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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悅而諍 -화열이쟁-

중앙선데이 2016.04.03 00:48 473호 29면 지면보기
공자(孔子)는 상대와 장소에 따라 말을 가렸다.



“조정에 나아가 하대부와 이야기할 때는 화목하고 즐거웠으며, 상대부와 이야기할 때는 공손하면서도 정직한 태도였다(與下大夫言 侃侃如也 與上大夫言 誾誾如也).”


漢字, 세상을 말하다

『논어(論語)』향당(鄕黨)편이 전하는 공자의 모습이다. 직급이 낮은 관리와 간간(侃侃)했다는 것은 화락(和樂)한 모습, 화평하게 서로 즐겼다는 의미다. 한자 간(侃)은 ‘화락하다’와 ‘강직하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간간(侃侃)만 쓰면 말투가 강직함을, 간간여(侃侃如)는 화락함을 뜻한다. 주자(朱子)는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근거로 ‘강직함’으로 풀었지만 어색한 설명이다.



고위직과 만날 때 은은(誾誾)했다는 것을 주자는 화열이쟁(和悅而諍)으로 풀이했다. 평화롭고 기쁜 자세로도 정직하게 잘못된 점을 고치도록 간쟁(諫諍)했음이다.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중정(中正)의 태도다.



‘화열이쟁’의 대표 사례로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와 임연(任延)의 대화가 꼽힌다. 임연을 서쪽의 교통요지 무위(武威) 태수로 임명하는 자리에서 광무제는 “상관을 잘 섬기어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라(善事上官 無失名譽)”고 당부했다. 임연의 대답이 걸작이다. 임연은 “충신(忠臣)은 사정(私情)에 얽매이지 않고, 사정에 매이는 신하는 불충(不忠)이며, 바른 것을 이행하고 공정함을 받드는 것(履正奉公)이 신하의 도리요, 상관과 부하가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것은 폐하의 복이 아니오니, 상관을 잘 섬기라는 분부를 신은 따를 수 없습니다”라며 황제의 명을 거역했다. 광무제는 탄식하며 “그대의 말이 옳소”라고 수긍했다.



서슬퍼런 황제 앞이라도 거슬리지 않게 할 말은 하는 자세가 화열이쟁이다. 제왕은 간쟁을 중시했다. 중국 황제는 해마다 동지(冬至)에 베이징 천단(天壇)을 찾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하루 전 목욕재계 한 뒤 재궁(齋宮)에 머물렀다. 재궁에는 재계동인정(齋戒銅人亭)이란 정자를 세웠다. 간언하는 신하의 동상을 모시던 곳이다. 당(唐) 위징(魏徵)을 본떴다.



다시 선거철이다. 화열이쟁에 능할 선량(選良)을 찾아 한 표를 행사할 때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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