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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 '해어화' 한효주 vs '시간이탈자' 임수정

중앙일보 2016.04.15 00:01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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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해어화` 스틸컷]

해어화
감독 박흥식 각본 하영준 출연 한효주, 유연석, 천우희 촬영 조은수 조명 신경만 편집 김상범, 김재범 의상 조상경 음악 이병훈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0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13일

줄거리 일제강점기인 1943년,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최고의 예인이라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는 민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를 만들려 하고, 그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윤우는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소율과 연희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별점 ★★☆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기생을 의미한다. 이를 제목으로 내세운 영화는 일제강점기 기생 양성소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을 우아한 세트와 의상으로 그려 낸다. 한효주와 천우희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어긋난 우정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밀한 내면 연기로 소화해 냈다. ‘조선의 마음’ 등 시대의 공기와 인물의 내면이 어우러진 노래 또한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을 빛바래게 한 건 각본과 연출이다. 가장 기본이 돼야 할 요소이지만 가장 빈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율과 연희의 비극을 더욱 절절하게 와 닿게 하려면, 둘이 외롭고 힘든 시절을 함께 견뎌 내는 과정을 어느 정도 묘사했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과정을 과감히 생략해 버린다. 더 큰 패착은 인물들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소율을 사랑해 왔던 윤우가 한순간에 연희에게로 마음을 돌려 버리고, 윤우가 소율의 남자란 걸 아는 연희가 그의 구애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등이 그렇다.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작곡가와 가수가 된 윤우와 연희를 부러움과 응원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소율은 점차 질투와 미움의 감정을 키워 가고, 결국 복수심에 휩싸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삼각관계와 치정으로 점철된, 여느 아침드라마 못지 않은 전개를 보여 준다.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1999~2014, KBS2)의 영화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후 영화는 모든 치정극들이 그렇듯,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내용으로 흘러가 버리며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결국 ‘해어화’는 소율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긴 두 사람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소홀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소율의 마음 또한 공감하기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애틋하고 매력적인 소재를 갖고도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지 못한 연출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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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간이탈자` 스틸컷]

시간이탈자
감독 곽재용 출연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10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13일

줄거리 1983년을 살아가는 교사 지환(조정석)과 2015년을 살고 있는 형사 건우(이진욱)는 한 사건을 계기로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지환은 약혼녀 윤정(임수정)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고, 건우는 윤정과 똑같이 생긴 소은(임수정)을 만나게 된다.

별점 ★★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타임슬립 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이 소재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여행하는 방법의 신선함과 더불어, 과거와 미래가 바뀌는 희열. 그것이 보는 이가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 원하는 짜릿함이다. 물론 그 전제는 탄탄한 이야기다.

‘시간이탈자’는 어떨까. 꿈을 매개로 하는 여행 방법이야 흥미롭다 치자. 문제는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판단을 하기도 전에 지루하다는 생각부터 든다는 점이다. 지환과 건우는 꿈을 통해 각각 미래와 과거를 보게 되는데, 두 사람의 일상을 나열하는 것에 불과할 뿐 서로 긴밀하게 과거와 미래에 개입한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습도 어딘가 느슨하고 어색하다.

게다가 지환과 건우를 만나게 한 살인 사건 또한 치밀하지 못하고, 배후에 선 인물들의 행동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지환과 건우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도통 신나지가 않는다. 주연 배우 모두 데뷔한 지 꽤 오래된, 각기 뚜렷한 장점으로 저만의 자리를 일군 이들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배우들은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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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헌츠맨:윈터스 워` 스틸컷]

헌츠맨:윈터스 워
감독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샤를리즈 테론,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차스테인 장르 액션, 모험 상영 시간 11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4월 13일

줄거리 아이스 퀸 프레야(에밀리 블런트)는 ‘헌츠맨’ 군대를 꾸린다. 사랑을 사악한 것이라 간주하는 그는 뛰어난 헌츠맨인 에릭(크리스 헴스워스)과 사라(제시카 차스테인)의 사랑을 갈라놓는다. 한편 이블 퀸 레베나(샤를리즈 테론)가 죽은 뒤 묘연했던 거울의 행방이 드러나고, 에릭은 거울이 프레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

별점 ★★ 이 시리즈는 동화의 변주라는 컨셉트를 어디까지 지지부진하게 끌고 갈 참일까. 전편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 루퍼스 샌더스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백설공주’를 판타지 블록버스터로 탈바꿈한 3부작의 서막이었다. 공주와 함께 왕비를 물리치는 헌츠맨과 사악한 이블 퀸은 흥미로웠지만, 속편까지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정도라 보긴 어려웠다. 캐릭터의 매력으로만 이야기를 이어 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헌츠맨 에릭은 여전히 극의 중심에 있다. 이번에는 그의 러브스토리가 주다. 사랑을 믿는 에릭과 사라는 얼어붙은 프레야의 마음과 맞서 싸워야 한다. 다시 돌아온 이블 퀸 레베나는 동생 프레야가 키워 놓은 왕좌를 빼앗으려 한다. 자,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익숙한 흐름 몇 가지가 예상되지 않는가. 여전히 이 시리즈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장점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이야기 흐름에 꼭 필요한 몇 가지 장치를 그저 나열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CG(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한 장면이 대다수지만 그마저도 완성도가 높지 않다. 감독에게 묻고 싶다. 이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이게 최선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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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로닉` 스틸컷]

크로닉
감독 미셸 프랑코 출연 팀 로스, 레이첼 픽업, 마이클 크리스토퍼, 로빈 바틀렛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14일

줄거리 호스피스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는 불치병 환자의 가장 가까운 친구 혹은 애인이라도 된 듯 그들을 보살핀다. 그 때문에 환자의 가족에게 의심을 사 간호사 파견 업체를 그만두게 된다. 그는 오래도록 연락을 끊고 지낸 딸(사라 서덜랜드)을 만나러 간다.

별점 ★★★★ ‘크로닉’은 아주 단호한 태도로 관객이 감상에 젖을 만한 모든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다. 그로써 이 영화는 죽음 앞에 놓인 인간, 또한 그 곁을 지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지 아주 이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이 영화 속 그 어떤 죽음의 풍경도 아름답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은 철저히 무기력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 냉철한 태도를 밀어붙이는 미셸 프랑코 감독의 뚝심이 지독하게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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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등` 스틸컷]

4등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준, 유재상, 이항나, 최무성, 정가람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6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13일

줄거리 준호(유재상)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대회에서는 매번 4등을 기록하는 수영 선수다. 수상 성적에 집착하던 엄마(이항나)는 입소문난 코치 광수(박해준)에게 준호를 맡긴다. 기록은 좋아지지만, 맞으며 훈련한 준호의 몸엔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별점 ★★★☆ 운동 경기에서 3등만 해도 ‘동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을 쓴다. 그토록 당연하게 생각했던 성과주의로부터 비켜난 영화의 시선이 던지는 질문들에 새삼 뜨끔해진다. 결과를 위한 최선이라는 명목 하에 일어난 폭력을 꼬집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머러스하고 밝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생생한 캐릭터를 입은 배우들의 호연 덕에 극의 생생한 결이 살았다. 이 영화가 담아낸 물속은 경쟁의 장이 아닌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이 모인, 하나의 반짝이는 우주다. 그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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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00번의 구타` 스틸컷]

400번의 구타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출연 장 피에르 레오, 클레어 모리어, 엘버트 레미, 가이 데콤블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4월 13일

줄거리 마음 둘 곳 없는 열네 살 소년 앙투완(장 피에르 레오). 그의 유일한 기쁨은 친구 르네(패트릭 오페)와 몰래 수업을 빼먹고, 몽마르트르 언덕을 배회하며 함께 영화관에 가는 일이다. 앙투완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쪽지를 남기고 가출한다.

별점 ★★★★★ 프랑스 누벨바그의 시작을 알린 영화사의 명작.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트뤼포 감독의 자전적 영화다. 영화를 상상하며 모진 환경을 견뎠을 소년 트뤼포의 모습은 마음을 크게 울린다. 동시에 자유와 일탈을 향한 갈망을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려 낸다. ‘400번의 구타’는 자신의 삶을 직접 영화에 녹여낸 작가주의 영화의 결정체다. 삶만큼, 아니 삶보다 더 영화를 사랑한 감독의 명작을 극장에서 만나 볼 기회다.

정현목 임주리 이은선 장성란 김나현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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