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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현재 권력 vs 미래 권력, 총선 뒤 7월 전대서 충돌 불가피

중앙일보 2016.03.26 03:00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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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선거사무실 도착한 후 둘러본 후 영도대교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송봉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 최고위원회에서 ‘논란이 된 6곳(재심의를 한 대구 수성을 포함)’ 중 3곳(정종섭·추경호·이인선)만 공천하기로 타협한 뒤다.

김 “박 대통령 입장 존중 차원서
정종섭·추경호 당초 공천 줄 생각”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김 대표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당 대표로서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고도 적었다. 국어사전에 ‘관철’은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 목적을 기어이 이룸’이라고 돼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 논란은 후보 등록 마감일에야 봉합됐다. 한 당직자는 “아슬아슬하게 양분(비박-친박)된 현재의 당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이번 사태를 “성과”라고 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상대로 한 ‘버티기’가 처음으로 통했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 김 대표는 개헌론, 국회법 개정안 처리, 살생부 논란 등에서 청와대에 줄곧 밀려왔다. 2014년 “정기국회 이후 개헌 논의에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청와대의 서슬에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루 만에 사과했다. 또 지난해 6월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 편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성이 없어 위헌이 아니다”고 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감지하고 “위헌이 분명하다”고 돌아섰다.

이번엔 달랐다. 후보 등록 첫날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는 강수를 뒀다. 준비도 치밀했다. 당헌·당규를 세밀히 분석해 친박계로부터 예상되는 공세를 차단했다. 후보 등록 마감 이틀 전에 기습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최소한 3일이 걸리는 비상대책위 구성을 원천 차단한 것 등등이 그랬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30시간 법칙’처럼 또 물러선 것처럼 보이지만 김 대표가 거둔 정치적 성과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비박계 한 의원은 “스스로의 힘으로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도 평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최고회의 뒤 “오늘(25일)부로 당내 갈등은 모두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본지 기자에게 “나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정종섭·추경호 두 후보에 대해선 당초부터 공천을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현재 권력(박 대통령)과 미래 권력(김 대표) 간 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됐다. 친박과 비박의 불안한 동거는 폭발력을 더 키운 채 언제 터질지 모를 활화산 상태가 됐다. 실제로 최고위 결정이 발표된 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집권당이 내분으로 공천자를 내지 못하는 사태에 대해 “(대표가)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중도 성향의 수도권 의원은 “일단 총선이 코앞에 놓였기 때문에 ‘김무성’ 체제로 선거를 치를 것 같다”며 “하지만 총선 이후 새 당 대표를 뽑는 7월 전당대회 등 여권 내부를 시끄럽게 할 요소가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공천 보이콧 사태가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둘로 쪼개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권력 투쟁은 늘 있어 왔지만 이번 ‘친박 대 비박’ 갈등으로 지지층도 둘로 갈라졌다”며 “당 지지율과 김 대표의 지지율 간 상관관계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새누리당 후보들은 이번 총선을 ‘박근혜’로 치를 것인지 ‘김무성’으로 치를지, 또 비박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누구 눈치를 봐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이 파열음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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