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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예술가·관람객 잇는 소통의 장, 아이디어 샘솟는 창작 공간

중앙일보 2016.04.05 00:01 라이프트렌드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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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에는 갤러리·공연장·스튜디오·영화관 같은 예술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디자이너 민소미씨가 1일 상상마당 홍대 1층 디자인스퀘어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들고 서 있다.


서울 한복판에 한 해 140만 명이 찾는 7층짜리 건물이 있다. 유명 관광지, 백화점, 면세점이 아니다. KT&G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 홍대’다.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제품도 구입할 수 있다. 상상마당이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T&G 상상마당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민소미(28·여·서울 잠실동)씨. 민씨는 3년 전 꽃이 피는 머그컵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색깔이 변하는 컵은 종종 있지만 꽃이 피는 과정을 시각화한 경우는 드물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그려진 컵에 물을 붓는 순간 가지에서 연분홍 빛깔의 매화꽃이 만개한다. 민씨의 작품이 상품화될 수 있었던 건 KT&G가 운영하는 상상마당 덕분이다. 상상마당에서 민씨의 디자인을 채택해 미국 유명 디자인회사인 키커랜드(KIKERLAND)와 함께 제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세계 시장에서 수만 개가 팔려나갔다. 이를 계기로 그는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아 외국계 유명 광고회사에 취업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생활용품·문구류 등 2000여 점

서울 서교동에 있는 ‘상상마당 홍대’ 1층에는 민씨 같은 디자이너들의 제품이 즐비하다. 와인이 쏟아지는 순간을 표현한 받침대, 지우면 탈모가 시작되는 코믹 지우개,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술잔, 동전을 넣으면 배가 불러오는 토끼 저금통 같은 상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 있다. 판매장에는 180여 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생활용품, 문구류, 조명기구 2000여 점이 진열돼 있다. 민씨는 “단순하고 보잘것없는 디자인이 인기 상품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상상마당을 통해 많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재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상상마당은 디자이너들의 상품 개발과 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상상 디자인 어워드’를 운영한다. 재능은 있지만 수입이 적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디자인이 선정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 유통망을 가진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상품을 제작해 세계시장에 판매한다. 세계 디자인 전시회에도 출품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2013년에는 키커랜드, 2014년에는 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드 움브라(umbra)와 협업해 60개의 디자인 작품을 제품화했다. 올해엔 16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 20만 개를 판매한다.

무대에 목마른 인디밴드들도 상상마당을 찾는다. 연주실과 단독 공연을 마련해 주고 음반 제작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고사하고 연습할 장소조차 없는 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상상마당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던 예술가에게 상금뿐 아니라 공연장 대관권, 음원 제작을 지원한다. 혜택을 받은 뮤지션 가운데 여성 솔로가수로 활동하는 최민영(32)씨가 있다. 자신의 음악성을 알리고 싶어도 드러내고 공연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음반 제작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그는 지난해 상상마당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인 ‘써라운드’에 선정돼 이달 중으로 앨범을 발매한다. 앨범 제작과 기획공연에 들어가는 2500만원 전액을 상상마당이 지원했다. 다음달에는 라이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전기뱀장어’ ‘2STAY(투스테이)’ ‘드라이플라워’ ‘메리제인’ ‘소울라이트’ 같은 인디밴드도 상상마당의 도움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대단한 단편영화제’ 개최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독립출판, 사진 같은 비주류 문화예술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08년 개봉한 정병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우린 액션배우다’도 상상마당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상상마당은 2007년 영화 제작기획서를 받은 후 제작과 배급을 지원했다. 이 영화는 상영 11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해 그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4만5743명을 동원한 우문기 감독의 독립영화 ‘족구왕’, 201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도 상상마당 출신이다.

단편영화 지원도 한다. 단편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대단한 단편영화제’를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해 포스터도 만든다. 관객들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단편영화를 접할 수 있고,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상영할 기회를 얻는다. 상상마당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글쓰기, 인문학, 음악, 미술, 그림책, 피규어, 디자인 등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강좌가 열린다. KT&G 상상마당 이종엽 파트장은 “사회공헌 비중을 늘려 예술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소통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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