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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파릇파릇 숲, 알록달록 야생화, 팔딱팔딱 갯것 생동감 넘쳐

[커버스토리] 파릇파릇 숲, 알록달록 야생화, 팔딱팔딱 갯것 생동감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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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의 산중 저수지 직소보. 저수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봄 풍경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잔잔한 물결 위로 싱그러운 신록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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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봄나들이

전북 부안의 봄은 다채롭다. 부안 땅 복판의 변산(508m) 자락은 파릇파릇한 신록과 앙증맞은 야생화로 싱그럽고, 변산 외곽의 드넓은 갯벌은 복작거리는 갯것들로 생동감이 넘친다. ‘봄것’을 쫓아 내변산과 외변산을 넘나들며 변산반도를 한바퀴 돌았다. 숲에 들고, 길을 걷고, 갯벌을 밟았다.



춘변산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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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 지난 19일 촬영한 사진이다.



서해 칠산바다로 튀어나온 변산반도 복판에 변산이 우뚝 서 있다. 반도 외곽의 해안과 반도 중앙의 변산 자락이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이룬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국내 유일의 반도 국립공원이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은 크게 내변산 지역과 외변산 지역으로 나뉜다. 반도를 가로지르는 변산 등줄기를 경계로 서쪽 해안 쪽이 외변산, 내륙 쪽이 내변산이다. 설악산이 외설악이냐 내설악이냐에 따라 정취가 다른 듯이 변산도 안과 밖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서해를 마주보는 외변산이 그림 같은 해안절벽과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면, 내변산은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을 숨겨 두고 있다. 이른바 ‘춘변산 추내장’이라 부를 때 춘변산은 내변산의 경치를 가리킨다. 우거진 신록이며, 활짝 핀 봄꽃이 내변산의 품 안에 있다.

변산반도 여행은 해안을 따라 반도를 감싼 30번 국도를 따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봄 나들이라면 내변산 안쪽 길로 다니는 게 더 즐겁다.

내변산로를 천천히 달려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 닿았다. 직소폭포로 향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 여기에서 시작한다. 직소폭포까지 2.2㎞는 완만한 숲길이 이어졌다. 20분 정도 들어가자 직소보의 시원한 풍광이 펼쳐졌다. 직소보는 과거 부안의 식수원 역할을 했던 저수지다. 아담한 산중 호수의 잔잔한 물결 위로 산벚꽃나무가 은은하게 비쳤다.

직소보 둘레를 두른 데크로드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거친 바위가 드러나 있었고, 경사도 제법 높아졌지만 아주 힘든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요란한 물소리가 걸음을 재촉했다. 큰 비탈을 오르자 드디어 직소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막 피어난 산벚꽃이 폭포 주변을 꾸미고 있었다. 3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와 어우러지니 흔한 벚꽃마저 영험해 보였다. 전래동화 속 선녀가 놀던 폭포가 꼭 이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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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벚나무와 푸른 소나무에 둘러싸인 내소사. 지난 9일 촬영했다.



이름 높은 내소사도 내변산 안쪽에 있었다. 내소사도 이미 벚꽃이 점령한 터였다. 첩첩산중에 틀어박힌 산사가 아니라 산자락에 걸터앉은 사찰이어서 친근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나들이 인파를 피해 산으로 들어갔다. 세봉(402m)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 중턱에 닿으니 내소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흰 벚나무들과 함께 내변산 품에 안긴 천 년 사찰의 모습이 그저 다소곳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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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한 상사화 잎이 무성한 변산마실길 2코스.


변산마실길에서도 내변산 못지 않은 비경을 만났다. 변산마실길은 변산반도 북쪽 끝자락에서 해안을 따라 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도보여행길이다. 모두 66㎞ 8코스에 달하는데, 봄에 걷기에는 송포항에서 성천포구에 이르는 6㎞ 길이의 2코스가 안성맞춤이다. 2코스는 한때 군사지역으로 출입이 통제됐던 지역이다. 지금도 곳곳에 철조망이 쳐 있고, 초소가 남아있다. 동행한 문화해설사 김윤정(48)씨가 이해를 도왔다.

“군사지역이었던 덕에 다양한 식생이 잘 자란 점도 있어요. 마실길을 찾는 사람은 철조망과 해안초소를 흉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또한 야생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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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마실길 2코스 만난 야생화



철조망 안팎으로 봄 야생화가 만발했다. 현호색·개구리발톱·개별꽃·금창초 등 야생화가 지천이어서 바다를 옆에 두고도 자꾸 고개가 숙여졌다. 2코스의 다른 이름은 ‘노루목 상사화길’이다. 그만큼 상사화가 많다. 상사화는 잎이 달려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올라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여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 꽃은 9월께 핀다. 지금은 한창 푸릇푸릇한 잎이 자라는 시기다. 숲길을 걷는 내내 파도소리가 지저귀고, 상사화잎이 무릎을 간질였다.



봄날의 갯가

이맘때 변산반도는 갯가에도 봄이 완연하다. 몽글몽글한 신록이 올라온 내변산이 은은한 봄기운을 풍긴다면, 해안의 봄은 살아서 펄떡이는 생명으로 분주하다.

아침 일찍 마실길에 다시 들렀다. 3코스 시작점 성천포구 앞에 홀로 떠 있는 하섬에 닿기 위해서였다. 하섬과 성천포구 사이에 음력 초하루와 보름 무렵에만 2~3일씩 뭍과 연결되는 바닷길이 있다.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전남 진도의 모도, 충남 보령의 무창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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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섬 앞 갯벌에서 바지락 채취가 한창이다

 

 마침 사리 물때여서 뭍에서 1㎞ 거리에 있는 하섬까지 단단한 모랫길이 생겼다. 부랴부랴 장화로 갈아 신고 바닷길을 걸었다. 갯벌에는 이미 일을 하러 나온 어민들이 나와 있었다. 인근 변산면 마포리 주민이었다. 다들 수면 위로 떠오른 바위지대에서 석화를 따고, 갯벌에 웅덩이를 만들어 개불을 건져 올리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석화와 개불 모두 4월 이후에는 보기 쉽지 않아서 올 봄의 막바지 작업인 셈이었다. 갯벌을 기웃거리자 한 어르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일러줬다.

“나는 바위에 붙은 고동이나 주울까하고 나왔어. 바지락 캐는 거 보고 싶으면 저쪽으로 가봐. 이제 그놈이 제철이니까.”

어르신이 가리킨 방향은 갯바위라고는 없는 평탄한 갯벌이었다. 자세히 보니 갯벌에 쭈그려 앉은 사람들이 보였다. 호미든 갈고리든 상관없이 갯벌을 들추는 대로 바지락이 딸려 나왔다.

“바지락은 4∼5월 것이 최고로 치니까 지금 바짝 캐놔야 돼. 5월 지나고 산란기가 되면 맛이 떨어져서, 잡아봐야 젓갈용으로밖에 못 팔아.”

어민 김대성(51)씨가 “갯벌 상황이 좋을 때는 하루에 40㎏까지 바지락을 채취한다”고 말했다. 1㎏ 가격은 약 5000원이다. 하섬 갯벌은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지역 주민에게만 채취 행위를 허락하고 있다. 여행객이 갯벌에 드나드는 것은 자유롭지만, 함부로 생물을 가져나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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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염전도 소금을 맺는다. 부안 곰소염전의 올 첫 천일염 수확 풍경이다.



겨우내 잠자던 염전이 소금을 맺기 시작하는 계절도 봄이다. 변산반도의 남쪽 곰소염전이 마침 첫 천일염을 수확하고 있었다. 여름에는 비가 잦아 소금을 거두지 못하는 날이 많아 6월까지 부지런히 천일염을 수확해둔단다. 염부의 묵직한 대패질(고무래로 소금을 모으는 일) 몇 번에 뽀얀 소금이 수북하게 쌓였다.

곰소염전을 지나 줄포만갯벌생태공원에 들어갔다. 줄포만 갯벌은 100종이 넘는 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칠면초를 비롯한 염생식물 군락이 형성돼 있다. 2010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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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포만 갯벌에서 만난 농게. 봄맞이 먹이활동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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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줄포만생태공원


요즘 갯벌의 주인공은 말뚝망둥어와 몸통이 2∼3㎝에 불과한 농게였다. 두 녀석 모두 겨우내 갯벌 아래에서 숨 죽이고 살다 이제 막 몸을 풀고 활동을 시작한 참이었다. 운이 좋으면 멸종위기종 흰발농게도 볼 수 있단다. 더 운이 좋으면 흰발농게를 잡아먹는 봄 철새 도요새도 볼 수 있을 터였다.

갯벌 생물을 가까이서 보고 싶으면 수문 쪽 관찰로에 가보라고 생태공원 직원이 알려줬다. 관찰로 가까이 다가서자 카메라를 꺼낼 새도 없이 농게들이 갯벌 아래로 숨어들었다. 아차, 줄포만 학예사 차정명(36)씨가 일러준 제1원칙이 ‘동작 그만’이었다.

“워낙 예민한 생물이라 미세한 진동에도 겁을 먹고 도망쳐버려요. 흰발농게를 구경하고 싶으면 한참을 숨죽여 기다려야 해요.”

농게도, 흰발농게도 갯벌 위의 건축가라 불리는 녀석들이다. 갯벌 아래 굴 형태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산다. 화산 모양의 입구는 짝짓기 철이 될수록 높고 견고해진단다. 암컷이 수컷의 집 상태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상대를 정하기 때문이다. 위험 상황이 아니면 절대 남의 집으로 드는 법도 없다.

흰발농게가 숨어 들어간 구멍에 시선을 던져둔 지 얼마나 지났을까. 커다란 집게발을 내밀며 서서히 갯벌 위로 올라오는 녀석이 보였다. 농게도 말뚝망둥어도 함께 기어나와 봄 햇살 아래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한참이나 꼼지락거리는 녀석들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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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잎바지락죽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전북 부안군청까지 자동차로 약 3시간 30분 걸린다. 다음달 6~8일 부안군 일대에서 부안마실축제(063-580-3889)가 열린다. 모항 갯벌 체험(2000원부터), 풀치(갈치의 새끼) 엮기 무료체험, 누에타운~내소사~재래시장 마실 투어(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등 여러 행사가 열린다. 부안 구석구석에 해산물을 다루는 식당이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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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샤브샤브

부안상설시장 형제식당(063-584-2555)은 주꾸미 샤브샤브(4인 5만~6만원)가, 보람횟집(063-584-1180)은 죽합탕(4인 4만~5만원)이, 대항리 김인경바지락죽(063-583-9763)은 뽕잎 바지락죽(9000원)이 유명하다.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은 5월까지 입장료가 무료다. 하루 두 번 썰물 때를 노리면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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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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