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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기준금리 동결, 안도보다 걱정이 크다

중앙일보 2016.03.17 19:21 종합 34면 지면보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미국 경제에 지속적인 위험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네 차례로 예고됐던 금리 인상 횟수도 두 차례로 수정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안도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모두 상승하고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섰다. 유가도 소폭 상승했다. 한때 1800선을 위협받던 코스피 지수는 1990선에 다가섰다. 달러당 1241원까지 떨어졌던 원화 가치도 1171원까지 회복됐다.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불러일으켰던 외국인 투자자는 어제 하루 45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의 금리 동결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분명 호재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반대로 해석돼야 한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미국의 ‘나홀로 성장’도 끝나가고 있다는 경계감이 연준의 금리 동결로 재확인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에서 3.4%로, 내년은 3.8%에서 3.6%로 낮췄다.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도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산유국과 원자재 수출국들의 경제 불안, 중국의 성장 둔화, 세계 교역의 두 자릿수 감소 같은 악재들도 끝날 기미가 없다. 미국 경제의 성장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작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국내 지표만 보고 금리를 올리는 건 연준으로서도 리스크가 너무 컸다고 봐야 한다.

이번 금리 동결은 미국도 글로벌 불균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축통화국도 아닌 한국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금융시장이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기르면서 외풍에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미국 금리 인상 걱정을 잠재운 건 세계 경제 침체라는 더 큰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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