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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어도 부모 용돈은 제자리…처가 주는 돈은 8년 새 65% 증가

중앙일보 2016.04.12 02:31 종합 12면 지면보기
“결혼도 했으니 이제 용돈을 줘야 하지 않겠니?” 2012년 12월 결혼한 윤모(31·여·경기도 성남시)씨는 이듬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댁과 친정으로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말을 들었다. 양가 부모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 뒤부터 은행 자동이체로 매달 20만원씩 똑같이 용돈을 보내고 있다. 맞벌이 윤씨 부부가 한 달에 버는 수입(600만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양가 합쳐 연 192만원, 월 16만원꼴
가구 가계지출 중 6~8%에 해당

윤씨는 “아직 내 집이 없는 월급쟁이인 데다 아기도 태어나서 초반엔 심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드리려 했던 돈으로 생각하고, 올려달라는 말씀이 없어 괜찮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결혼으로 분가한 자녀는 친가(시댁)와 처가(친정)에 용돈을 드린다. 자녀와 부모 모두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금액을 조사했더니 연평균 192만원(2013년 기준)이었다. 한 달에 16만원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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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국민연금연구원 송현주·임란 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 9~17차 자료(2005~2013년 측정)를 분석해 11일 내놓은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 가구가 부모 가구에 드리는 용돈(소득이전액)은 2005년 155만원이었으나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120만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2012년 176만원, 2013년 192만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가구주 부모에 대한 소득이전액은 가구주 배우자의 부모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다. 2013년 기준으로 자녀 가구가 가구주 부모에게 제공한 돈은 연 139만원이었으며, 이 금액은 가구주 배우자 부모(90만원)보다 49만원 많다. 가구주 대부분이 남성인 걸 고려하면 처가보다 친가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의미다. 송 연구원은 “부모 부양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남편의 부모를 모시는 데 신경 쓰는 문화가 남아 있는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2005~2013년 가구주 부모에 대한 소득이전액이 38.6% 늘어나는 사이 가구주 배우자 부모는 65% 증가했다. 친가 보다는 처가 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는 의미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30)씨와 최모(29·여)씨 부부도 친가에 신경을 조금 더 쓰는 편이다. 이들은 2014년 결혼한 직후부터 양가 부모에게 매달 30만원씩 용돈을 드린다. 하지만 근처에 사는 이씨 부모에겐 해외여행 등 추가 비용을 보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씨는 “아내와 상의해 양가 용돈을 똑같이 맞췄지만 자주 뵙는 부모님에겐 추가적으로 더 드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모에게 전하는 금액은 자녀 가구의 가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05년 이후 자녀 가구 가계지출의 6~8%, 가구소득 중 4~5%가 양가 부모에 대한 소득이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구소득이 꾸준히 늘면서 용돈의 비중은 매년 증가하기보단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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