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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김종인, 진보패권 세력에 선전포고…총선 뒤 충돌 불가피

중앙일보 2016.03.24 05:30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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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당 잔류를 선언해 ‘비례대표 공천’ 논란은 진정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당내 진보패권 세력은 중앙위원회에서 비례 35명 중 25명을 투표로 결정하는 힘을 보여줬다. 그런 만큼 ‘운동권당의 색깔을 바꾸겠다’는 김 대표와 총선 이후에도 충돌할 소지를 남겼다.
 

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력”
중앙위의 정파 이익 공천 비판
운동권 세력과 불안한 동거는 계속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고 말했다. 반대만 하는 운동권 정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진보패권 세력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중앙위) 상당수 발언자가 당의 정체성 운운하는 말씀들을 하셨는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는 당선권에 한 명도 포함 안 된) 표결 결과를 보면 (정체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율배반도 지적했다.
 
정성호(재선·양주) 의원은 “22일 중앙위 투표 과정에서 사회자(김용익 의원)부터 일부 후보의 도덕성을 얘기하며 편파적으로 진행해 고함을 치고 나왔다”며 “자칭 진보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반응만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정확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전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바뀌어야 집권 가능성이 열리는데 내가 속한 집단, 정파의 이익만 앞세우는 1980년대식 운동권 정치론 국민의 실망만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내 진보패권 세력의 뿌리는 깊다. 2004년 5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상징적 사건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17대 총선 당선자 152명을 초청해 만찬을 했는데 ‘운동권’ 의원들의 주도로 80년대 운동가요를 합창했다. 이들 중 전대협과 시민단체 중심의 운동권이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18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정치이념 투쟁을 주도했다.
 
더민주의 이념 정체성도 덩달아 강화돼왔다. 중앙일보 국회의원 이념성향 분석 결과(진보 0, 보수 10점) 열린우리당(더민주 전신)의 이념정체성은 17대 당시 3.5였는데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엔 2.7이었다. 유권자들은 중도 쪽으로 옮겨간 반면 더민주는 왼쪽으로 이동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그간 김종인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민주적 절차를 도외시한 것도 구 주류세력들에게 반기를 들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당을 떠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공천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당규 개정안을 당무위원회에 부치면서도 “응급환자를 치료하러 왔는데 환자가 의지를 표하지 않으면 의사가 가버리는 거지”라고 말해 의지를 관철했다. 사퇴를 고리로 한 벼랑 끝 전술이 먹히긴 했으나 김 대표도 힘의 한계를 보였다는 해석이 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패권세력의 반발이 무마된 건 문재인 전 대표가 상경해 힘을 실어준 덕분”이라며 “당내 김 대표 세력은 진영 의원과 비례 1번과 4번에 공천받은 박경미 홍익대 교수와 최운열 서강대 교수뿐 아니냐”고 말했다.
 
▶관련기사
① 김종인 “일부 세력 정체성 안 바꾸면 수권정당 요원”
② 김종인 비례안 뒤집은 520명…“당 정체성보다 밥그릇 싸움”


문 전 대표와 김 대표의 시각차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기자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중앙위가 결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정당 민주주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영입한 주진형(전 한화증권 대표) 총선공약단 부단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민주는 호남 지지세력과 비영남 운동권, 노사모로 대표되는 진보 네티즌 세력이 연대한 정당”이라며 “와서 보니 이기려는 기백과 결기는 안 보이고 투표하면 40%는 얻고 최소 국회의원 100석은 할 테니 한 자리 차지해 즐기고 선배들에게 잘 보이면 된다는 귀족 운동권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민주는) 김종인 박사에게 민낯(정체성)은 고치고 싶지 않다며 화장만 주문했는데 수술을 하자고 해 파국 직전까지 갔다”며 “여전히 오월동주, 불안한 동거”라고 적었다.

정효식·위문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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