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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용인 전용 84㎡ 타운하우스 4억대…서울 아파트 전셋값으로 전원생활

중앙일보 2016.03.26 01:05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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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운하우스가 전원생활의 쾌적함과 아파트의 편의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주거 공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주거의 쾌적성을 좇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타운하우스의 덩치가 작아지면서 가격이 싸진 영향이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운중동에 있는 타운하우스 월든힐스 전경.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의 타운하우스(115㎡, 5억원)에 사는 박모(55)씨는 요즘 아침이 행복하다. 정원에 처음 심어본 꽃이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꽃잎이 얼마나 더 피었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끔 새소리에 단잠을 깰 때도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인기 끄는 수도권 타운하우스
대형 위주서 중소형으로 덩치 줄여
노년층보다 30~40대 많이 몰려


박씨는 “아파트에서 창문을 열고 잤으면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을 것”이라며 “정원에서 꽃을 손질한 후 봄 햇살을 맞으며 테라스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정말 꿀맛”이라고 말했다. 주말도 달라졌다.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며 함께 어울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씨는 “마음먹고 펜션에 놀러 가야 할 수 있는 일들을 집에서 한다”며 “집에 놀러 오고 싶어서인지 친구들이 자주 연락해온다”고 말했다.

박씨는 분당신도시 아파트(152㎡, 이하 공급면적)에 살았다. 지난해 살던 집을 7억원에 팔고 이곳으로 옮겼다. 아파트를 더 가지고 있어봐야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은 데다 집이 많이 낡아 보다 쾌적한 환경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집을 팔고 남은 차액은 대출을 갚았다. 걱정했던 보안은 되레 아파트보다 철저했다. 단지 출입은 보안 요원이 통제했고 단지 곳곳에 폐쇄회로TV(CCTV)가 있다.

관리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겨울 난방비를 포함해 월 40만원 정도 나왔다. 아파트처럼 편하지만 ‘중년의 로망’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 타운하우스다. 2000년대 중반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주택 수요자가 아파트 대신 살 수 있는 집이 됐다. 덩치가 작아지고 가격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국내에서 타운하우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1~2층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단지이거나 4층 이하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고급 연립주택단지를 말한다. 아파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안시스템이나 커뮤니티 등이 갖춰졌다. 대개 산을 끼고 있고 단지 안에 개인 정원이나 공동 정원, 텃밭 등이 있어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주택 수요자들이 타운하우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들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아 아파트값이 뚝뚝 떨어지면서다. 아파트값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힐링(healing)’ 바람이 불면서 집을 고를 때 ‘재테크’보다 ‘삶의 쾌적성’을 더 따지게 됐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대정하우징 박철민 대표는 “집값이 많이 오르기 어려워지면서 돈 벌기 어려운 아파트에 사느니 자연을 즐기며 쾌적하게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소형 바람이 불면서 문턱도 낮아졌다. 이전까지는 대개 198㎡ 이상 대형이었지만 팔리지 않자 크기가 줄었다. 덩치가 작아지면서 값도 싸졌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하우스디 동백 테라스는 전용면적 84㎡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다. 2008년 분양 당시 198~297㎡로 이뤄진 대형단지였지만 대보건설이 허물고 다시 설계했다. 가격은 16억~17억원에서 4억원 선으로 확 내렸다.

올 4월 분양 예정인 동백코아루 스칸디나하우스도 전용면적 84㎡로 이뤄진다. 분양가는 가구당 4억6000만원 선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3억9996만원이다. 서울 아파트를 전세 주고 여윳돈을 조금만 보태면 수도권의 타운하우스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이전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30~40대가 많이 몰린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외국에서 타운하우스에 살았거나 보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싸서 엄두를 못 냈다가 가격 부담이 작은 중소형 타운하우스가 늘어나면서 ‘한번 살아보자’고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호하는 지역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대부분 타운하우스가 교외에 있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조성됐다.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고 마트나 학교 등을 찾기 어려운 지역이 많았다. 요즘은 서울 출퇴근이 편한 경기도 용인·수원·파주·남양주시 등에 타운하우스촌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택지지구가 인기다. 성남 판교신도시, 용인 동백지구, 고양 삼송지구, 화성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은 “한창 경제활동을 하고 자녀 교육을 시켜야 하는 중년층이 몰리면서 교통·교육·생활편의성이 중요해져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이 때문에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억대 웃돈이 붙은 지역도 있다. 판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2010년 6월 분양된 월든힐스는 분양가만큼 몸값이 올랐다. 전용면적 109㎡형 분양가는 7억3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15억원 선이다.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80㎡형은 20억원이 넘는다. 분양가는 13억5000만원 선이었다.

먼저 전세를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인근 아파트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타운하우스 몸값이 내리면서 전셋값이 싸진 반면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내뜰애 타운하우스 141㎡는 3억8000만~4억원에 전세 물건이 나온다. 99㎡ 크기의 정원이 딸려 있다. 인근 포스코더샵 149㎡형 전셋값은 3억7000만~3억9000만원, 시범다은 래미안 139㎡형은 3억5000만~3억6000만원 선이다. 단독주택이 아닌 연립주택형의 중간층이라면 여전히 아파트처럼 층간 소음을 신경 써야 한다. 관리비 등 유지비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커뮤니티나 보안을 위한 공동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비쌀 수 있다.

165㎡형 관리비, 4년 전 100만원서 요즘은 40만원대로 줄어

아파트에 살다가 타운하우스로 이사하려고 할 때 가장 큰 고민은?

관리비다. ‘같은 크기 아파트 관리비의 두 배가 나왔다’ ‘165㎡형(이하 공급면적) 관리비가 100만원이 넘었다’는 얘기는 불과 3~4년까지는 ‘진짜’였다. 다행히 요즘은 관리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요즘 타운하우스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가 많다. 집 안의 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단해 실내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된다. 같은 원리로 여름에는 외부의 열이 차단돼 시원하다. 창을 많이 만들어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설계하거나 3중 유리창, 두꺼운 첨단 단열재 등을 활용한다.

관리비는 단지 규모나 설계 방식, 계절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아파트의 경우 대개 3.3㎡당 월평균 1만원 정도다. 99㎡형이라면 월평균 30만원 정도인 셈이다. 요즘은 타운하우스도 비슷하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있는 타운하우스(165㎡)의 2월 관리비는 공동관리비 5만원, 별도 개인 경비비 7만원, 수도료 1만원, 전기료 2만5000원, 도시가스비 20만원 등 42만원이 나왔다. 심야전기를 활용하고 태양열전지판이 있어 냉난방비 절감 효과가 있다.

글=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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