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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최경환은 리얼리스트, 유승민은 아이디얼리스트

중앙선데이 2016.04.03 01:30 473호 5면 지면보기

지난달 30일 대구 선대위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의원이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대구 동화사. 새누리당 대구·경북선거대책위원장인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스님들 곁에 있는 유승민 의원에게 다가갔다. “고생 많죠”라는 인사와 쓸쓸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최 의원은 곧이어 대구시·경북도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공천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오면 복당시킨다’고 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무소속 유 의원과 날을 세웠다. 최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대표의 ‘포옹 퍼포먼스’도 나왔지만 닷새 전 ‘옥새 파동’으로 대립했던 둘 사이엔 어색함이 묻어났다. 세 사람은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의기투합했던 ‘원박(元朴·원조 친박)’ 멤버들이다. 김 대표와 유 의원은 친박을 떠났고 최 의원은 남아 있다.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 친박으로 남는 자와 비박으로 떠나는 자들 사이엔 정치적 이해관계 외에 다른 차이는 없을까.


대구 혈투 벌이는 그들, 심리·성격 분석

중앙SUNDAY는 이들의 심리적 특성에서 답을 얻으려 시도했다. 미국 심리학자 코스타와 매크레이가 개발한 ‘빅5 성격 특성’ 모델은 인간이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 등 5차원의 성격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상정한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 중 ‘친화성’ 차원으로 분석하면 누구는 친박으로 남고 누구는 떠나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친화성’은 타인에게 반항적이지 않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성향을 말한다.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관계 중심적이고 어떻게든 상대방을 만족시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친박 인사들 친화성 높을 가능성 커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그의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는 친박 인사들은 친화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는 이런 성향의 친박계들을 ‘종박(從朴·무조건 추종하는 친박)’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대로 비박인 유 의원 같은 경우 자신의 신념이 인간관계나 권위와 충돌할 때 신념을 택하는 성향으로 친화성이 낮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는 인간의 성격을 5가지(리얼리스트·로맨티스트·휴머니스트·아이디얼리스트·에이전트) 유형으로 분류한 WPI 모델을 적용해 친박과 비박 정치인의 특성을 분석했다. 황 박사에 따르면 ‘리얼리스트’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주어진 상황과 대세에 자신을 맞추며, 착한 사람이 되려 하는 성향이 강한데 친박계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고 한다. 반면 비박계는 ‘휴머니스트’나 ‘아이디얼리스트’가 많다. 주어진 일 자체보다 그 일에 뛰어든 동기를 중시하고, 자유분방한 성향이 강한 이들이 휴머니스트다. 아이디얼리스트는 옳은 일이라 판단하면 남과 부딪히더라도 과감히 하는 타입이다.



황 박사는 “황교안 총리는 전형적 리얼리스트로 볼 수 있고 최경환·윤상현 의원은 휴머니스트 성향이 가미된 리얼리스트다. 대통령에게 맞추려 하면서도 명분을 중시하는 김 대표는 리얼리스트 성향이 가미된 휴머니스트로 볼 수 있다. 유 의원은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유형일까. ‘로맨티스트’와 ‘에이전트’ 성향이 섞여 있다고 황 박사는 분석했다. 로맨티스트는 완벽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강하며 자신의 감정을 고려해주지 않은 타인에게 야속함을 느낀다. 에이전트는 주어진 과제의 처리를 중시하며 스스로에게 엄격해 타인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황 박사는 “이런 유형이 권력을 쥐게 될 경우 가장 궁합이 맞는 건 리얼리스트다. 반면 휴머니스트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면서 ‘오버한다’는 생각을 갖고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아이디얼리스트와는 처음엔 잘 맞을 수 있어도 얼마 안 가 ‘제 멋대로 한다’고 느낄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부하 요구했는데 …”실제 김 대표는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면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수십 번을 싸웠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한번은 저녁 회식 자리에서 김 대표가 ‘선거 자금이 다 떨어졌다’며 박 대통령에게 삼성동 자택을 팔자고 했다가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2012년 대선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을 때도 다른 참모들이 박 대통령의 눈치만 살필 때 “책임은 내가 진다”며 ‘선 집행, 후 보고’를 지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시키는 일만 잘하는 ‘부하’가 될 것을 요구했는데 김 대표는 자신을 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 했다”고 당시 캠프에 참여했던 한 비박계 전 의원은 회고했다.



유 의원도 2012년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할 때 이를 강하게 반대하며 사이가 더 틀어졌다. 당 관계자는 “다른 이들이 새누리당의 빨간색 점퍼로 갈아입고 난 후에도 유 의원은 한나라당의 파란색 점퍼를 입고 다닐 정도로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영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 다른 탈박 인사들도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성향이다.



반면 최 의원은 줄곧 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자 명분임을 보여왔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지원하는 모습이 본인 이미지에 도움 될 게 있겠나. 욕을 먹으면서도 대통령의 뜻에 자신을 맞추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친박과 탈박의 갈라섬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과거 상도동계·동교동계엔 ▶강한 정치 지향성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며 끈끈해진 내부 동질성이란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지만 친박계에는 그 두 가지가 없거나 아주 약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 개별 정치인 간 양자 관계의 총합일 뿐이란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구성원 간 수평적 연대의식이 없고 조직을 통솔하는 좌장이나 2인자도 없다. 자신의 무게감을 키워 더 큰 정치에 도전하려는 정치인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2009년 친이계 주류로부터 원내대표 직을 제안받았을 때 본인은 긍정적이었지만 박 대통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유 의원 역시 2011년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에 오른 이후 본인의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결국 끝까지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친박계로 남을 수 있다는 논리로도 연결된다. 박 대통령이 최근 비박계를 겨냥한 듯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일이 단적인 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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