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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 놀랄 정도로 폭넓고 역동적”

중앙일보 2016.03.29 01:20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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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의 『훌』을 읽고 있는 데보라 스미스. 그는 배씨의 작품도 번역했다. [사진 데보라 스미스]


“간결하고 서정적 산문.”(파이낸셜타임스)

『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NYT·FT, 이례적으로 번역 호평


“부드러운 듯 날카롭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뉴욕타임스)

최근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영역본이 해외에서 조명 받으면서 번역자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보라 스미스(28)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9년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뒤 번역자가 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결정하기 전까진 한국과 무관했다. 한국인을 알지도,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 한국 소설 역시 본 적이 없다.
 
2010년 런던대 소아스(SOAS) 석사과정 한국어과에 진학한지 2년 만에 작품을 번역했다.
“읽기를 통해 한국어를 익혔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르게 말하진 못한다. 젊은이간에 쓰는 말이나 속어는 못 알아듣는다. 처음 번역할 땐 사전을 많이 찾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는데.
“(2012년) 소아스 박사과정 중 출판사가 ‘읽어보고 얘기해달라’며 그 책을 건넸다. 약간 번역해서 보냈는데 ‘출판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형편 없는 번역이었다. 이듬해 런던도서전을 앞두고 출판인들을 만났는데 ‘펴낼 만한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떠오른 게 『채식주의자』였다. 1년 전 것을 고쳐서 보냈더니 출판사가 바로 다음날 ‘놀랍다’며 내자고 했다.”
한국어와 영어는 많이 다르다.
“한국어는 상대적으로 모호한 언어다. 영어는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번역하면서 동시에 설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과해선 안 됐다. 모호성은 작가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언론들이 번역을 칭찬했다.
“기분 좋은 일이다. 리뷰에서 번역가를 언급하는 게 늘 있는 일은 아니어서다.”
자신의 글을 쓰고 싶지 않나.
“청소년기엔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만의 스타일이 없었다. 무엇을 쓰든 직전에 읽은 것처럼 썼다. 따라 하려는 게 아닌데도 그랬다. 대학 졸업 무렵 ‘그렇다면 번역가가 될 순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시아 문학을 다루는 출판사(Tilted Axis Press)를 세웠다.
“한국어 번역을 하면서 다른 언어로 쓰여진 놀라운 작품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읽고 싶고, 다른 이들도 읽었으면 하는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단 한국 작가 중엔 소설가 황정은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 한국 문학은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이면서도 폭이 넓다.”

한강과는 친구가 됐다는 그는 “번역 이 좋다.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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