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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친구 버려두고 달아난 비정한 20대 구속

중앙일보 2016.03.17 16:46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에 친구를 태우고 가다 사고가 나자 달아난 20대가 구속됐다. 사고 충격으로 낭떠러지로 떨어진 친구는 추위에 떨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세종경찰서는 17일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다친 친구를 내버려두고 달아난 혐의(특가법상 뺑소니)로 A씨(21)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1월 31일 오전 0시30분쯤 술을 마시고 세종시 연기면 호수공원 인근 도로에서 친구 B씨(21)를 태우고 가다 사고가 나자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중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했다. A씨는 커브길에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친구와 함께 7~8m 아래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다. 당시 헬멧을 쓰고 있던 A씨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헬멧을 쓰지 않았던 B씨는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혼자서 낭떠러지에서 올라온 A씨는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걸어가 119에 신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는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도 “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탔다가 사고가 났는데 친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씨 부모는 아들이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종신고를 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발견됐다. 강추위 속에서 9시간 가량 방치된 B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친구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 주변이 어두웠고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의 진술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한 경찰은 숨진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6%(면허 정지수치)로 낮은데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운전자가 헬멧을 쓴 것을 확인했다. 헬멧을 쓴 운전자가 숨진 반면 뒷좌석에 탔던 A씨의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도 의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CCTV 판독을 의뢰, A씨가 오토바이를 운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게 두려워 거짓말을 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난 도로 주변은 가로등이 환해 A씨가 친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B씨가 몸을 웅크린 채 발견됐는데 이는 사고 이후에도 살아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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