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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김정은 상륙함·핵탄두 기밀 노출…우리 군 ‘뜻밖의 소득’

중앙일보 2016.03.22 02:10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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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대외활동을 통해 군사정보를 노출하고 있다. 사진은 조립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KN-08). [사진 노동신문]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입이 거칠어졌습니다. 남한을 ‘적(敵)’ 이라고 공공연히 지칭하는 건 물론이고, “생존이 불가능한 섬멸적 불세례를 들씌우라”(3월10일 탄도로켓 발사훈련 참관)는 주장까지 쏟아내는데요.

과시성 행보로 신무기 잇단 공개
당국 “입수하기 어려운 군사정보”
북한 군부 원로 일부선 반발 분위기
핵심 숨긴 기만전술 가능성도

이달 초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장에서는 “새로 개발한 타격무기를 하루빨리 실전배치해 적들이 제땅에서 최후의 종말을 맞는 순간까지 단 하루, 단 한 시도 발편잠(발 뻗고 편히 자는 잠)을 자지 못하게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편안한 일상을 영위하는 건 못봐주겠다는 심술까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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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도발 직후 한반도에는 미군의 전략무기가 총출동해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하늘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와 현존 최강 전투기로 알려진 F-22 랩터 스텔스기 등이 평양 상공까지 날아들었죠.

신변 위협 때문인지 김정은은 공개활동을 중단하고 지하벙커에 은신했다고 합니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까지 거론된 상황때문으로 우리 정부 당국은 분석합니다.

이달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외부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핵 무기 개발 현장을 찾고, 군 훈련을 참관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인건데요. 한·미 연합전력의 압박에 은둔만하다가는 측근 엘리트와 주민들에게 스타일을 구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 등 관영 선전매체들은 이런 김정은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죠.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린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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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와 장갑차를 탑재할 수 있는 상륙함. [사진 노동신문]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보도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북한군의 새로운 무기체계와 전술을 파악하는데 결정적 도움이 되는 정보가 적지않게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20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군 상륙훈련 장면은 대표적인 사례죠.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 상륙함이 선수(船首) 부분을 위로 열어 제낀 뒤 전차 등 장비가 쏟아져나오는 영상은 지금까지 공개안된 모습”이라고 진단합니다. 북한은 이 훈련에 제2항공사단과 7군단 포병대대, 제108기계화보병사단이 참가했다면서 구체적 작전 내용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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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와 같은 소재로 추정되는 물미끄럼대공장.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은 2011년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집권한 이후 새로 개발한 무기체계나 베일에 싸여있던 군사 전력을 종종 노출시켰습니다. 북한군 특수부대가 운용할 신형 반(半)잠수정으로 추정되는 함정에 오른 모습을 공개해 우리 정보 당국의 주목을 받았죠. 청와대 상공까지 침투했던 무인기를 두고 북한 군부가 “남조선의 자작극”이라고 발뺌하던 상황에서 유사한 소재와 색상의 제품을 생산하는 군부대 산하 공장을 방문하는 바람에 증거를 드러내고 말았죠. 군 정보 관계자는 “북한 매체가 지난 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KN-08의 소형화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핵탄두 영상자료도 대북정보망으로 입수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위험이 따랐을 것”이라고 귀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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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총국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반잠수정의 모습. [사진 노동신문]

북한의 핵 개발 동향이나 새 무기체계는 그 동안 대북 첩보위성의 영상·신호 정보에 크게 의존해왔습니다. 미사일의 경우 발사시 화염이나 궤적 등을 통해 분석을 하는 방식이었죠. 최종 확인은 내부 협조자를 통한 인적 정보인 휴민트(humint)가 필요했는데, 북한의 경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 등장 후 그의 ‘과시성’ 행보 덕분에 정보 당국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핵심적인 대목은 여전히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정은의 이런 가벼운 행보에 대해 북한 군부 원로그룹과 엘리트 층에서 반발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하는데요. 최고지도자의 ‘군사정보 노출’에 대해 권력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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