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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1억 지원하면 매출 5억, 특허출원은 134% 늘었다

중앙일보 2016.03.3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과 벤처 육성은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꼽는 과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 분야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창업 자원 사업들이 나왔다. 지난 3년간 미래창조과학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인터넷진흥원(KISA)·데이터베이스진흥원(KODB)·본투글로벌센터 등이 운영한 창업지원 프로그램만 27개였다. 미래부는 지난해 이를 통합·연계해 ‘K-글로벌 프로젝트’로 재정비하고 정책지원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렇다면 성과는 어떨까.

K-글로벌 프로젝트 성과와 과제

작년 733개사에 370억 예산 투입
“기술 창업 아는 심사위원 늘리고
대기업, 스타트업과 협업 강화를”

 올해 초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실시한 K-글로벌 프로젝트 성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래부 지원을 받은 ICT 스타트업은 총 733개였다. 이들 회사에 총 37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고, 정부 지원금의 2.7배(1021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이 스타트업들로 흘러 들었다.

기술 창업의 성과를 볼 수 있는 특허출원도 전년(누적 485건)보다 134%(1135건)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 1곳당 특허출원 건수가 3.9건으로 높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지원 받은 기업의 3.4%에 불과했다.

 임형규 NIPA 글로벌 창업팀장은 “올해부터는 하드웨어와 사물인터넷(IoT) 분야 창업을 더욱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스타트업들도 반기고 있다. NIPA·중소기업청 등의 사업에 세 차례 선정됐던 박찬종 아이데카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 덕분에 갔던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로부터 멘토링을 받고 사업 방향을 수정한 것이 너무 다행이었다”며 “최근엔 코트라(KOTRA)를 통해 해외 고객사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술창업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배출하려면 보완도 필요하다.

 이선웅 ASD코리아 대표는 “외국인 직원들이 많으면 국내 정책자금을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며 “국적보다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탐낼만한 기술을 가진 글로벌 B2B 기업을 키우는 데 지원을 강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술창업의 특성을 감안해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후발주자들이 쉽게 베끼기 어려운 혁신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려면 탄탄한 연구개발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기초과학 연구가 약한 국내에선 쉽지 않다.

투자자들도 당장 매출이 발생하는 O2O(Online to Offline)나 커머스 스타트업을 두고 2~3년 이상 기다려야하는 기술창업에 투자하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이런 사각지대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일부 지원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기술분야를 잘 모르는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탈 전문가들이었다”며 “당장 돈을 못 벌어도 잠재력이 크거나 도전해볼만한 기술이라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검색업체 엔써즈를 창업해 KT에 매각했던 김길연 본엔젤스 파트너도 “기술창업은 O2O 앱과 달리 글로벌 성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길게 보고 육성해야 한다”며 “기술 분야의 고급 인재풀을 늘리는 데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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