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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비아그라 골라내는 ‘족집게 카메라’…출시도 전에 "사자"

중앙일보 2016.03.31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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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티오의 식의약품 판별 카메라(시제품).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2016에서 4년차 스타트업 스트라티오는 손바닥 크기 만한 휴대용 카메라로 주목을 받았다. ‘링크 스퀘어’라는 이름의 이 카메라는 비슷해보이는 파란 알약 3개에 광선을 쏴 어느 게 진짜 비아그라 약이고, 어느게 가짜 혹은 복제약인지 정확히 구분해냈다. 카메라 속 분광기(分光器)가 물질의 성분을 분석해 카메라와 연결된 스마트폰 화면에 그래프로 보여주고 판별하는 원리다. CES에서 화제가 된 링크스퀘어는 출시 전에 미리 주문도 받았다.

외산 1/100 가격 근적외선 센서 기술
무인자동차·드론 시장 진출 가능

보다폰에 공급하는 클라우드 SW
건물 안에서도 잘 터지는 내비 등
기술력 내세운 제품 잇단 결실

 이제형 스트라티오 대표는 “링크스퀘어는 식·의약품의 진품 여부, 신선도를 판별하는 특수 카메라”라고 소개했다.

 일반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이미지 센서는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어느정도 잘 만들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분을 분석하고 검출하는 센서를 만드는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다. 스트라티오는 이 시장을 노렸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값비싼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기존 업계보다 100배 이상 저렴하게 만드는 원천기술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는 30만 화소(VGA)짜리 기본 사양조차도 1개당 1만 달러 이상의 고가 부품이다. 이 대표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보안카메라·야간투시경 시장 또는 무인자동차·드론용 핵심 부품(비전) 시장을 뚫겠다”고 말했다.

 스트라티오는 현재 무인차 시대를 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제조사들과 부품 공급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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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기술 스타트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좀처럼 성공 사례를 내지 못 했던 클라우드나 이미지 센서 같은 기술 분야에 도전한 이들이다.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이들에 대한 민간의 엔젤투자, 미래창조과학부 K-글로벌 프로젝트 등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 정책들이 더해지며 척박한 기술창업 분야에 싹이 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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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라티오는 3년 전 미국 스탠포드대 출신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다. 반도체를 공부한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이 대표가 대기업이나 대학으로 가려던 친구들을 설득해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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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에 취업하는 한국인이 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가 직접 실리콘밸리 기업을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며 “‘원천기술 없이는 기술창업이 아니다’는 소신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스트라티오는 2013년 한국지사 설립 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중기청 등의 창업 지원을 받았다. 2014년부터는 2년 연속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프로젝트에 선정돼 연구개발비 9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엔 SK하이닉스가 이 회사에 22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외, 민관에서 고루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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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코리아의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다이크’.

 대기업에서 뛰쳐나온 창업가들이 뛰어난 소프트웨어로 국내외 대기업들과의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뚫은 경우도 있다. 기업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클라우다이크’를 개발한 ASD코리아다.

2013년 설립된 ASD코리아는 세계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과 러시아 통신사 메가폰, 터키 가전회사 베스텔에 클라우다이크를 공급하고 있다. LG와 KT도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클라우다이크를 적용했다. 이 회사의 이선웅(43) 대표는 “얼마 크지 않은 시장을 놓고 대기업과 경쟁하는 내수보다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다”고 말했다.

 ASD코리아의 주축은 러시아와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다. LG전자 모스크바 주재원이던 이 대표는 구글·램블러(러시아 검색엔진) 출신 개발자들과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창업했다.

이들은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는 오픈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다양한 상황에 적용가능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통신사가 클라우다이크를 쓰면 자기 브랜드의 클라우드 서비스(보다폰 백업플러스, KT 유클라우드 비즈 등)를 만들 수 있어 드롭박스·구글 드라이브 같은 글로벌 서비스들과 경쟁할 수 있다. 보안상 이유로 외부 클라우드를 꺼리는 대기업들도 ASD의 타깃 시장이다.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오픈스택(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컴퓨팅)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도하는 러시아 개발자들과 공동창업으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며 “B2B 시장에서 기술창업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들이 대기업에서 더 나와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래부 KIC(글로벌혁신센터)의 보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후속 투자를 유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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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데카의 지구 자기장 활용 실내 위치 측정.

 위치기반 기술 스타트업인 아이데카도 정말한 측위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아이데카는 비콘이나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서도 스마트폰에 있는 지구자기장센서를 활용해 지도를 만들고 사용자의 현 위치를 오차범위 1m 이내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기존 내비게이션 앱이나 지도 앱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술관 오디오가이드를 개선해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창업은 현재 네이버·LG·신세계 등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술로 발전했다. 지난해엔 일본계 벤처캐피탈(VC)인 글로벌브레인과 네이버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박찬종 아이데카 대표는 “별도 장치 없이도 실내 위치를 측정하는 기술이라 쇼핑몰의 위치기반 서비스는 물론이고, 기업 보안시장 등에 폭넓게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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