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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몰린 ‘유럽의 세종시’…미 항공사 카운터서 “쾅”

중앙일보 2016.03.23 03:05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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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발생한 브뤼셀 말베이크역 에서 구급요원들이 부상자를 돌보고 있다. 이 곳은 유럽연합(EU) 집행위 건물과 가깝다. [사진 트위터]


유럽의 수도가 폐쇄됐다. 22일(현지시간) 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유럽의 심장부인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모든 길은 차단됐다. 자벤템 국제공항 폐쇄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고, 런던과 파리에서 브뤼셀을 오가던 유로스타·탈리스 열차도 멈춰 섰다. 국경은 전면 통제됐다. 브뤼셀 도심은 거리를 오가던 시민 대신 장갑차와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 벨기에 당국은 연쇄 테러로 테러범을 포함,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테러범 아랍어 외치며 총 난사
자폭테러 2~3초 뒤 또 폭발음
1시간여 뒤엔 말베이크역 공격
EU집행위 빌딩과 500m 거리


공격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쯤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11㎞ 떨어진 자벤템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시작됐다. 목격자들은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 올랐고 이 중 한 번은 아메리칸항공의 체크인 카운터가 있는 구역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지 벨가통신은 총성과 함께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이후 폭발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공항에선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공항에서 테러리스트의 것으로 보이는 폭발하지 않은 자살폭탄 조끼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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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현장에 있던 데이비드 크루넬레는 “2~3초 간격으로 폭발음이 이어졌다”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항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테러가 발생한 시간은 이용객이 많아 붐비는 때였다. ‘유럽의 세종시’격인 브뤼셀엔 여러 국제기구가 있다. 공항은 5㎞ 거리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가 있고 유럽연합(EU)의 각종 기관이 있는 브뤼셀 도심과도 가깝다. 항공편을 통해 유럽 각국에서 출퇴근하는 이들도 많다.

테러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공항 이용객이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부상당해 넋을 잃고 쓰러진 모습들이 사진으로 전해졌다. 공항의 천장 패널은 무너져 내렸고, 유리 창문도 모조리 깨졌다. 공항에서 더 많은 폭탄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테러 직후 벨기에 정부는 경계 수준을 최상인 4단계로 격상시켰다. 벨기에 당국은 공항 테러가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며,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도시 외곽에서 시작된 테러는 한 시간여 만에 도심으로 이어졌다. 오전 9시20분쯤 브뤼셀 지하철 말베이크역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열차가 말베이크역을 출발한 직후 전기가 끊어져 내부가 어두워지면서 폭발음이 울렸다. 패닉에 빠진 승객들은 선로로 뛰쳐나와 지하철역을 탈출했다. 터널은 연기로 자욱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한 현장 사진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객차는 완파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고, 역 곳곳엔 사망자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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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3곳의 지하철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브뤼셀 지하철을 운영하는 STIB는 “폭발은 말베이크역에서만 일어났다”고 확인했다. 당국은 말베이크역 폭발로 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말베이크역은 EU집행위원회와 이사회 등 EU의 주요 기관이 위치한 지역에 있다. 집행위 빌딩인 베를레이몬트 바로 앞에 있는 슈만역과는 한 정거장 차이로 약 500m 거리다. 이날 오후 EU집행위는 보안검색을 위해 건물을 비웠다. 또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권고했다. 브뤼셀 교통 당국은 지하철과 버스·트램 등 모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다. 가디언은 필리프 국왕을 비롯한 왕실 일가가 브뤼셀 왕궁을 떠나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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