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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습격한 법원 집행관…왜?

중앙일보 2016.03.1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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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지검. 사진 최정동

서울중앙지법 집행관들이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청사를 습격했다. “압수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줘라”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중앙지검이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지법 집행관들은 17일 중앙지검 2층 기록물 관리실을 강제 집행했다. 12년 전 압수된 증거물을 찾기 위해 10년간 소송을 벌여 승소한 주모(61)씨의 신청에 따른 조치였다. 검찰이 돌려줘야 하는 압수물은 ‘연변연가’ ‘모닝섹스’ 등을 포함한 877점의 DVD 등이었다. 집행관들이 10여분간 관리실을 샅샅이 뒤졌지만 압수물은 찾을 수 없었다.

2003년 당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던 주씨는 불법 복제 비디오테이프 단속에 걸려 2749점의 테이프를 압수당했다. 중앙지법 형사6부는 “주씨가 2000여점의 복제 비디오 테이프로 760차례 대여했다”며 주씨를 기소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선 100여점으로 54차례 대여한 점만 인정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며 “혐의에서 벗어난 압수물 2200여점은 주씨에게 돌려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주씨가 받은 테이프는 1484점에 불과했다. 2006년 주씨는 “나머지 압수물도 돌려달라”며 압수물 환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검찰은 나머지 877점도 돌려줘라”고 판결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는 이미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도 없는 목록을 제시해 재판부로부터 증거 인정받지도 못했다.

주씨는 “압수물 중엔 사업 관련 자료가 담긴 CD 20장이 포함돼 있다”며 “검찰이 압수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강제집행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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