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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매거진 M이 찜한 신인 배우 2인 … '4등' 정가람, '태양의 후예' 조태관

중앙일보 2016.04.15 15:11
당찬 신예, 쾌조의 스타트
'4등'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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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경애(STUDIO706]

휴먼 드라마 ‘4등’(4월 13일 개봉, 정지우 감독)의 서두를 여는 건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의 10대 시절. 이 흑백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어린 광수의 독보적인 캐릭터다. 그는 천재 수영 선수다. 국제 대회를 앞두고 노름판을 벌일 만큼 배짱도 두둑하다. 기가 막힐 만큼 오만방자한데, 어째 밉지가 않다. “저 배우, 누구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는 신인 배우 정가람(23). 놀랍게도 ‘4등’은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해피엔드’(1999)의 주진모와 ‘은교’(2012)의 김고은을 발굴한 정지우 감독. 그의 안목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수영복 차림이 육감적이었죠.” 정 감독이 밝힌 캐스팅 이유다. 단지 체형 칭찬만은 아니었다. 2년 전 한 달여 이어진 네 차례 오디션과 석 달간 이뤄진 촬영 준비 기간을 통틀어, 정가람에게 주어진 최대의 숙제가 바로 “수영 선수다운 몸 만들기”였으니까. 박태환 선수의 터치다운 포즈를 동영상으로 보며 수도 없이 연습했다. 등 근육을 키우고 3개월 동안 닭 가슴살만 먹으며 ‘슬림’한 체형으로 다듬어 갔다.

단순하게 하나에 집중하는 우직함은 타고난 성격. 정가람에게서 광수라는 인물의 원석을 본 걸까. 출연이 확정됐을 때 정지우 감독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배역을 고민해 보라”고 했다. 첫 촬영이었던 도박 장면은 아예 정해진 대사가 없었다.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혼자 준비한 걸 처음 선보이는 날이어서 긴장했는데 하루 촬영하고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웃음). 이틀 동안 (‘섰다’를) 거의 몇천 판 했던 것 같아요. 진짜 재미있게 찍었어요.”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을 척척 맞춘 걸 보면, 예사 순발력은 아니다.

정가람은 광수와 닮은 점이 많다. 같은 경상도(경남 밀양) 출신. ‘4등’의 프로급 수영 장면은 대역이 나섰지만, 어릴 적부터 수영이라면 껌뻑 죽을 만큼 좋아했다. 농구·축구 가리지 않는 만능 스포츠맨이고, 자신 있는 종목에는 더 오기가 생긴다. “누구를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늘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5년 전 다니던 대학을 박차고 나와 홀로 상경한 것도 뒤늦게 연기에 발동이 걸린 결과다. “어릴 때는 부모님 의견이 절대적이었어요. 부모님 뜻대로 취직이 잘된다는 인도네시아어학과에 갔는데, 한 학기 만에 문득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었어요.” 신하균의 연기에 “이유도 모른 채 꽂혀” 마음속으로 키워 왔던 배우의 꿈이 떠올랐다. 늦었다는 생각은 안 했다.

단역으로 출연한 TV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 MBC)에서 생애 첫 대사를 하던 순간의 두근거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TV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2015, SBS)에선 주인공의 ‘엄친아’ 친구로 등장했다. “늘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여전히 “안정된 직업을 갖길 바라는” 부모님의 걱정 어린 시선을 느낄 때마다 더더욱 마음을 다잡는다. “하나씩 꾸준히 밟아 나가다 보면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그날이 멀지 않았다.
가수가 아닌 배우의 꿈을 찾아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조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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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경애(STUDIO706]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방영 중, KBS2, 이하 ‘태후’) 속 ‘훈남’ 캐릭터는 유시진 대위(송중기)만이 아니다. 그와 강모연(송혜교) 사이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피스메이커 소속 구호 의사 다니엘 스펜서(조태관) 또한 훈훈한 매력으로 여심을 훔치고 있다. 뭐든 다 고치는 손재주에 잘생긴 외모와 인성까지 갖춘,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남자 다니엘. 이 역할을 맡은 신인 배우 조태관(30)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조태관은 1980년대 인기 가수였다가 현재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조하문(57)의 장남이자 배우 최수종(54)의 외조카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줄곧 캐나다에서 공부하다가, 영국 팔머스대학교에서 광고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14년 귀국했다. 그때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6’(2014, Mnet, 이하 ‘슈스케’)에 출연해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슈스케’ 출연도 ‘태후’ 캐스팅도 모두 SNS 덕분이었다.

“밴드 활동하던 동영상을 SNS에서 본 작가들이 출연을 제의해 ‘슈스케’에 나가게 됐어요. 음악은 취미일 뿐, 진짜 꿈은 연기였어요. 캐나다에서도 오디션을 여러 번 봤었거든요. 1년 전 ‘태후’ 연출진에게서 SNS를 통해 연락이 왔고, 오디션을 거쳐 최종 캐스팅됐습니다. 그때 김은숙 작가로부터 ‘백지 상태인 너에게서 어떤 다니엘이 나올지 정말 기대된다’는 말을 들었죠.” 그는 다니엘 캐릭터를 준비하며,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MBC)에서 헨리 역을 맡은 다니엘 헤니의 연기를 참고했다. “그의 연기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자세가 느껴졌고, 내가 연기할 다니엘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실제 성격은 급하면서도 꼼꼼한 편이에요(웃음).”

극 중 다니엘은 고려인 간호사 리예화(전수진)를 ‘마누라’로 부르며 미묘한 러브라인을 만들고 있다. 배경과 국적이 다른 남녀의 로맨스는 다른 커플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안겨 준다. “예화가 진짜 마누라인지는 말할 수 없어요. 둘 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질 예정이라서요. 다니엘이 반전 캐릭터 아니냐고 묻는 이들도 있는데, 글쎄요. 하하.”

다니엘은 해성병원 간호사들에게 “대충 다 잘 고치는데, 못 고치는 게 있다면 여심이랄까”라는 느끼한 멘트를 날린다. 조태관은 이 장면에 대해 “대본 리딩 때부터 다들 ‘느끼해서 못 견디겠다’ 했고, 나 자신도 오글거렸지만 최대한 장난스럽게 표현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니엘의 첫 대사가 “드롭 더 건(Drop the gun)”이 된 건, 그가 “총 내려놓아”라는 대사 앞에 적힌 ‘E’를 ‘효과음’이 아닌 ‘English’로 해석했기 때문. 그는 “첫 연기라서 실수도 많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부모님은 제가 연기하는 걸 반대하세요. 하지만 저는 대학생 때부터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고 싶다고 결심했거든요. 앞으로 나답지 않은 캐릭터에 많이 도전하고 싶습니다. ‘타짜’(2006, 최동훈 감독)의 아귀(김윤석)처럼 분량에 관계없이 뚜렷한 흔적을 남기는 캐릭터 말이죠. 살인마 같은 반(反)사회적 캐릭터도 상관없어요.”

나원정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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