 도전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부산에서 5년을 보내면서 정치관에 변화가 왔다. 시민들과 함께 지내보니 그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게 눈에 보이더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고 앞날도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보통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 합당한 대우를 받고 최소한의 노후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인의 진짜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거대정치 대신 민생정치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
민생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뭔가. 대권 아닌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이 돼 자신이 꿈꾸던 나라를 실현하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대권을 위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초심을 잃고 사명감을 훼손하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대신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해 가면 국민의 지지가 생기고, 그 속에서 대권의 길도 보이게 될 것이다.”
굳이 험지인 부산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내가 재선 의원까지 하며 정치를 해 보니 현행 국가 체제로 좋은 나라를 만들기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더라. 그 핵심 원인의 하나가 지역주의다. 여야 강경파 의원들은 대개 지역주의를 업고 당선된다. 이런 지역주의를 없애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하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부산에 야당 후보로 나가 선택을 받으면 자연스레 지역주의도 해소될 길이 열릴 것이란 생각에 ‘하방’한 것이다. 둘째는 내 사랑하는 고향인 부산을 살려야겠다는 심정에서였다. 부산이 장기간 여당에 장악되다 보니 인구가 40만 명이나 주는 등 쇠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도 좀 당선돼야 변화가 생기고 도시가 살아날 것으로 믿어 내려온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의 선전으로 지역주의가 해소됐다고 보나.
“아직은 족탈불급이다. 영남에서 더민주 당선자가 좀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정서는 여전히 여당에 가깝다. 호남은 국민의당에 몰표를 주며 우리 당에 곤장을 치는 수준으로 강하게 심판했다. 하지만 이것이 지역주의 탈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진정한 지역주의 해소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이 험지에서 얼마나 꾸준히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총선 열흘 전부터 승리를 확신했다는데.
“길거리에서 부딪힌 여론과 여론조사가 다르더라. 전화조사에서 20~40대가 응답을 하지 않으니 60대가 20대로, 70대가 30대로 응답하게끔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내가 더블스코어로 지는 걸로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내 지지자가 꽤 많이 생겼다. 내 지역구에선 여당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이 ‘여론조사 믿지 마라. 실제 우리가 하는 얘기와 다르다. 당신이 충분히 이긴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선을 확신했다.”

부산 지역주의 타파 주역
더민주 김영춘 당선인

| 새누리당만 찍었는데 부산 추락
깨어 있는 사람들이 나를 찍어
길거리 여론 보고 당선 확신
대권 위한 정치는 하지 않을 것

 
새누리당 지지층이 당신을 찍은 이유는 뭐라 고 보나.
“20년 넘게 새누리당만 찍었는데도 부산은 추락을 거듭했다. 이는 바로 경쟁 없는 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있다.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나를 찍었다. 더민주는 지지하지 않지만 여당에 경고하는 뜻에서 야당을 찍고 싶었는데 마침 적절한 후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만 찍다 보니 그 당 사람들이 마치 상전처럼 구는 게 싫어 나를 찍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작대기만 꽂아도 1번이면 찍어주는 걸 믿고 머슴들이 주인 위에 군림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파동에 실망한 보수층이 기권해 야당이 이겼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 중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하는 꼴 보니 해도 너무한다. 나도 지지자지만 이건 아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를 지지하겠다고는 안 하더라. 이런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총선에서 야당 바람이 더 불어 부산이 ‘야도’로 변할 수도 있을까.
“부산이 야도로서 마지막 야성을 보여준 선거가 1988년 13대 총선이었다. 야당인 통일민주당이 14석을 석권한 반면, 여당인 민정당은 3석에 그쳤다. 이 정도는 돼야 야도다. 아직은 야도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하면 앞으로 지역구 과반수를 놓고 여당과 경쟁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러려면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경쟁력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또 낙선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주민들과 한 몸이 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은 김해영(연제) 당선자를 빼면 전부 두세 번씩 낙선했다. 그래도 한결같이 부산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이들이다. 이것이 민심을 샀다.”
인물을 강조하는 걸 보니 부산은 아직 당명만 보고 표를 줄 수준은 아니란 얘긴가.
“그렇다. 앞서 말했듯 아직은 지역주의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그래서 중앙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도층을 흡수할 정책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면 부산·경남에서도 충분히 과반수를 얻을 수 있다.”

| 야당도 ‘좋은 성장’ 노선 추진하고
북한 민주화 촉구 등 할 말은 해야
야권 통합과 정계 개편은 시기상조
유승민 등 여권 개혁파와 연대 가능 

 
야당은 성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무조건적인 성장지상주의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성장 없이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좋은 성장을 해야 한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는 노선이다. 정부·여당이 채택한 노선은 나쁜 성장이다. 고용불안과 가계소득 감소가 불가피해 경제 악순환을 자초했다.”
고용이 늘려면?
“고용 증대는 생산성 향상과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면 해고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잘못된 미신이다.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줄수록 생산성이 증대되는 사례도 많다. 연구직을 예로 들면 내가 내년에 잘릴지 모르는데 무엇 때문에 연구하고 머리를 짜내겠는가. 물론 고용 유연성이 늘어야 생산성이 오르는 업종도 있긴 하다. 단순 노동직종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총 사회비용과 경제적 효율성 사이에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 돼야 한다.”
김종인 대표 추대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 대표는 총선 정국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지금은 당이 정상화돼야 하지 않겠나. 비상체제를 이어가는 건 당 발전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 경선으로 가야 한다.”
김 대표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에 전문성이 있다. 그 분야에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당 대표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나는 국회를 8년 쉬었다가 돌아왔다. 지금은 부산이 더 중요하다. 가까스로 야도의 싹을 틔웠는데 이를 나무로 만들려면 당분간 지역에 전념해야 한다. 대표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경제자유구역 설치, 원전이용부담금 실현에 주력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대선이 1년 반 남았다. 정치에선 꽤 긴 시간이다. 그에게 시간을 주고 호남의 지지가 회복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는 현재 선호도 1위 후보다. 그런 사람을 막무가내로 은퇴시키는 건 비합리적인 일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과 친해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가교 역할을 하리란 관측도 있다.
“김성식·박선숙 당선자 등 국민의당 내에서 가까운 사람이 여럿 있다. 그런 분들은 충분히 대화가 되는 분들이다. 다만 통합은 지금 얘기하기엔 적절치 않다. 양당은 우호적 경쟁 관계라고 표현하고 싶다.”
유승민 의원이나 정의화 국회의장 등 여권 내 개혁 세력과 연대할 생각은 없나.
“충분히 할 수 있다. 유 의원 정도면 야당의 개혁적인 의원들과 상당히 뜻이 통할 수 있다.”
연대를 넘어 정계 개편까지 갈 수도 있나.
“정계 개편은 가급적 적을수록 좋다. 가장 바람직한 건 유 의원이 새누리당에 복당해 당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래야 보수가 건강하게 재기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유 의원 정도도 수용 못하는 집단이라면 시대착오적인 정당이고 망할 정당이다. 새누리당의 개혁적 보수와 우리 당의 합리적 진보 세력은 충분히 대화가 된다. 그래야 선진 정치가 이뤄진다.”
북한을 민주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는 야당이니 자유롭게 북한 민주화를 주장해야 한다. 우리 당을 근거도 없이 ‘빨갱이당’으로 몰아붙이는 주장의 핵심이 우리 당의 대북 노선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속히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해야 한다. 3대 세습 같은 것은 당연히 아니지 않나.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북한 인민의 관점에서 그들이 정치·사회·경제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느냐고 왜 묻지 못하는가.”
그러면 북한이 반발해 남북대화가 끊어진다는 게 더민주 입장 아니었나.
“야당이 왜 여당처럼(대화가 끊길까 걱정)하나. 남북대화는 새누리당에 맡겨 놓고 우리는 북한 민주화를 주장해야 한다. 아직 당내에서 북한에 대한 터부의식을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걸 깨야 한다.”
 
김영춘은 …
고려대 81학번인 김영춘 당선자는 총학생회장을 지내던 1984년 민정당사 점거농성을 주도했다. 같은 81학번인 이정우(서울대) 변호사, 송영길(연세대) 당선자와 함께 운동권 총학생회장 3인방의 한 명이었다. 8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이끈 그는 86년 말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93년 YS가 집권하면서 갓 서른 나이에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임명됐다. 준수한 외모에 논리적 화술을 겸비해 주변에서 ‘YS 셋째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YS의 총애를 받았다. 16·17대에 서울 광진갑에서 잇따라 당선되면서 정치적 미래가 보장됐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사지(死地)인 고향 부산으로 내려갔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면서도 개혁적 성향을 유지하고 야당의 험지에서 밭을 갈아 온 이력 덕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

▶1961년생(부산) ▶부산 동고 및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 총학생회장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사무총장 ▶16·17대 국회의원(서울 광진갑) ▶창조한국당 선대본부장 ▶민주당 최고위원 ▶20대 총선 당선자(부산 진갑)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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