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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납치범과 인증샷 ‘간 큰 승객’

중앙일보 2016.03.31 02:25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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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폭탄 벨트를 두른 납치범과 인증샷을 찍은 벤 이네스(오른쪽). 폭탄은 가짜로 드러났다. [사진 트위터]

자살폭탄 벨트를 두르고 자신이 탄 여객기를 공중 납치한 범법자와 나란히 서서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 영국인 벤 이네스(26)는 가능했다. 그는 지난 29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가려다 공중 납치돼 지중해의 키프로스에 비상 착륙한 이집트항공 여객기의 55명 승객 중 한 명이었다. 이집트인 납치범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59)의 마지막 승객 인질 3명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이집트 항공기 탄 20대 영국인
지인에 사진 보내며 “뉴스 봐라"

이네스는 “승무원에 통역을 요청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물었고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좋다고 답해서 그 옆에 서서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폭탄 벨트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며 “폭탄이 진짜더라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내 인생 최고의 사진”이란 말도 했다. 그는 이후 지인들에게 사진을 보내며 “뉴스를 보라”고 말했다.

그의 행동을 두고 전문가들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질색했으나 지인들은 자랑스러워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의 한 친척은 “오직 벤만이 (그 상황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감탄했다.

납치범 무스타파의 자살폭탄 벨트는 가짜로 드러났다. 핸드폰 케이스를 얼기설기 엮은 것들이었다. 무스타파는 인질극 당시 전처에게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가 다시 망명 의사를 밝히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 항공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무스타파가 자살폭탄 벨트 비슷한 걸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알렉산드리 공항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군가 폭탄처럼 보이는 걸 소지한 채 “폭탄”이라고 주장했을 때 어떤 대응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지난 22일 브뤼셀 공항 테러 때엔 체크인 공간의 안전 문제가 제기됐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처럼 아예 공항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비용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대테러 전문가 사이먼 베넷은 “(공항만 안전을 강화하는 건) 위험 요소를 없애기보다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범들이 공항이 아닌 다른 다중 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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