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증 환자 중소병원 보냈더니…‘시장통 응급실’ 숨통

중앙일보 2016.03.30 03:22 종합 16면 지면보기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국내 종합병원 의료시설 중 가장 붐비는 곳이다. 지난해 이 병원의 응급실 과밀화지수(응급실 병상 수 대비 환자 비율)는 182%로 1위였다. 응급실 병상이 100개라고 가정할 때 환자가 모두 차지하고 나머지 환자 82명은 간이침대나 의자, 바닥 등에서 기다리는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전북대병원 등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이나 지방 국립대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대병원 가이드라인 도입 뒤
응급실 체류시간 평균 30분 줄어

그런데 이런 대형병원이 응급실에 몰리는 환자에 대해 입원 여부를 판단한 뒤 중하지 않은 일부 환자를 중소병원으로 이송하는 조치만 제대로 이행해도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무턱대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이 2005~2010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27만151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기사 이미지

서울대병원은 2007년 7월부터 전원(傳院·병원을 옮김)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응급실 환자들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진료해 48시간 이내 입원 조치할지 아니면 중소병원으로 전원할지 결정한다. 가이드라인 시행 이전 서울대병원에서 중소병원으로 이송하는 환자 비율은 3.2%였으나 시행 이후 5.5%로 증가했다.

이처럼 이송 환자 비율이 2.3%포인트 늘어나면서 환자들이 응급실에 머무르는 평균 체류시간은 시행 전 8.5시간에서 시행 후 8시간으로 약 30분 정도 감소했다. 응급실 진료를 받고 입원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33.6시간에서 31.1시간으로 2시간30분 줄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국 환자들이 우리 응급실로 몰리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그나마 숨통을 틔우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른 대형병원들도 과밀화를 해소하려면 중소병원과의 환자 이송 연계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환자들이 작은 병원으로 옮기는 데 동의할 수 있도록 진료 과정에서 신뢰감을 줘야 한다 ”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