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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빛 쏘아 ‘치매 단백질’ 파괴하는 동물실험 성공

중앙선데이 2016.04.03 01:21 473호 27면 지면보기

타우단백질은 베타아밀로이드 등을 청소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타우단백질이 엉키며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신경세포가 파괴된다.



손주를 못 알아보는 할머니, 그런 치매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족은 하루하루가 우울한 날이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치매환자도 증가한다. 치매는 지난 5년 사이 87% 증가해서 국내 65세 이상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치매환자다. 80대 부부 중 한 명이 치매가 될 확률은 무려 44.6%다.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 치매 없는 노년을 맞이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고스톱을 배워야 할지 아니면 매일 걸어야 할지 궁금하다.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 치매 정복 어디까지

 

정상뇌(왼쪽)와 비교한 치매 뇌의 특징. ①줄어든 대뇌피질 ②늘어난 빈 공간 ③줄어든 해마.



늙는다고 모두에게 생기는 병 아니다필자는 대학원생들과 매주 연구 미팅을 한다. 매일 보는 대학원생들이지만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이름대신 ‘자네’라는 대명사가 종종 사용된다. 물론 대학원생들은 이런 나의 망각증세를 눈치 못 챘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치매 증상인가. 다행히 5분 후에 그 대학원생 이름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치매는 아니고 건망증이 심해진 모양이다. 만약 이름이 다음날까지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치매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대화만으로도 치매증상을 알 수 있다. 작년 프랑스 연구팀에 의하면 대화분석만으로도 치매를 87%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대화 도중 고유명사 대신 ‘그것 (thing)’이란 단어가 늘어나면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미리 진단할 수 있으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치매(dementia)는 ‘정신(mentia)이 빠져나간(de)’ 뜻의 단어로 어리석을 치(癡), 어리석을 매(?)다. BC 5세기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인생을 6단계로 구분해서 5단계(63~79세), 6단계(80세 이후)는 도달하기 힘들지만 그때가 되면 다시 어린 아이처럼 지능이 떨어진다고 했다. 아주 오래 전에도 정확히 치매를 예측한 셈이지만 틀린 점이 한 가지 있다. 5·6단계, 즉 나이가 든다고 모두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노화에서는 생각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정확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판단력도 유지된다. 새로운 것을 기억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옛 기억은 그대로여서 오랫동안 쌓여있는 경험과 지식은 ‘노인의 지혜’로 온전히 남아있다.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지만 늙는다고 모두 치매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개별 노화 차이가 심하다.



영국 런던킹즈대학 연구팀은 개인의 노화를 알 수 있는 유전자 160개를 선정, 조사했다. 같은 50세라도 30세 같은 ‘젊은 중년’이 있는 반면 70세 같은 ‘늙은 노인’이 있었다. 건강 차이는 70대에 최대로 벌어져 건강수치가 4배 이상 난다. 40대는 직장 자랑, 50대는 자식, 60대는 돈, 70대는 건강 자랑한다는 우스개가 빈 말이 아니다. 다른 병과 달리 치매는 왜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건가.



치매는 갑자기 발병하기 보다는 5년간의 초기, 12년의 중기, 3년의 말기를 거치면서 점점 정도가 심해지는 ‘진행성 두뇌 퇴화증’이다. 치매증상이 보일 때에는 이미 두뇌는 정상 노화를 벗어나서 많이 망가진 상태다. 치매치료제가 없는 이유다. 평상시 늘 가던 장소를 못 찾는다든가, 땅콩 잼을 식빵의 안쪽에 바르지 않고 바깥부분에 바른다든가, 슈퍼에서 돈 계산이 안 된다든가, 모든 일에 흥미·의욕이 없어지고 쉽게 우울해지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이 일상화되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다행히 초기라면 약물치료로 말기 증상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는 백발을 막을 수 없듯 뇌세포의 퇴화를 거슬러 청년 세포로 만들 수는 없다. 치매를 미리 진단하는 것만이 그나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치매는 사망 원인 6위로, 진단 후 8~10년 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기도 하다. 현재 과학은 이제 치매를 겨우 알아가고 있다. 치료제 개발의 핵심은 조기진단이다. 즉, 병이 언제,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분자수준에서 ‘볼 수’ 있어야 그에 맞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최근 과학은 두뇌를 분자수준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 (베타아밀로이드, 적색)가 치매 쥐의 기억담당세포(녹색) 부근에 생겼다.



그리드 세포 손상과 치매 관련성 ‘주목’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60%), 혈관성치매(25%)로 구분된다. 혈관성치매는 뇌의 작은 혈관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막혀버려 생긴다. 반면 알츠하이머는 비정상 단백질 뭉치(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가 뇌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시냅스(세포-세포 연결점)를 파괴해서 기억력·사고력이 급감한다. 현재 치료제 연구는 비정상 단백질 뭉치 형성을 막거나 뇌 신호전달물질(아세틸콜린)을 높여주는 물질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종류는 5개이고 그 중 3개가 신호전달물질(아세틸콜린)을 높여주는 치료제다. 하지만 치매치료제가 임상시험을 통과하는 비율은 불과 3%로 다른 신약의 13%에 훨씬 못 미친다. 복잡한 뇌의 신호전달과정에서 효과적인 치료 목표를 찾기가 쉽지 않고 또 치료제의 효과를 눈으로 금방 확인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치매 진단이 만만치 않다. 두뇌촬영 기기(MRI·CT·PET)들로 이미 진행된 치매는 확인할 수 있지만 치매 가능성을 미리 진단하기는 힘들다.



작년 유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는 치매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발표됐다. 독일 연구진은 단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입출력 부위(내후각피질)에 내비게이션 지도 역할을 하는 세포(그리드세포)가 있음을 확인했다. 입체안경을 쓰고 가상지역을 운전하면 뇌의 그리드 세포가 가상지도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것을 fMRI(기능성자기공명장치)로 확인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자기 아파트를 못 찾아서 헤매는 이유가 이 부분이 망가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라도 이 세포 이상 여부를 미리 조사해보면 20년 후 치매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 뇌의 그리드 세포는 운동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뉴로사이언스’ 잡지에 의하면 정상 쥐는 달리는 속도에 따라 그리드 세포의 활동이 증가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이런 지도가 손상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결국 자리보전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운동과 공간 감각을 담당하는 세포를 발견한 것과 동시에 이들 뇌세포를 외부에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 치매치료제를 분자수준에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셀(Cell)’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쥐에게 빛을 쪼이기만 해도 치매를 생기게 할 수 있다. ‘광유전학( Photogenetics)’이라 부르는 이 기술은 뇌세포에 푸른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쬐여서 특정 유전자를 작동시킨다. 덕분에 치매 유발물질인 단백질뭉치(베타아밀로이드)가 왜, 어떻게, 언제 생기는가를 알 수 있게 됐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서 치매물질이 생기는 과정을 밝힘으로서 치매 연구의 중요한 고비를 넘어섰다. 치료제 개발에도 광유전학이 한 몫을 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빛을 쥐의 두뇌에 쬐여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막는 방법을 개발했다. 즉 ‘포르피린’이란 물질을 쥐의 혈관에 공급해서 뇌에 도달하게 한 후 뇌세포에 LED 빛을 비추었다. 이 빛은 포르피린을 활성화해서 베타아밀로이드를 파괴시켜 치매가 개선됨을 확인했다. 즉, 치매치료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제 두뇌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기도 하고 뇌세포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는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과학이 실제 환자에 적용되기 까지, 생활 속 치매예방법은 무엇일까.



 



‘노인 쓸모없다’ 생각하면 치매 잘 걸려‘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하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시대 탄로가(嘆老歌)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이처럼 한탄만 하지 말고 오는 백발을 맘 편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예일대 연구에 의하면 ‘노인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치매에 더 걸렸다. 28년 추적조사 결과,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두뇌 해마가 더 빨리 줄어들고 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 덩어리도 더 많았다. 뇌가 생각만으로도 시냅스 연결이 튼튼해지고 새로운 뇌세포도 형성된다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을 생각해보면 이런 연구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필자의 어르신은 아흔이 넘어서도 거의 매일 고스톱을 치셨다.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10원짜리 동전내기를 하고 점심도 같이 지어 드셨다. 이야기하고 손을 움직이고 머리도 써야하는 고스톱이 치매예방에는 최고다. 학력이 높을수록 치매확률이 낮다는 통계도 두뇌활동이 예방법임을 대변한다. 독서·글쓰기는 두뇌를, 걷기 운동은 몸을 버티게 한다. 치매예방은 다른 건강유지 수단과 다르지 않다. 다만 두뇌를 더 움직여주는 것이 뇌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알려진 최소한의 방법이다.



 

레이건 대통령과 배우 찰턴 헤스턴(왼쪽). 후일 두 사람 모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1994년 연설문은 치매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다잡아준다. “아직은 괜찮다고 느끼는 지금, 나는 신이 나에게 준 이 땅위에서의 나머지 인생을 지금까지 항상 해온 일들을 하면서 지낼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내가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점차 심해지면 가족들이 힘든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나는 내 아내 낸시를 이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구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 때가 오면 여러분의 도움으로 그녀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굳게 맞설 것이라 믿습니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ek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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