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능형 로봇 개발, 대기업이 못 들어가는 이유

중앙일보 2016.04.12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인공지능(AI)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 딥마인드는 미국 구글이 투자해 키운 기업이다. 구글은 막강한 자금력과 IT(정보기술) 명성을 등에 업고 지난 14년간 AI 업체 인수합병(M&A) 등에 33조원의 거금을 투입했다.

‘자산 5조 = 대기업’ 8년 전 잣대 탓
전경련 “기준 바꿀 때 됐다”

한국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란 게 있다. 시행일이 지난 2008년 말로 이른 편이다. 그런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관련 전문 기업’으로 지정하고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42조2항)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대기업 집단 규제 현황’ 보고서를 내고 이런 규정을 차별적 사례의 하나로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 로봇기계과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자금을 대기업에도 주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 자체 자금으로 기술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경련 관계자는 “해외에서 사업하고 자금을 모으려면 평판이 중요하다. 정부 인증도 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용접·금형 같은 ‘뿌리 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 집단은 지정에서 제외돼 특화단지 우선 입주 등이 불가능한 것 또한 차별적 규제로 꼽았다. 특히 전경련은 자산 5조 원 넘는 대기업 집단은 27개 법률에서 60건의 규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9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20건의 규제가 신설·개정됐다. 유형 별로는 ▶특정 산업의 차별적 조항 19건(31%) ▶경제력 집중 억제 18건(30%) ▶금산 분리 규정 13건(21%) 등의 순서였다.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규제는 2008년 7월부터 시행됐다. 당시 41개 집단에서 올해는 65개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는 1104조 원에서 1558조 원으로 1.4배가 됐다. 국민순자산 역시 8118조 원에서 1만1039조 원으로 1.3배로 불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5조 원 순자산 기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경제 규모에 걸맞게 대기업 집단 기준도 자산 10조 원 이상 또는 상위 30개로 줄여야 한다” 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