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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건물 중간 곳곳 도려내고 외벽에 벌집처럼 구멍 숭숭 “층수 높이며 용적률 맞추려”

온라인 중앙일보 2016.03.26 14:30

어, 저 건물은 뭐지?”


서울 도심을 지나다보면 종종 호기심을 자극하는 독특한 외형의 건물들을 보게 된다.

서울 도심 독특한 외형 건축물들


마치 어린아이가 레고 블록을 마음대로 쌓아올린 것처럼 각 층의 모양이 들쑥날쑥하기도 하고, 하나의 건물이 중간 지점부터 두 개로 나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가운데가 뻥 뚫려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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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중간중간을 칼로 도려 낸 것 같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띠끄모나코. 용적률과 건폐율의 한계를 미적 가치가 있는 획기적 디자인으로 넘어선 대표 사례다. [사진 오종택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27층 높이의 오피스텔 ‘부띠끄모나코’다. 건물 중간 곳곳에 마치 칼로 베어낸 것처럼 작은 사각형 모양의 빈 공간이 있다.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나는 회사원 김선경(31·여·서초구 잠원동)씨는 “서울이 국제화되면서 이런 건축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건축가의 미적 감각을 한껏 살린 건물이 늘어나는 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과연 미적 감각을 뽐내기 위해 지어진 건물들일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건축계에서는 “실제 이유는 건폐율(建蔽率)과 용적률(容積率)에 있다”고 말한다.

건폐율은 대지에 대한 건물의 1층 바닥 면적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A씨가 100㎡의 땅에 1층짜리 단독 주택을 지으려 하는데, 관할구청에서 건폐율을 40%로 지정했다면 집 면적은 40㎡를 넘을 수 없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면적 합의 비율이다. A씨의 100㎡ 땅에 용적률이 200% 적용된다면 허용가능한 건물 면적은 200㎡까지 늘어난다. A씨가 건폐율 40%인 100㎡ 땅에 용적률 200%를 모두 활용하고 싶으면 5층 건물을 지으면 된다. 40㎡ 면적이 5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200㎡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계에 따르면 부띠끄모나코는 건축법의 허용한도인 건폐율 40%에 근접하면서 법적 최고 높이인 100m까지 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 경우 용적률이 법적 한도인 970%를 초과하게 되자 초과된 10%만큼 건물 일부를 도려내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고 한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김성홍 교수는 『서울의 인문학』에서 이를 ‘용적률 게임’이라고 명명했다. 김 교수는 “용적률을 지키면서 건물의 층수를 최대한 높이고 싶다 보니 건물 중앙에 거대한 구멍을 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에 비어 있는 공간만큼의 면적을 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건물의 층수를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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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의 원형 구멍 때문에 벌집처럼 보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어반하이브.용적률과 건폐율의 한계를 미적 가치가 있는 획기적 디자인으로 넘어선 대표 사례다. [사진 오종택 기자]


강남구 신논현역 일대 명물로 통하는 ‘어반하이브’도 비슷한 사례다. 콘크리트 외벽에 벌집처럼 원형의 구멍들이 촘촘히 나 있는 이 건물의 비밀도 용적률에 있다. ‘폭 1.5m 이내의 개방된 발코니는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건축법의 조항을 이용했다. 벽면에 원형으로 개구부(開口部: 채광이나 환기를 위해 만든 창이나 문)를 만든 뒤, 이를 건물을 지탱하는 ‘덮개’처럼 활용했다. 이 덮개는 건축물이지만 용적률에는 들어가지 않는 ‘보너스’다. 아파트에서 확장된 발코니가 ‘덤’으로 주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 교수는 “이처럼 기존 관행을 깬 과감한 건물 디자인의 이면에는 치밀하고 영민한 논리와 전략이 숨어 있다”며 “상징적·미학적 가치보다는 경제논리에 따라 타협·절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남향(南向), 배산임수(背山臨水) 등을 중시하는 풍수지리학계에선 이런 건축 스타일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 회장은 “이처럼 중간이 비거나 구멍이 난 건물을 지으면 기껏 좋은 길지(吉地)에 입지하더라도 땅의 좋은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게 된다”며 “풍수지리학적으로 보면 피해야 하는 건축 형태”라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보면 정사각형에 각 면이 고른 건물이 땅의 기운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좋은 건축물”이라며 “로마의 판테온 신전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아파트에 대한 평가도 좋다. 김민철 건국대 부동산아카데미 교수는 “1970~80년대 집중적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에 대해 ‘성냥갑’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풍수지리적으로는 안정되고 통풍도 잘되며 땅의 기운을 잘 받을 수 있는 건축 형태”라고 말했다.

글=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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