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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덩치 키운 M·N·K, 금융 빅뱅 불 댕겼다

중앙일보 2016.04.05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인수·합병(M&A)의 열풍이 이어지면서 증권업계가 한바탕 요동치고 있다. 전통의 강자들이 스러지고 M&A로 덩치를 불린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투자증권이 업계 1·2·3위로 부상했다. 이들은 ‘압도적 1위 질주’, ‘선두 추격’, ‘견고한 3강 체제 구축’이라는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벌써부터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5곳 중 3곳이 합병으로 탄생했다”며 “한국의 금융 빅뱅은 자본시장에서 불어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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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강자들 간판 내린 자본시장
박현주, 대우증권 회장 맡기로
"통합증권사 사명 미래에셋대우"
현대 품은 KB "한국형 메릴린치로"
NH "규모 더 키워 1위 탈환 할 것"

극심한 수수료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증권업계에 왜 초대형 증권사가 잇따라 탄생할까.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증권사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펀드 판매를 통한 수수료 중심의 기존 증권업 모델이 아니라 막대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자기자본투자(PI)와 자산관리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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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박현주 ‘압도적 1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미래에셋그룹이다. 박현주 그룹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이 예정된 대우증권의 회장직을 맡기로 4일 결정했다. 최일선에서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공식 직함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다만 박 회장은 바쁜 일정과 잦은 해외 출장 등을 고려해 대우증권 회장직을 비상근 미등기 임원 형태로 수행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인수 잔금 납부일인 7일 대우증권 회장직에 취임한 뒤 15일 양사 통합추진위원회 출범, 17일 양사 임원진 합동 워크숍 등 합병 작업을 속전속결로 지휘한다. 자기자본 7조75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통합증권사 출범 목표일은 10월1일이다.

박 회장이 밝힌 미래상 중 하나는 ‘한국의 노무라증권’이다. 일본 증권업계를 ‘노무라 대 비(非)노무라’로 양분할 정도의 압도적 1위 업체 노무라처럼 미래에셋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업체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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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 김용환 ‘증권 선두 추격’

미래에셋과 똑같은 방식으로 업계 1위에 올랐던 NH투자증권은 2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하지만 1위 재도전을 포기할 태세는 아니다. 오히려 2년 동안 ‘합병 리스크’가 거의 해소되면서 올해부터는 NH농협지주의 방대한 조직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을 본격적으로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는 “농협그룹이라는 캡티브 시장(계열사 등을 활용한 마케팅)에서 안정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분명 시장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NH투자증권은 단기간에 NH농협지주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150억6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2% 증가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융투자 등 비은행 분야를 미래 먹을거리로 여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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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윤종규 ‘견고한 3강 구축’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이 가는 건 역시 KB투자증권이다. 증권업계에서 미미한 존재였던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 합병이 완료되면 단숨에 자기자본 3조9000억원대의 업계 3위로 부상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통합 증권사를 발판삼아 그룹을 ‘한국형 BoA메릴린치’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008년 메릴린치증권을 인수한 뒤 은행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 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다. KB금융 측은 “은행과 증권이 결합한 이 모델을 참조해 한국형 유니버설뱅킹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B는 현대증권 인수를 끝내면 총자산 380조원 규모의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 현대증권 역시 한 때 업계 1위를 다퉜을 정도의 명가(名家)다. 이 때문에 통합 증권사가 이른 시일 내에 급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민은행의 뛰어난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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