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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해결 답은 현장에 있는데…정치인은 선거 때만 가”

중앙일보 2016.03.29 02:45 종합 8면 지면보기
택시기사는 운전을 하며 민심을 실어 나른다. 마치 택배같이. 중앙일보가 큰 이슈 발생 시 직접 기자가 택시를 운전(taxing)하며 시민의 목소리(voice)를 듣는 연중 기획물(‘보이스택싱’)을 마련한 이유다.

박민제 기자 ‘보이스택싱’
택시 몰며 총선 민심 듣다

택시 운행을 위해 택시 운전 자격증을 가진 사회부 박민제 기자가 서울 금천구의 ‘오케이택시’에 임시근로자로 취업했다. 승차요금은 무료. 인터뷰는 사전에 동의하는 승객에 한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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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택싱’은 일반인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도 함께 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에 택시 승객으로 참여했다.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트는 모바일 중앙일보(mnews.joins.com)에서 볼 수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지난달 22일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2일 전원책 변호사가 승객이 돼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때 못다 한 얘기는 27일 추가 인터뷰로 보완했다.

|택시로 초청해 만난 박원순 시장
“일자리·노후·남북문제 심각한데 정치가 해결 못하고 걱정만 끼쳐”

 
  

“나도 정치인이지만 정치에 문제가 많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20분 서울시청 앞에 서울 34아 7994 번호판(오케이택시의 94호 차)의 황토색 택시가 스르르 정차했다. 뒷문을 열고 승객석에 앉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숨을 돌린 뒤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의 목적지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청계천변을 따라 5㎞ 구간을 30여 분간 운행하는 동안, 그는 총선 국면에서 보고 들은 현장 민심과 정치권에 대한 시각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정치판 돌아가는 걸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국민이 먹고사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에 가서 봐야 한다. 그런데 어디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이 현장에 가나. 선거 때나 표 얻으려고 가지. 결국 (국민들은) 할 수 없이 차선, 차악을 뽑게 된다. 요즘 정치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 별로 없잖은가.”
야당이 나뉘었는데(※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분열을 의미).
“안타깝다. 이번 총선은 사실 현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성격, 즉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다. 과거 중간평가에선 야당이 유리했는데, 지금은 내부가 분열되면서 중간심판이라는 성격이 안 살아나는 것 같다.”
야당 통합을 위해 역할을 할 건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대표 간 간극을 줄이려 노력해 왔다. 완전한 통합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분리됐고 서로 감정이 쌓였으니까. 하지만 더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양보할 수 있는 게 정치가 아닐까. 이번 총선에서라도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시민들과 접촉이 많을 텐데 최근 민심은 .
“먹고사는 문제를 제일 불안해하더라. 미래가 불안하니까 당연한 현상이다. 어느 시대나 그랬겠지만 지금이 훨씬 심각하다. 자기 직업이나 노후, 청년 일자리, 남북 관계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아닌가. 우리 정치인들이 잘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층 좌절도 심각하다.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와 달리 계층이 고정화되고 사회적 지위가 계승되는 단계에 와 있다. 신분 상승이 굉장히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서울시도 최근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치인들이 이런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협력 관계로 만들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박 시장은 이날 시설관리공단 일정을 마친 뒤 서울시립대 졸업식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에게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 대한 현실적 조언을 부탁했다.
 

내가 별명이 사회적 점쟁이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 시민운동을 하면서 성공한 프로젝트가 많다. 성공 비결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통찰력이다. 우리 젊은이들도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올해 소망이 있다면.
“시민들이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경제적 어려움이나 살림살이 이런 게 조금은 더 좋아지면 좋겠다.”

보이스택싱은 여야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된 직후인 27일 박 시장에게 추가로 이번 공천 과정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국민이 할 것이다. 다만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정치가 걱정하게 되길 바랄 뿐이다.”


|‘썰전’ 전원책 변호사도 쓴소리
“편가르기·약자행세, 선거서 먹혀 … 우리 민주주의는 아직 미성숙”

 
  

“정치인들이 (민심을) 안다는 건 전부 거짓말이다.”

지난 2일 오후 5시쯤 보이스택싱 손님으로 승차한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다. 전 변호사는 올 초부터 JTBC 시사예능 프로그램인 ‘썰전’에 출연, 정치시사 분야 패널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동문 맞은편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이동하는 50여 분 동안 전 변호사는 정치권의 부조리와 공천 과정에서의 병폐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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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택싱’은 일반인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도 함께 전한다. 전원책 변호사가 이달 2일에 택시 승객으로 참여했다. 동영상 등 디지털 콘텐트는 모바일 중앙일보(mnews.joins.com)에서 볼 수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공천 때문에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심사를 한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하나. 이한구 위원장이 후보들 10여 분 면접 보고 나서 한 말이 걸작이다. ‘보석 같은 사람을 몇 사람 찾았는데 이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10여 분 만나보고 그걸 알아보나. 그거야말로 공천의 룰을 깨겠다는 거 아닌가. 이런 이상한 민주주의가 어딨나 싶다. 친박·비박 싸우는 게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박수를 쳐 줘야 한다. 근데 지금 싸우는 건 공천권을 둘러싼 패거리 다툼 같다.”
살생부 논란도 있었다.
“살생부가 왜 없겠나 . 18대는 친박학살, 19대는 친이학살, 이번에는 비박학살인데. 종이에 타이핑한 것만 살생부인가.”
야당도 난리다.
“야당이 분열될 때 내가 장담한 게 있다. ‘일여야다(一與野多)’ 될 거라는 걱정 하지 말라. 이합집산하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를 얘기했지만 결국 자기 살려고 나간 것이다. 하지만 합쳐지게 돼 있다. 호남에선 각개약진이 가능할진 모르지만 수도권에선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다 죽을 테니까. 국민의당에 수도권에 낼 만한 후보가 없기도 하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후진적 민주정치가 안고 있는 모든 병폐를 보여주고 있다.”
총선 결과는 어떻게 보나.
“선거는 첫째가 인물 경쟁, 둘째가 이슈 경쟁이다. 난 여야가 전부 바보짓 하고 있다고 보는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나마 더민주가 풀릴 수 있는 요인을 많이 만들었다고 본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보면 기절할 판이다. 우리가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했는데 20대는 정말 ‘최악악’의 국회가 될 판이다.”
뭐가 문제인가.
“우리 민주주의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단계라서다. 선거판에서 먹히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편 가르기와 약자 행세다. 강남·강북, 가진 자·못 가진 자, 배운 자·못 배운 자 편을 나누고 다수편에 서면 인기를 얻는다. 권력자에게 저항하다 탄압을 받아도 점수를 딴다. 이런 게 미성숙 민주주의다.”
 
▶관련 기사 민심을 듣는 택시 ‘보이스 택싱’

전 변호사에게 공천이 마무리된 27일 추가로 의견을 물었다.
 

막장이었다. 새누리당은 보이지 않는 커튼 뒤 권력의 존재가 공천을 좌우했다. 더민주는 대선을 위한 단일대오를 만들기 위한 공천을 했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한 ‘도생(圖生) 정치’를 보여줬다. 말만 민주주의지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자신들을 위한 패거리 정치를 진행한 것이다. 과거 YS 때나 DJ 때는 민주화 등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뭘 위한 것인가. 정말 이전투구였다.”


글=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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