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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궁합’이 안 맞아요…한국 배터리 안 쓴 테슬라

중앙일보 2016.04.07 05:00 경제 2면 지면보기
l 테슬라, 파나소닉과 밀접한 관계
생산라인 파나소닉 원통형에 맞게 설계
밀도 높고 디자인 유리한 파우치형은
LG·SK·삼성 기술력이 세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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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모델3’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인 엘론 머스크가 “사전 주문 대수가 27만6000대를 넘어섰다”고 밝힌 뒤 관련 업체들이 모두 부러움 어린 눈으로 테슬라 행보를 바라보고 있다.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가장 큰 의문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를 왜 테슬라가 외면했는가 하는 점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인 B3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1539㎿h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 일본의 AESC(점유율 23.5%)다. 한국의 LG화학(1118㎿h, 점유율 16.6%)과 중국의 BYD(1021㎿h, 점유율 15.1%)가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의 협력 업체인 일본의 파나소닉(924㎿h, 점유율 13.7%)이 4위, 삼성SDI(846㎿h, 12.5%)가 5위다. 하지만 아직 생산량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전기차 시장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서다.

사실 수위권 업체들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예로 파나소닉은 지난 2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2차전지 부문(테슬라 관련 포함)에서 매출 872억엔(한화 9134억원)에, 15억엔(1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문제가 되는건 얼마 만큼 기술을 쌓았느냐다. 매년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 순위를 분석해 발표하는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100점 만점에 93.6점으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위는 파나소닉(90.2점), 3위는 삼성SDI(87.5점)였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확장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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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생산량 1위인 AESC는 닛산과 일본 NEC의 합작회사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외에 추가로 고객 확보가 어렵다. 중국의 BYD는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기술 중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리튬인산철’ 기반 제품이 주력이라 내수용 업체로 여겨진다. LG화학이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꾸준히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수주를 이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슬라가 파나소닉을 선택한 건 제품 포트폴리오와 두 회사 간의 밀접한 관계에 힘입은 바가 크다. 테슬라는 2003년 설립 초기부터 파나소닉의 제품을 사용해 왔다. 첫 양산차인 로드스터(2008년 출시)는 물론, 고급 세단인 ‘모델S’에도 파나소닉의 전지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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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사양도 조금 차이가 있다. 테슬라의 모델3가 사용키로 한 배터리는 약 7000개 가량의 전지가 연결돼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파우치형의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생산 원가가 저렴하지만, 경량화가 어렵고, 내구성이나 안정성 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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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파우치형(폴리머)은 알루미늄 파우치에 전지 소재를 주입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차량 디자인에 유리해 자동차 회사들이 선호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테슬라의 기존 라인업이 원통형에 맞춰져 있어 당장 파우치형을 쓰고 싶어도 설계 변경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모델 3’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우선 배터리의 핵심인 리튬의 수급 여부가 안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5만580대를 판매해 당초 목표치(5만5000대)가 아닌 수정 목표치(5만~5만2000대 판매)를 턱걸이로 채웠던 테슬라가 27만대가 넘는 선주문 물량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파나소닉으로선 테슬라의 물량 공세가 부담스럽지만 테슬라와 잡은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사실상 테슬라가 유일해서다. 테슬라의 실패는 파나소닉의 실패와 직결된다. 현재 파나소닉과 테슬라는 총 5조원 가량을 투입해 2017년까지 미국 네바다주에 연 50만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가 팩토리’를 짓고 있다. 이중 약 2조원 가량을 파나소닉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회장은 지난 1월 “우리는 테슬라로부터 주문이 늘기를 기다리고 있다(We are sort of waiting on the demand from Tesla)”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4년 기가 팩토리 건립 계획이 나왔을 때에도 쓰가 회장은 “우린 단계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기가 팩토리는 총 8단계의 공사 중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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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국내 업계, 테슬라와 계속 접촉

“애플도 삼성 외에 부품 공급처 다변화
파나소닉 독점, 테슬라에도 안 좋아”
꾸준히 만나며 탑재 가능성 타진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는 “언젠간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파나소닉의 독점 공급자 위상이 깨지길 노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파나소닉 외 다른 벤더(공급처)없이 간다는 건 테슬라로서도 불안한 상황일 것”이라며 “애플이 삼성은 물론 다른 업체들에서 부품을 공급받은 걸 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테슬라 초기 전기차 모델인 ‘로드스터’의 밸류팩(배터리 포장 패키지의 성능을 높인 제품)을 납품한 이후, S모델에의 배터리 탑재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삼성SDI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테슬라와 꾸준히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보다는 미래기술과 제품’에 방점을 두고 테슬라의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들과 자사 연구소에서 주기적인 미팅을 열고 있다. 테슬라 측 엔지니어들 역시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입지가 커지는 만큼 지난해 초부터 이들 3사를 대상으로 꾸준히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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