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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정당 안에 두 사람의 보스는 필요 없다”

중앙일보 2016.04.16 01:15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15일 오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손학규 전 고문 입장에선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차원에서 막판 지원 유세를 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거절함에 따라 정계에 복귀할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였다.

18일 발간 월간중앙 5월호
“손학규 유세 요청 생각 없었는데
당내서 요구, 나만 스타일 구겨
손 고문 끝내 거절해 기회 놓친 것”

시내 호텔에서 조찬을 겸해 한 90분간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선거 결과에 대해 “110석 이상은 자신했지만 1당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며 “수도권의 정치 민심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선거”라고 자평했다.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당세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거라고 했다.

특히 김 대표는 대선 직전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정당 안에 두 사람의 보스는 필요 없다”는 말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는 곧 만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원내 제1당이 됐는데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할 건가.
“선거 결과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 입법 취지를 살려 존치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국민의당은 선진화법이 개정돼야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데.
“당리당략과 상관없이 이 법은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서울 강남과 송파, 분당 등 취약지에서 더민주가 약진했다.

“정권심판론이 강남 지역까지 흘러 넘쳤다. 더민주도 발상을 바꿔야 한다. 지레 겁먹고 강남 등에 좋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이런 성의 없는 공천에 유권자들이 호응할 리 없다. 좋은 후보를 공천하면 유권자 마음은 바뀔 수 있다.”
손학규 전 고문에게 선거 막판 지원 유세를 요청했는데.
“손 고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당 안에 손 고문과 친한 사람들이 그가 유세에 나서기로 했다며 간청하는 모양새를 갖춰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하고 그랬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끝내 거절했다. 나만 스타일을 구겼다. 그런 식으로 정치하는 사람에겐 솔직히 관심이 가지 않는다. 손 고문 입장에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유세에 참여했다면 그에게도 공이 돌아갔을 텐데.”
국회가 개성공단 재개 등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정부에 건의할 수도 있지 않나.
“대북정책은 정부의 몫이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남북 문제는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왜 나가지 않는가.
“솔직히 국회의원 이름도 다 모르는 사람이다. 조직이나 계파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무슨 대표 경선을 나가나? 내 역할을 당이 원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자리다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가 정치에 능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공부했나.
“독일 유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선진국의 정당정치에 관심 갖고 공부했다. 독일 대학생들과 학생운동도 같이 해봤다. 미국·프랑스·영국의 선거제도에도 천착했고 우리나라 정당의 실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정치적 멘토는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단하는 스타일이다. 정치 독학생이지만 무모하게 덤비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더민주를 치유해 보겠다고 한 것도 그냥 빈 말로 한 게 아니다. 이번 총선 결과가 그것을 입증하지 않았나? 또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정치인의 미래를 보는 능력이다.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한기홍 기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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