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S

수익 좀 적어도 … 든든한 은행 ISA 일임형

중앙일보 2016.04.12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판매 채널이 더 넓어졌다. 주요 은행들이 11일부터 순차적으로 일임형 ISA를 출시하면서 금융회사의 고객 확보 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일임형은 투자자가 운용지시를 하는 신탁형과 달리 금융회사가 알아서 돈을 굴리는 상품이다.
 
기사 이미지

<7>만능통장 판매 채널 확대
신한·국민·우리은행 등 판매 시작
안정성에 방점 찍은 상품 많아

RP·ELB 등 특판 상품은 빨리 가입
수익률 비교하려면 6월 이후에
예금보장 한도, 본인이 체크해야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지난달 14일부터 4월 8일까지 4주간 ISA 가입자는 총 139만4287명, 가입금액은 8763억원이다. 가입자 대부분(91%)이 은행 창구를 이용했다. 가입자는 역시 지점이 많은 은행권으로 몰렸다. 하지만 가입금액은 은행 5327억원(61%), 증권 3427억원(39%)으로 집계됐다. ISA에 들어온 증권 고객의 돈보따리가 더 컸다는 얘기다.
 
기사 이미지

상품 유형별로는 여전히 신탁형(8610억원, 98%)이 압도적이었다. 신탁형에 돈이 몰린 것은 일단 소액 계좌만으로 시작하는데 부담이 없고, 일임형과 달리 분산투자 규제가 없어 예금이나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편입을 쉽게 할 수 있는데다 수수료가 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임형은 최근의 증시 동향이나 금리 상황 등을 볼 때, 당장 운용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금융위원회는 그러나 “일임형 ISA를 은행이 판매하게 되고, 온라인 가입이 허용되면 일임형 ISA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사 이미지

◆은행 일임형은 역시 안정형이 많아=신한은행은 투자리서치 회사인 ‘모닝스타’와 제휴해 일임형 ISA 상품을 출시했다. 고위험·중위험·저위험 등 3가지 투자성향을 각각 적극형과 보수형으로 나눈 6개의 모델포트폴리오(MP)에 초저위험을 추가해 총 7개의 MP를 제공한다. 우선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중심으로 편입하고 향후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사 이미지

KB국민은행은 KG제로인과 제휴해 ▶초저위험 1개▶안정추구형 2개▶적극투자형 2개▶공격투자형 2개▶위험중립형 3개 등 10개의 MP를 준비했다. 초저위험·안정추구형·위험중립형 등 안정성에 방점을 둔 MP가 6개나 된다. 우리은행도 10개의 MP 가운데 적극투자형·공격형 4개를 제외한 6개의 MP가 안정형으로 분류된다. KEB하나은행은 전산통합이 마무리되는 6월 이후 일임형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ISA 언제 가입할까=빨리 가입하거나 느긋하게 기다리거나 두 가지 선택이 모두 일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신탁형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각 금융회사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내세운 RP나 파생결합사채(ELB) 같은 특판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은행은 경쟁력 있는 금리의 특판상품을 만들기 위해 자회사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고금리 상품은 일찍 마감되게 마련인 만큼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ISA 특판 상품만을 위해 ISA에 가입했다가 해당 상품이 만기가 되면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ISA를 해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상품이 제공하는 서비스만 따먹는 ‘ISA 체리 피커(Cherry Picker·실속만 챙기는 소비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기사 이미지

금융회사별 상품 라인업과 운용능력을 따져 장기적으로 내 돈을 잘 굴릴 수 있는 금융회사를 고르고 싶으면 6월 이후로 가입 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 실제로 각 금융회사가 수익률을 얼마나 올리는지 그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계좌이동 쉽지 않을 수도=금융위는 ISA 계좌이동을 6월에 허용할 방침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상으로는 계좌이동을 시작하면 신탁형→일임형이든, 일임형→신탁형이든 다 가능하지만 ISA에 편입된 상품에 따라서는 계좌이동을 할 때 중도해지수수료를 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ISA에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시킨 투자자가 ELS 만기 이전에 계좌를 옮기려면 우선 현금화부터 시켜야 한다. 이때 중도해지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손실을 감수하고 계좌이동을 할지 잘 따져봐야 한다. 계좌이동을 하지 않더라도 5년의 가입기간이 끝날 때, 편입된 상품의 만기를 일치시켜야 한다. 일부 은행에서 3년 만기 이외에 1.5년과 4.5년 만기의 ELS 상품을 굳이 만든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또 주의할 점이 있다. 예·적금 위주로 ISA에 가입하는 투자자는 예금보장한도를 ‘스스로’ 따져야 한다. ISA에 편입된 예·적금의 원리금도 물론 5000만원까지 보장이 된다. 그런데 ISA에 자행 예·적금 편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A은행의 ISA에 가입해 예·적금에 투자하면 다른 B은행의 상품을 편입시킨다. 이때 A은행 창구 직원은 가입자의 B은행 예·적금 정보를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가 알아서 B은행 예·적금과 합산해 5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ISA 담당 임원은 “저축은행을 포함해 자신의 금융권 예·적금 상품 정보를 소상히 알고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