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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워킹맘이 돈을 못 모으는 이유

중앙일보 2016.04.16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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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문화부 차장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가 화제였다. 맞벌이 가구의 총 저축액과 저축 비율이 홑벌이 가구와 별 차이가 없다는 거였다.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는 맞벌이 가구가 홑벌이 가구보다 빚이 많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둘이 나가 벌어봤자 남는 게 없다는, 이른바 ‘맞벌이의 함정’이 수치로 속속 증명된 셈이다.

워킹맘은 상당한 고비용으로 유지되는 자리다. 우선 인건비 지출이 만만찮다. 도우미 구직·구인 사이트 ‘이모넷’에 최근 올라온 글들은 이렇다. “주 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백일 아이 돌보면 한 달 월급을 얼마 받아야 하나요?” “초보면 130만원, 경력 3년 이상 150만원, 5년 이상 180만∼200만원(집안일 불포함)입니다.” 웬만한 수입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액수지만, 이런 조건의 도우미로 육아 문제가 해결되는 워킹맘도 많지 않다. 매일 오후 6시까지 귀가할 수 있는 직장 자체가 희귀해서다. 스페인 심리학자 헴마 카노바스 사우가 쓴 책 『엄마라는 직업』에 따르면 “전통적인 모습의 남성을 위해 고안된 노동시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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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나는 입주 도우미의 힘을 빌렸다. 큰애가 태어난 1998년부터 둘째가 초등 3학년이던 2010년까지 12년 동안 육아도우미와 함께 살았고, 그사이 억대의 인건비를 썼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간 뒤론 방학마다 목돈이 들었다. 주로 사교육비였는데,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목적에서 지갑을 열어야 했다. 학원 등에서 ‘캠프’라는 이름을 붙여 종일반 형태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이용했다. 그때도 도우미 비용은 여전히 들어갔으니, ‘방학 크레바스’를 넘기기가 번번이 벅찼다.

워킹맘은 택시비도 많이 쓴다. 허겁지겁 서둘러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 담임과 상담을 하고, 오전 첫 진료시간에 맞춰 병원에 들렀다 출근을 하는 처지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돈을 못 모으는 이유는 흥청망청 과소비 때문이 아니다. 맞벌이여서 추가로 지출해야 되는 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액수가 벌어오는 돈보다 커질 때 많은 워킹맘이 일을 접는다. 동시에 도우미도 일자리를 잃을 테고 빈 택시가 늘어날지 모를 일이니,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도 썩 좋은 일은 아닐 터다. 그 임계점을 넘기지 않으려면 양질의 보육 지원 시스템과 방과후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하다. 선거철 워킹맘 관련 공약을 내세웠던 정치권이 움직여야 할 일이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

◆ 워킹맘 칼럼 보낼 곳=e메일 opinionpa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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