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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없어지고 캠퍼스는 공사 중 입학하고도 수업 못 듣는 학생들

중앙일보 2016.04.16 01:30 종합 8면 지면보기
전국의 일부 대학에서 황당한 학사 파행이 벌어져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학 측의 학과 통폐합 조치에 학부모들이 반발하거나 캠퍼스가 완공되지도 않았는데 학생을 뽑아 수업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서원·대구·경성대 학과 통폐합 갈등
동양대는 공사 늦어져 한 달간 파행

충북 청주 서원대는 한국어문학과와 공연영상학과를 폐과할 예정이다. 이에 반발한 한국어문학과 학생 70여 명은 폐과에 반대하며 지난 11일부터 대학 행정관 앞에서 무기한 농성 중이다. 학생들은 “교육부의 평가가 낮게 나온 책임을 일부 학과와 학생이 지는 것이 맞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원식 서원대 홍보실장은 “학생 수 감소와 대학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동양대 북서울(동두천) 캠퍼스 4개 학부 신입생 400명은 지난달 7일 입학식을 했지만 캠퍼스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약 한 달간 파행을 빚었다. 본교가 있는 경북 영주 캠퍼스 인근 주민 반발 등으로 공사가 늦어져서다. 이에 따라 신입생들은 서울 동양예술극장에서 학점과 무관한 예비 대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한 달을 허비했다. 김학준 동양대 홍보팀장은 “캠퍼스 승인이 나야 수업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학생·학부모에게 원서 접수 단계부터 공지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개강이 늦어진 만큼 여름방학 한 달을 활용해 수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대에서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으로 재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2016학년도부터 물리학과·독어독문학과·골프산업학과·산업경영공학과 등 4개 학과를 폐과했다. 이들 학과 재학생 100여 명은 지난해 5월 총장실을 점거한 채 통폐합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구성원이 합의한 편제 조정 원칙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폐지 학과를 선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정석 대구대 홍보팀장은 “학과 통폐합 뒤 현재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경성대는 올해 초 갑자기 무용학과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하다 해당 학과 학생 등의 반발로 보류했다. 대학 측은 대신 무용학과 신입생(30명)을 올해와 내년까지만 선발한 뒤 통폐합은 이후 논의키로 했다.

경남 진주의 경남과학기술대는 지난해 10월 경남도가 추진하는 항공우주·나노산업·조선해양플랜트 등 전략산업 추진에 발맞춰 자유전공학부 폐지 등 일부 학과 통폐합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해당 학과 교수·학생 등의 반발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올 9월 새 총장이 취임하면 학과 구조조정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인성 고등교육연구소 팀장은 “대학 구조개혁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 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폐과·정원 조정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대학·학생·교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동두천·부산·청주= 송의호·전익진·황선윤·최종권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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