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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후춘화·쑨정차이·천민얼 … 누가 시진핑 ‘바통’ 받을까

중앙일보 2016.04.18 00:41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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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가 이달 초·중순 중남미 3개국 순방에 나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 정상들을 만났다. 의미심장한 건 그에게 공산당 대표단 단장 직함이 달렸다는 사실이다. 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국무원과 지방 당서기를 거친 쑨에게 당(黨) 외교의 경험까지 쌓도록 배려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선 시 주석이 쑨 서기와만 악수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올 1월 시 주석이 연두 시찰지로 충칭을 고른 것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내년 당대회 지나면 윤곽 드러나
차기 후보군 ‘정치의 계절’ 시작

67세 넘으면 안 되는게 불문율
1960년이후 태어난 11명 물망

때가 때인지라 쑨 서기의 이런 행보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내년 가을에는 공산당 19차 당대회가 열린다. 관행에 따른다면 7명의 상임위원 중 5명이 바뀌고 새로 뽑히는 상무위원 중에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차기 대권을 맡을 후보자가 포함돼야 한다. 5년 동안 최고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당·정 전반의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상무위원으로 발탁돼 5년간 수업을 쌓은 게 좋은 예다.

전례대로라면 내년 당대회를 거치고 나면 시 주석 퇴임 이후 중국을 이끌 6세대 지도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지금쯤 중국 공산당 권부 내에선 치열한 경쟁과 물밑 암투, 세력간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이유다. 위세 당당하던 천량위(陳良玉) 상하이 서기가 부패 혐의로 몰려 낙마한 게 지금과 상황이 꼭 같은 2006년이었다. 과연 누가 중국의 6세대 지도자가 될 것인가.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후보군을 압축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가장 유력한 방법이 나이를 통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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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엔 ‘칠상팔하(七上八下)’란 불문율이 있다. 당대회 시점을 기준으로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고 68세면 은퇴해야 하나는 얘기다. 만 72세가 정년이란 얘기다. 여기에다 중국 최고지도자는 한차례 연임해 10년을 채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에 대권을 쥘 새 지도자는 ‘류링허우(六零後)’, 즉 1960년 이후 출생자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명문화된 규칙은 아니지만 제한 연령이 70세에서 68세로 내려온 2002년 이후 한 차례도 예외가 없었다.

지금 공산당 인재 풀이라 할 수 있는 200명 안팎의 중앙위원 가운데 류링허우는 11명이다. 이 중 반부패로 낙마한 사람이나 소수민족 등 가능성이 낮은 경우를 한 사람씩 걸러내면 후보군은 더 좁혀진다. 공청단 제1서기 경력의 저우창(周强)은 18차 대회 때 정치국원 승진에서 밀려나면서 차기 경쟁군에서 멀어졌다는 중론이다. 1967년생으로 최연소자인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 성장도 향후 중임을 담당할 인재임에 틀림없지만 6세대 지도자로는 너무 이르다는 평가다.

| 공직경력·부패 따지면 더 좁혀져
시진핑 예상밖 파격 지명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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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조건은 공직 경력과 능력이다. 시진핑과 후진타오(胡錦濤)등 역대 지도자는 말단 행정단위에서부터 성·직할시 서기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인물이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 서기나 쑨 충칭 서기의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후 서기는 티베트와 허베이·네이멍구·광둥 등 변방과 내륙 낙후지역, 발전된 동남부 연안의 지도자를 두루 거쳤고 8000만 명의 단원을 거느리는 공산주의청년동맹(공청단) 1서기를 역임했다.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쑨 서기도 베이징과 지린성에서 행정 경력을 쌓았고 농업부장(장관)도 지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상무위원 바로 아래인 정치국원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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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주목 받는 다크호스는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다.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이던 시절 호흡을 맞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성 선전부장이던 그는 매주 한 편씩 지방 신문에 연재한 시 주석의 칼럼 초고를 4년간 집필했다. 저장성 경력밖에 없던 그를 지도자 단련코스로 평가 받는 구이저우성 서기로 발탁한 것도 시 주석이다. 과연 내년 당대회에서 어떤 직책을 맡아 능력을 발휘할 지가 천 서기의 미래를 결정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일부터 외교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그 밖에 항공 전문가로 허베이 성장에 오른 장칭웨이(張慶偉)나 군수산업 전문가로 충칭 부서기인 장궈칭(張國淸) 등의 류링허우 중앙위원이 있지만 경력상 후·쑨·천 등 현직 서기 세 사람에게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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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상은 어디까지나 ‘관행을 지킨다면’이란 전제하에서의 분석일 뿐이다. 강력한 1인 체제를 구축 중인 시 주석의 의중이야말로 차기 지도자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기존 관행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그랬던 것처럼 예상 범위를 벗어난 파격 인사로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 할 지도 모른다. 심지어 총서기직을 5년 임기에 한차례 연임하는 관례조차 깨뜨릴 수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국가주석직은 삼선(三選)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국가 헌법에 규정돼 있지만 권력의 실질 원천인 공산당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 대해서는 외부로 공표된 명문 규정이 없다. 결국 1인 권력을 강화한 시 주석과 이를 견제하려는 나머지 권력자 혹은 세력간의 역학관계가 미래 권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얘기다. 이래저래 외부 세계의 예측을 허용치 않는 게 중난하이(中南海)의 권력 정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5년에 한번 열리는 당대회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사람과 사람, 세력과 세력간의 경쟁과 암투, 이합집산이 치열해지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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