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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유레카, 유럽] 몰렌베이크 무슬림들 “히잡 쓰고 다니다 봉변 당할까 겁나”

중앙일보 2016.03.28 02:46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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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무슬림 테러 근거지’로 불리는 벨기에 브뤼셀 몰렌베이크. 파리와 브뤼셀 테러범의 상당수가 이곳 출신이다. 실업률은 벨기에 평균(9%)을 웃도는 40%에 이른다. [브뤼셀=프리랜서 최정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타운홀 광장에 들어선 7일장은 붐볐다. 좌판 사이를 오가는 주민들도 분주했다. 여느 유럽 도시와 다른 점이 있었다. 무슬림들이었다. 마치 아랍권 도시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몰렌베이크의 인구 절반이 무슬림이란 말이 실감났다.

벨기에의 ‘테러 근거지’ 가보니
시민들 “이젠 아는 사람도 못 믿어”
건물 벽엔 ‘경찰에 죽음을’ 낙서도


타운홀 맞은편에 압데슬람의 집이 있었다. 브라힘 압데슬람은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때 카페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던 인물이다. 동생인 살라는 당시 파리 북부 생드니 경기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하려다 마음을 바꿔 도주했고 지난 18일 붙잡힐 때까지 120여일을 숨어 지냈다. 검거 당시 살라의 은신처도 몰렌베이크였다. 집으로부터 불과 700m 떨어진 곳이었다.

장을 보러 나온 여성인 네오엔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알던 사람들도 못 믿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디자란 여성도 “재앙이다 재앙”이라며 “이미 우리를 보는 시선이 안 좋은데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히잡(이슬람 베일의 일종)을 쓰고 다니다 봉변을 당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리곤 “그네들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람을 죽이라 가르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5㎞ 떨어진 곳에 스하르베이크가 있다. 막스루 거리에 평범해 보이는 건물 6층 건물에서 브뤼셀 테러용 폭탄이 제조됐다. 테러 당일 세 명이 택시에 폭탄을 싣고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 집주인은 “화학약품 냄새가 많이 나서 신고했었다”며 “집을 빌릴 때 가짜 서류를 냈으니 어찌 알 도리가 있었겠느냐”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무슬림 남성인 아산은 “(벨기에 사회가) 완벽히 조화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은 한결같이 “여기 사는 무슬림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다수는 선량하다는 의미다. 소수는 안 그랬다. 이곳에선 ‘경찰에게 죽음을’이란 낙서가 발견되곤 한다.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을 노려보는 이들도 있었다. 한때 러시아 기자들이 카메라를 빼앗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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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유럽의 중심이지만 동시에 지하드(이슬람 성전)의 중심으로 불렸다. 브뤼셀 테러를 포함, 유럽의 주요 테러 때마다 벨기에, 그 중에서도 몰렌베이크가 거론되곤 했다. 인구 100만 명 당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싸우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도 벨기에다(46명).

우선 불평등과 소외 때문이다. 몰렌베이크의 실업률은 40%를 넘나든다. 벨기에의 통합 노력도 미비했다. 무슬림들은 “ 자신들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한다”고 말하곤 한다. 공공 장소에서 여성들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베일을 쓸 수 없게 하고 사유지에서의 이슬람 계율에 따른 도축도 금지한 조치도 무슬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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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오랫동안 활동한 토양도 있었다. 영국 BBC 방송은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가 벨기에에 그레이트 모스크를 짓도록 허용하면서 (사우디에서 활발했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폭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지하디스트가 됐다. 벨기에의 앤트워프란 도시에서 활발했던 ‘샤리아포벨지움’이란 단체가 그런 경우였다. 처음엔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다 나중엔 지하디스트를 모집하는 역할로 변질됐다.

벨기에 정치행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테러에 대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미국·영국·프랑스처럼 테러와 맞서 싸우는 나라가 아니니 ‘남의 나라 일’로 여긴 게다. 행정구조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고 협조도 안 됐다. 브뤼셀에만 경찰관구가 6개고 지자체도 19개다. 2010년 총선 이후 589일이 걸린 후에야 정부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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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도 “벨기에는 심하다”고 느낀다. 살라 압데슬람은 검거하곤 부상 치료를 이유로 한 시간만 조사했을 정도다. 스하르베이크 집주인도 “(테러 전에) 경찰이 다녀가긴 했는데 초인종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돌아갔다”며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물론 달라지고 있다. 샤리아포벨지움은 지난해 2월 테러 단체로 규정됐다. 대테러 요원도 장비도 늘렸다. 벨기에인들도 화급성을 절감한 게다.

고정애 브뤼셀=런던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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