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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성 집단이 연출하는 갈등과 분열의 드라마

중앙일보 2016.03.26 00:01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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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소설가

예전에, 지인 남성으로부터 5년쯤 지속되었다는 철학 공부 모임에 참석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 나의 첫 반응은 이랬다. “그 모임에는 갈등이나 이합집산이 없어?” 그때까지 내가 경험한 모임은 대체로 분열로 귀결되곤 했다. 성장기 또래 모임도, 성인들의 친목 모임도, 필요와 이익을 전제로 하는 직장까지 갈등은 필수 조건이었다. 강제성 없는 모임이 5년이나 지속되었다기에 궁금했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처음 집단 심리에 대해 연구했을 때 그것은 군중심리에 대한 것이었다. 대규모 조직 구성원들이 원초적 감정에 추동당하면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할 때 그들 사이에는 친밀감이나 일체감이 존재한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동일시이며, 그 작용이 집단 지도자를 향하면 그를 이상화하게 된다. 이상화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로 이어져 인류가 난폭한 행동을 하는 배경 심리가 된다고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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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신분석학은 집단 심리 연구를 세분화했다. 1961년 윌프레드 비온은 8명 내지 12명으로 구성된 소집단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퇴행을 연구했다. 소집단 구성원은 공포, 애착 같은 내면 환상을 서로를 향해 경험하면서 상호 의존하게 된다. 소집단 구성원은 누구나 리더가 되고 싶은 유혹을 느끼며, 구성원 간의 공격성이 통제되기 때문에 외부에 적을 세워둔다. 70년대 초반 터켓은 좀 더 큰 규모의 집단을 연구했다. 40명에서 120명쯤 되는 대집단의 특징은 구성원 개인의 정체성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피드백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자신의 언행이 초래할 결과를 점검하는 현실검증력도 흐려진다.

오늘도 개인은 단체나 모임을 만들고 그곳에 소속되고자 한다. 2차 집단 구성원들도 그 내면을 들추어보면 1차 집단에서와 같은 감정적 경험을 반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원가족에게서 덜 받았다고 느끼는 안정감과 애착, 인정과 지지를 집단에서 구하고자 한다. 당연히 구성원을 상대로 미움, 시기,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모든 모임이 갈등과 분열로 귀결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개인이 거듭 모임을 만드는 까닭은 무의식적으로 성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내면을 성찰하고 무의식을 통합할 역량이 있다면 집단은 타인의 지혜와 경험을 습득하며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철학 공부 모임을 권했던 남성은 이렇게 답했다. “거기도 수없는 갈등과 드나듦이 있었지.” 지금도 우리는 집단이 연출하는 갈등과 분열의 드라마를 관람한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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