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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열과 증오의 새누리, 차라리 딴살림 차리면 어떤가

중앙일보 2016.03.17 19:25 종합 34면 지면보기
공천 과정에서 내분에 휩싸였던 새누리당이 공천 결과가 나오자 더 큰 분열과 증오의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이에서 형성됐던 전선(前線)은 이제 당 최고집행기구인 최고위원회 내부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위가 발표한 1인 공천(단수추천+우선추천) 지역 8곳을 의결 보류한 데 이어 어제는 최고위원회의도 취소했다. 김무성의 당무 보이콧 논란이 일었다. 친박근혜계가 다수 포진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면 김 대표의 보류 결정이 뒤집힐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별도 모임에서 김 대표가 공천위의 중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 지도부가 속내뿐 아니라 겉모습으로도 반으로 쪼개졌다. 그뿐 아니다.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비박세력인 김용태 의원은 “이한구 위원장이 새누리당을 파탄 냈다. 그가 정무적·자의적으로 판단한 공천 결과를 김무성 대표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지원했다. 반대편에서 친박 쪽 고위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의 보류 조치는 대통령을 향한 정면 도전이다. 우리도 더 이상 김 대표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고 친박세력의 입장을 대변했다.

살생부 논란, 여론조사 유출 파동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의 격동은 공천 파열음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한구 위원장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가 감지됐다. 친박 윤상현 의원의 취중욕설 공개,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은 공천의 막후에 더 근본적인 기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렀다.

총선 승리와 별도로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재편성한다는 목표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은 정국 주도력은 물론 내년 대선정국과 그 이후까지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를 투명인간처럼 만들어 버리겠다면 선거 승리보다 친박 순혈당에 더 관심이 크다고 봐야 한다. 김무성 대표의 8곳 보류는 이재오·진영·주호영 의원같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현역들을 위로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김 대표는 “상향식 국민공천제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당헌·당규 수호자로서 당 대표의 역할을 얘기하고 있으나 뒷북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어떤 결정이든 30시간 안에 무너진다는 ‘30시간의 법칙’이란 별명이 붙었겠나. 비전도 가치도 찾기 어려운 집권당의 파벌싸움·권력탐욕은 정상적인 선거일정과 유권자의 선택권을 갉아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 된 입장에서 백해무익한 친박·비박의 패거리 드라마를 보는 것도 지쳤다. 양쪽 세력에 이럴 바엔 차라리 딴살림을 차리는 게 어떤지 묻고 싶다. 친박 일각에선 윤상현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배려해 해당 선거구(인천 남을)에 새누리당 공천자를 내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정당이 집권당이라고 꼭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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