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속으로] 6일 전쟁 이기고 50년 불안을 얻다

중앙일보 2016.03.26 00:20 종합 19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6일 전쟁 50년의 점령
아론 브레크먼 지음
정회성 옮김, 니케북스
640쪽, 2만5000원

1967년 6월 5일부터 10일까지 벌어졌던 중동전쟁은 명칭이 다양하다. 압승한 이스라엘은 초단시일 안에 적을 격퇴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6일 전쟁’으로 부른다. 패배한 아랍 국가들은 간단히 ‘1967년 전쟁’이라고만 한다. 서구에선 연대기나 주체를 강조해 ‘제3차 중동전쟁’ 또는 ‘1967년 이스라엘-아랍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얻은 전과는 눈부시다. 중동 대국 이집트로부터는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를, 군사강국 시리아로부터는 골란고원을, 요르단으로부터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각각 얻었다. 점령한 땅이 영토보다 넓었다. 이스라엘이 아무리 다윗처럼 작아도 굳센 의지와 철저한 준비만 하면 골리앗 같은 아랍 국가들을 상대로 독립과 안전을 지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장교 출신으로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 전쟁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이 전쟁과 점령의 의미를 달리 해석한다. 이스라엘이 군사적 승리를 통해 이 지역을 점령하는 바람에 그 뒤 중동 문제가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꼬였다고 지적한다. 일부 이스라엘 정치인은 군사적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땅을 원주인에게 돌려주기보다 전리품으로 간직하고 싶어 했다.

지은이는 이들의 지나친 욕심과 집착이 화를 불러 오히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고 강조한다.
 
기사 이미지

이스라엘군의 탱크에 돌멩이를 던지는 팔레스타인 소년. 분노와 저항의 표현이다. [사진 니케북스]


지은이는 점령지 반환 협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이 대화했으면 중동 평화가 정착됐을 수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 대신 물리력으로 안보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한 일부 정치인의 오판이 현재와 같은 혼란과 폭력을 불렀다.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점령 지역에서 벌인 강압 통치와 잔학상은 상상을 넘어선다.

지은이에 따르면 점령을 지탱한 버팀목은 첫째 군사력과 물리력, 둘째 각종 인허가권을 비롯한 법과 행정 규제, 셋째 토지와 물과 같은 자원의 통제다. 한 마디로 비인간적인 철권통치였다. 대화와 소통은 찾아볼 수 없다. 점령지에서 유대인 정착민의 이익과 이스라엘의 패권만 추구했다. 이에 따라 탄압받고 희생된 점령지 주민의 고통이 이스라엘은 물론 서구에 대한 아랍인의 불신과 분노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종교와 언어, 역사와 정체성이 다른 팔레스타인 점령지 주민의 감정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았다. 아리엘 샤론과 같은 강경파 유대 정치인은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방문해 점령지 주민의 분노와 봉기를 유발했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아랍국가·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회담이 중동 사태의 바깥쪽 원이라면, 이스라엘의 점령지 통치는 안쪽 원에 해당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바깥쪽 원에만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사태 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책과 이로 인한 팔레스타인인과 아랍권 주민들의 원한과 분노, 그리고 쌓이고 쌓인 적대감과 불신이 결국 중동사태를 지금처럼 꼬이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기밀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지은이의 내공이 눈에 띈다.
 

피말리는 도청전쟁, 동맹국도 예외 없었네

이 책에는 ‘일급비밀’이 줄을 잇는다.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이 도청한 정보가 생생하게 등장한다. 미국과 협상 중이던 시리아 관리들이 본부와 연락한 전화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미국 대통령과 각국 지도자간의 전화 통화 내용도 인용된다.

중요한 건 그 내용이 아니라 최고위급이라도 도청을 피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이스라엘이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해 적국뿐 아니라 우방까지도 도청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디 이스라엘만 그런가. 미국의 서방 동맹국 지도자 도청을 비난하던 유럽의 지도자가 얼마 뒤엔 거꾸로 미국에 자신들의 도청을 사과하는 일이 생기는 이유다. 통신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나 보안에 실패한 군인은 그럴 수 없다는 군사 격언을 되새길 때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