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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찔린 친박 “박 대통령 향해 전쟁 선포” 격한 반응

중앙일보 2016.03.25 03:20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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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김 대표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물을 마시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이 대표님을 모셔오라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한 횟집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 송봉근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친박근혜계 핵심 후보 5명(정종섭·추경호·유영하·이재만·유재길 후보)의 공천장 의결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가자 친박계는 폭탄을 맞은 듯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전쟁선포다. 김 대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수도권 A의원) 등의 격한 반응들을 쏟아냈다.

비판 쏟아내지만 딱히 묘수는 없어
대표 도장 없어 후보 등록 불가능


청와대도 당혹스러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정말 곤란하다”며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에 대한) 항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김 대표와 함께 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 대통령이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당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격”이라고 말했다.

사태 수습의 책임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맡았다. 이들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그러곤 오후 5시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다른 친박계 최고위원들까지 불러 회의를 열고 ‘묘수 찾기’에 골몰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9명 중 친박계는 7명(원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안대희 최고위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당 대표가 최고위를 열지 않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지금은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의 권한인 최고위원회의 소집과 의결 권한을 원내대표인 자신이 위임받은 것이란 취지였다.

그러면서 원 원내대표는 “당헌 30조와 당규 4조·7조에 의하면 당 대표가 없어도 최고위 개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헌 30조는 ‘대표의 해외출장이나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땐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등이 직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당규 7조는 ‘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수 없을 때는 당헌 30조의 규정에 따른 최고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이다. 깜짝 기자회견 전 이미 당헌·당규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던 김 대표 측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경우는 ‘대표의 해외출장이나 사고 등’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김 대표 측 입장이었다.

김 대표 측엔 당헌·당규 외에도 믿는 구석이 하나 더 있었다. 공직선거법 49조였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는 당인(黨印·새누리당 도장)과 당 대표 직인(대표 도장)을 받은 추천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후보로 정식 등록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이 도장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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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한 후보의 공천장(후보자 추천서) 원본. 당 직인(위)과 대표 직인(아래)이 함께 찍혀 있다.

이러다 보니 친박계에서는 대표 권한대행이나 비상대책위원장의 도장을 대신 선관위에 등록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로 가려면 최고위 소집·의결권에 대한 당헌·당규 해석 논쟁을 감수해야 한다.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려면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하고, 전국위를 열려면 3일 동안은 공시를 해야 한다. 반면 선관위 후보 등록은 25일 오후 6시면 끝난다.

선관법에 따르면 당헌·당규를 제대로 밟아 새 대표 역할자의 도장을 가져온다고 해도 이를 등록하려면 기존 대표(김 대표)의 도장이 또 필요하다. 결국 김 대표가 25일까지 버티면 친박 핵심 후보 5명은 공천장이 없어 출마를 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된다. 그러다 보니 비공개 회의 때 김정훈 의장은 “김 대표를 형사고발하는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글=남궁욱 기자, 부산=현일훈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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