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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칼 든 강도가 총 든 강도보다 위험하다

중앙일보 2016.04.16 00:08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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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이창무·박미랑 지음

범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오해
생생한 사례와 글로 쉽게 풀어줘

“살인자 10명 중 6명은 면식범”
상식 허찌르는 범죄의 민낯 소개

메디치미디어
392쪽, 1만5000원

“아마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쁜 범죄는 따분함이다. 첫 번째는 따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영국 사진작가 세실 비튼(1904~1980)이 한 말이다.

물론 이 책의 주제인 범죄는 흥미로운 주제다. 범죄 매니아들이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 서평난은 범죄 관련 책들만 따로 모아놨다. 하지만 범죄는 학문적인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학문적 성과가 빠지면 범죄에 대한 지식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저자들은 둘 다 형사사법학 박사를 받은 학자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와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및 범죄학과(대학원) 교수도 고심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학문(참고문헌 인용을 위해 132개의 주석을 달았다)을 최소화하고 사례 중심 서술로 재미를 극대화했다. 이창무 교수는 사회부 기자 출신이다. 대중적인 글쓰기 경험이 자칫 따분해질 수도 있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으리라.

무엇이 재미 있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인 답이 재미 있다.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는 끊임 없이 묻고 답한다. 재미 있게. 다음 같은 질문이 독서 욕구를 자극한다. “연쇄살인범은 왜 현장에 서명을 남길까?” “설마 내가 사이코패스?” “경찰을 더 뽑으면 범죄가 줄어들까?”

“살인자는 왜 친근한 얼굴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우리나라의 살인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과 잘 아는 사람에게 피살된 경우이며,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는 10명 가운데 2명 정도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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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심슨이 여러 정황 증거와 일부 명백한 물증에도 무죄를 받은 것은 당대 최고의 형사소송 변호사를 내세운 덕분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진 메디치]


반직관적인 내용도 많다. 예컨대 총 든 강도가 칼 든 강도보다 안전하다. 맨손 강도가 제일 위험하다. 강도는 합리적이다. 바보가 아니다. 강도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라 돈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통념이 거짓이 아닌 경우도 있다. 저자들은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교도소에 간다(The Rich Get Richer and the Poor Get Prison)』라는 책을 소개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핵심을 포착하고 있어야 문장이 명쾌하다. 데이트폭력에 대해 저자들은 이렇게 그 핵심을 드러낸다.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이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는 자기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저자들은 또 “영아살해, 아이를 죽인 진범은 누구인가”라고 묻고 이렇게 답한다. “국내 낙태 시술은 가출청소년이나 미혼모가 아닌 정상적인 부부들에 의해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 재미있다. 이 책은 서문의 시작부터 그렇다. “범죄는 불가피하고 이롭기도 하다.” 왜일까.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이 한 이 말을 저자는 이렇게 푼다. “우리는 범죄 없이 살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 순서로 펼쳐진다. 범죄의 원인, 범죄에 대한 오해와 상식, 범죄의 진화, 범죄 피해자. 살인·성폭력·강도 등의 흉악범죄에서 보이스피싱·스미싱 같은 금융범죄까지 모든 주요 범죄를 파헤쳤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를 유발하는 잘못된 상식과 무지와 무관심을 없애고, 범죄에 대한 막연하면서도 쓸데 없는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범죄동기와 범죄기회의 잘못된 만남이 희생자를 낳는다. 범죄동기는 어쩔 수 없다. 범죄기회의 가능성을 줄이려면 범죄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할 수 밖에 없다. 범죄방지 매뉴얼 구실도 톡톡히 할 듯.
 
강간 피해 막는 최고의 방법은

성폭력 범죄자는 3명 중 1명이 초범이며, 30대와 40대가 40%이상을 차지한다. 책에 나오는 강간 대처법을 요약했다. 단순한 답은 일단 ‘저항하는 것’ 이다. ‘충동형 강간범’과 자신의 성적 능력을 입증하려고 하는 ‘보상형 강간범’에게는 저항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유형이 강간범의 50%를 차지한다. 단 여성에 대해 적대적이며 분노를 느낀 후 범죄를 저지르는 ‘공격성치환형 강간범’(전체의 25~40%)의 경우는 저항에 더 큰 폭력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가학적 강간범’은 잔인한 폭행이나 살인의 가능성이 높은 가장 위험한 유형이다. TV에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 비율은 2~5%다. 저항의 수단은 때리기, 차기, 손톱으로 꼬집기, 물기 등이 있다. 적극적으로 도망치는 게 중요하다. 빌거나 울거나 범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라.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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