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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왓슨 한국어 열공 중···곧 한국 기업에 취직할 것"

중앙일보 2016.04.2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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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IBM에서 간담회를 한 데이비드 케니 IBM왓슨 글로벌총괄 사장. [사진 IBM]

은행에 들어서자 로봇이 가장 먼저 고객을 반긴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자 로봇은 방문 목적을 묻는다. “대출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로봇은 고정·변동금리 등 주요 대출 상품에 대한 주요 내용을 알려준다. 일본 미즈호은행 도쿄중앙지점에서 고객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로봇엔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이 적용돼 있다.

케니 IBM 글로벌총괄 사장
초기엔 간호사, 지금은 의사 수준
의료·금융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
AI 의사결정 못해 사람 대체 불가능

국내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조만간 등장할 전망이다. 왓슨이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IBM의 AI 사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케니 IBM왓슨 글로벌총괄 사장은 21일 방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왓슨이 한국어를 배우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 TV프로그램·영화를 시청하고, 신문을 읽으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처럼 왓슨도 해당 언어를 듣고 읽는 것부터 학습을 시작한다”며 “아직 초보 단계지만, 조만간 한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슨은 의료·금융·유통·기상정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습득·분석해 기업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왓슨이 한국어를 습득하게 되면 국내 기업의 왓슨 도입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며 “주로 지적 자산이 풍부한 기업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기업이 왓슨의 도움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왓슨은 2010년 TV퀴즈프로그램 ‘제퍼디쇼’에서 인간을 꺾은 AI이다. IBM은 왓슨을 내세워 ‘인지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는 빅데이터와 AI을 융합한 것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 스스로 분석한 뒤 판단하는 기술을 뜻한다.

예컨대 왓슨은 대기권의 기상 정보를 분석해 난기류를 예상하고 이를 비행기 조종사에 알려준다. 태풍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피해지역을 특정해 구호팀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케니 사장은 “왓슨은 정보 습득 뿐 아니라 스스로 추론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해저온도’라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왓슨을 도입하는 것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에 비유했다. 케니 사장은 “왓슨을 처음 상용화한 분야가 암진단이었는데 처음에는 보조 간호사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젊은 의사 수준으로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며 “일반 기업에서는 고객 응대 같은 간단한 업무에서 시작해 정보관리·기술지원·심층분석 등 단계 별로 수준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니 사장은 AI 발전에 따른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에 대해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AI가 발전해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인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영자가 목표와 비전을 세우면 충실한 조력자가 돼 현명한 의사결정을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킬러 로봇’ 같은 AI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왓슨은 사람을 돕는 선의의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비도덕·비윤리적 분야를 위해 쓰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와 법률가·과학자·종교인 등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할 때”라고 말했다.

케니 사장은 빅데이터로 날씨를 분석하는 기업인 ‘웨더컴퍼니’를 이끌다 지난해 10월 IBM이 이 회사의 디지털·데이터 부문을 인수하면서 왓슨 글로벌 총괄 사장으로 옮겼다. 당시 IBM은 인수에 약 20억 달러(2조300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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