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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가채무 비율 47 → 220%, 일본이 ‘반면교사’

중앙일보 2016.04.22 00:00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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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섭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최근 세계 주요국에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중이 40%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 상태가 아직 양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코 안심할 상태는 아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저유가 시대의 도래 등 나라 안팎의 환경 변화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나라는 일본과 스웨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2013년 기준 국가채무 비율은 220.3%로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반면, 스웨덴은 44.8%로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과거 일본의 인구구조와 재정여건이 현재의 한국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1990년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47%로 현재의 우리와 비슷했다. 일본은 95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올해가 정점이 될 전망이다. 노인 비중도 일본은 95년에 14.6%였는데 우리는 내년에 14%가 된다. GDP 대비 복지지출 도 일본은 90년에 11.1%였는데 한국은 지난해 11%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일본은 장기적인 재정전망보다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몰입하면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누적됐다. 예산편성 과정에서도 잠재성장률을 실제보다 높게 잡으면서 재정 지출이 계속 늘어났다. 투자 사업도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의한 선심성 사업에 기울었다.

하지만 스웨덴은 달랐다. 스웨덴의 국가채무비율은 2001년 62%에서 2013에는 44.8%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위기를 손쉽게 극복한 것도 건전재정이 기반이었다. 스웨덴은 건전재정을 위해 1990년대부터 집중적인 제도개선에 나섰다. 톱다운(top-down)방식의 예산제도와 지출상한선 제도를 시작으로 ▶일반정부 재정흑자 목표치 설정 ▶지방정부 균형예산 유지 정책 ▶재정정책위원회 등이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이런 제도의 틀 안에서 재정운용을 한 결과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별 어려움 없이 재량지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의 경험이 다른 차원에서 독특한 것은 높은 세출 수준과 세입 수준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세금을 추가 부담할 의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장기 재정전략과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함으로써 스웨덴 정부가 국민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래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재정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할지 모른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직한 미래전망, 정교한 제도설계, 그리고 효율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것이 중장기 재정전략이다. 90년대 10년간 일본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전략 없이 임시방편적 재정운용에 의존하다가 재정건전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림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된 것을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연섭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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