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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제작자로 변신에 성공한 할리우드 배우 4인방

중앙일보 2016.03.26 11:32
지난 2월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42)가 드디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토록 기다려 온 수상의 순간, 열혈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언급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것은 아니다. 디카프리오는 환경 보호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담아 영화까지 제작했다. 그 외에도 할리우드의 여러 배우들이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적극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오고 있다. 이들의 영화는 메시지뿐 아니라 작품성도 뛰어나 할리우드를 풍성하게 해 주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배우 출신 제작자 네 명이 말하는, 소신 있는 영화 제작의 길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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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요 제작 영화 ‘에비에이터’(2004,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11번째 시간’(2007, 나디아 코너스·레일라 코너스 피터슨 감독) ‘비룽가’(2014, 올란도 폰 아인지델 감독)

“지난해에는 지구가 가장 더웠습니다. 기후 변화는 현실입니다. (중략) 탐욕의 정치로 소외된 약자를 위해 우리는 바뀌어야 합니다. 대자연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수상 소감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UN 기후정상회의에서 개막 연설을 했고, 어린 시절 해양생물학자를 꿈꿨다는 말도 자주 해 왔다. 평소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용을 고집하는 데다 트위터에서도 온통 환경 이야기뿐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만 1500만 달러(약 179억원)를 환경 단체에 기부했다. 그러니 2004년 설립한 자신의 제작사 ‘애피언 웨이(Appian Way)’에서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건 놀랄 일도 아니다. 2007년 완성한 ‘11번째 시간’은 스티븐 호킹 등 저명한 학자 50여 명이 말하는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다큐멘터리. 디카프리오가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한 이 영화는, 그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여는 환경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제6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도 올랐다. 더 눈여겨볼 만한 작품은 다큐멘터리 ‘비룽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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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룽가

넷플릭스의 투자로 만든 이 작품은 멸종 위기에 처한 산악 고릴라의 땅을 훼손하는 석유 회사와 그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디카프리오는 ‘비룽가’ 이야기를 듣자마자 “환경 분야의 영웅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 여겨 제작을 결심했다. 극영화만큼 긴장감 넘치는 영상에 인간의 탐욕으로 파괴되는 환경이란 주제를 담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는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당신이 얻는 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설마 환경운동가로 살며 돈 벌 생각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저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고 꿈꿔 온 일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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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를 계속 만들고 싶다." - 드류 베리모어

주요 제작 영화 ‘25살의 키스’(1999, 라자 고스넬 감독) ‘미녀 삼총사’(2000, 맥지 감독) ‘하우 투 비 싱글’(크리스티안 디터 감독)

일곱 살 때 ‘E.T.’(198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출연하며 스타 아역 배우가 되었고, 이후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로코’의 여왕이라 불린 드류 베리모어(41). 1997년 제작사 ‘플라워 필름(Flower Films)’을 차린 그는, 주연과 제작을 겸한 ‘25살의 키스’ 등 웰메이드 사랑영화를 열 편 넘게 제작했다. 그가 이 장르에 매진한 건 개인적 이유 때문이다. 그의 삶은 화려한 만큼 부침도 많았다. 10대 시절 부모님과의 불화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겪었다. 베리모어는 “그때 유일한 위안은 혼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 원칙도 뚜렷하다. “여주인공을 결혼에 집착하는 이로 묘사하고 싶진 않다”는 것. “‘25살의 키스’ 속 조시처럼 과거를 딛고 일어나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성으로 그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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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 투 비 싱글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그치지 않고 따뜻한 위로까지 건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그가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장르로 보인다. 2009년엔 ‘위핏’에서 제작·감독·출연까지 맡았고, 최근엔 뉴욕에서 짝을 찾으려 애쓰는 여성들을 코믹하게 그린 ‘하우 투 비 싱글’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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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창작자와 심오하고 창의적인 영화를 함께 만들고 싶다." - 브래드 피트

주요 제작 영화 ‘머니볼’(2011, 베넷 밀러 감독) ‘노예 12년’(2013, 스티브 맥퀸 감독) ‘퓨리’(2014,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빅쇼트’(1월 21일 개봉, 아담 맥케이 감독)

브래드 피트(53)는 2014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난 영화를 사랑하는 한 남자일 뿐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내게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었다”고 말했다. “늘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 차별화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자신이 영화로 인해 얻은 성장과 성찰의 기회를 관객과 창작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2002년 제작사 ‘플랜 비(Plan B)’를 세워 전쟁·흑인 노예 제도·금융 위기 등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들의 공통점은, 당시 사회와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역경을 참신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피트는 장편영화 한두 편을 연출한 신인 감독과의 작업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 각자의 개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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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예를 들어 맥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노예 12년’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아홉 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작품상·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했다. 그 외 ‘머니볼’‘빅쇼트’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지금까지 피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두 번 올랐으니, 주연 배우로서가 아니라 제작자로 오스카의 부름을 더 많이 받은 셈이다. 그는 “우리는 고전적인 영화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런 영화는 돈벌이가 되지 않아 현재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 일종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내가 제작한 영화에 직접 출연하는 이유다. ‘빅쇼트’의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천 베일도 그런 뜻에 동참했다.” 제작자로서 피트는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에 적극적으로 신뢰를 표현하고,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그가 제작한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 앤드류 도미닉 감독)은 감독의 뜻에 따라 계약서에 투자·배급사가 제목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넣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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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한다."- 리즈 위더스푼

주요 제작 영화 ‘페넬로피’(2006, 마크 파랜스키 감독) ‘나를 찾아줘’(2014, 데이비드 핀처 감독) ‘와일드’(2014, 장 마크 발레 감독)

“카메라 앞에서뿐 아니라 뒤에서도 여성의 영향력을 높이겠다.” 리즈 위더스푼(40)은 2012년 여성 프로듀서 브루나 파팬드리아와 함께 제작사 ‘퍼시픽 스탠다드(Pacific Standard)’를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스탠퍼드대학교 출신으로 독서가 취미인 그는 “흥미로운 원작의 판권을 구매해 영화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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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설 『와일드』(셰릴 스트레이드, 나무의철학)를 영화로 만든 것도 그런 맥락이다. “원작 소설에 크게 감명받아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영화로 만들지 않을 것 같아” 본인이 직접 제작에 나선 것. 그는 “한 남자의 아내나 여자친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여성이 겪는 고민을 영화에 담겠다”고 말했다. 위더스푼은 할리우드의 여성 영화인 양성까지 꿈꾸고 있다. 퍼시픽 스탠다드 인턴십을 통해 점층적으로 여성 영화인을 늘리겠다는 구체적 방안까지 밝힌 바 있다. 현재 니콜 키드먼의 제작사 ‘블러썸 필름(Blossom Films)’과 손잡고, 세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빅 리틀 라이즈』(리안 모리아티, 국내 미출간)를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글=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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