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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걱정 많은 그대, 투표하세요’

중앙일보 2016.04.04 00:34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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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구직중(28·가명)씨는 요즘 집에 들어가기가 두렵다. 매일 독서실에 머물렀다가 밤늦게 집에 간다. 부모님과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그는 2012년 미국의 명문 대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차가운 취업 현실이었다. 그해 6개월가량 국내 금융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이게 그가 기업 문턱을 넘어본 유일한 경험이다.

그는 매년 수십 곳의 기업 문을 두드렸다. 벌써 5년째다. 6개월 전부터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달에 수백만원씩 내면서 취업준비학원에 다닌다. 이력서 쓰는 법, 면접하는 법 등을 배우고 익힌다. 스펙이 부족한 것 같아 중국어학원도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영 자신이 없다. 지금 그에게 취업은 전쟁이고 삶의 전부다. 하지만 꽁꽁 닫힌 기업의 빗장은 그에게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울적한 마음에 술 한잔 마시고 집에 가면 “돈도 못 벌면서 그렇게 놀 수 있느냐”는 부모님의 핀잔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요즘 많은 사람이 따사로운 봄볕과 벚꽃을 즐기지만 청년 여덟 명 가운데 한 명은 불안한 봄을 맞고 있다. 올 2월 현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2.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실업자 기준을 1주간 구직활동을 한 사람에서 4주간 한 사람으로 늘린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실업률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30대는 3.4%, 50대는 2.6%에 불과하다. 공식 통계로 잡힌 청년실업자 수만 56만 명이다. 1년 전보다 무려 7만6000명이나 늘었다. 여기에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도 35만 명에 달한다.

실업으로 신음하는 청년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치인은 청년 실업 해결보다 ‘1진 놀이’ ‘줄세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 네 편 내 편 갈라서 싸우는 행태를 보면 ‘경제·민생’은 관심 밖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제 투표일이 다가오니 ‘청년을 위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치인이 진심으로 청년 문제 해결에 매달리도록 하기 위해선 청년 스스로 나서야 한다.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41.5%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54.2%였다. 투표율이 낮으니 정치인이 청년을 대하는 태도도 미지근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포퓰리즘 소리를 들으면서도 특정 집단을 위한 법률을 만드는 것은 그들의 높은 투표율 때문이다. 청년실업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느끼면 그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이다.

혹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청년이 있다면 나의 한 표가 나의 앞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마디 구호에 현혹되지 말고 누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지, 또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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