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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스피드 137마일, 괴력의 장타날린 박찬호

중앙일보 2016.03.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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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리디아 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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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JTBC 파운더스컵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장.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43)가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찬호는 이날 전반 9홀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 후반 9홀에선 시즌 2승을 기록 중인 장하나(24·비씨카드)와 함께 프로암(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하는 대회)라운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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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소문난 장타자다. 첫 홀부터 티샷을 300야드 이상 날려보내 동반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좌측으로 휜 도그레그 홀인 3번 홀(385야드)에서는 과감하게 왼쪽으로 가로지르는 티샷으로 무려 345야드나 볼을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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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파워 히터인 박찬호는 탄탄한 하체를 기반으로 빠르게 클럽 헤드를 끌어내리면서 최고 137마일(220km)의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를 기록한 적이 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평균(113마일·181km)은 물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27마일·204km)보다도 헤드 스피드가 빠르다. LPGA투어 장타자로 손꼽히는 장하나는 “클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캐리(날아가는 거리)로만 평균 300야드 이상을 날려보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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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2012년 은퇴 이후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그는 골프 클럽을 잡으면서 컨디션을 되찾았다. 박찬호는 “화려했던 시절을 보낸 선수일수록 은퇴 이후 우울증에 걸리거나 약물·알코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 ‘골프’라는 집중할 거리가 생기면서 그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골프 안에서 야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투수는 손으로 볼을 던지고, 골퍼는 클럽을 사용해 볼을 날린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투수가 정확하게 볼을 던져야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다면 골퍼는 타깃을 향해 정확하게 볼을 날려 보내야 타수를 줄일 수 있다.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항상 일정한 릴리즈 포인트로 투구를 해야 하듯 골퍼도 일정한 루틴을 밟아야 일관된 샷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나 멘탈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야구와 비슷하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박찬호는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고 욕심을 부리면 안타를 맞을 수 있듯이 골프도 그린에 볼을 잘 올렸더라도 과욕을 내면 버디가 보기로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 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력은 3년 밖에 되지 않지만 이제까지 이글을 다섯 차례나 했다. 베스트 스코어는 76타다. 요즘도 1주일에 1~2번 라운드를 하고, 틈날 때 마다 연습장에 나가 샷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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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4개월 만에 70대 타수를 쳤지만 곧 스코어가 100타로 내려가더라. 그 뒤로 겸손함을 배웠다.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 뿐이다. 그래서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해 연습을 늘 시합처럼 한다. 그 뒤로 골프가 더 재미있어 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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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홀에서 박찬호는 캐디빕(조끼)을 착용한 뒤 골프백까지 메고 리디아 고의 캐디로 변신했다. 리디아 고는 “박찬호 선수와 동반 라운드를 하다보니 첫 몇 홀은 무척 긴장돼 제대로 샷이 안 됐다. 그러나 자상한 조언과 유머 덕분에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프로인 내가 오히려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종목은 다르지만 빅리그에서 활약을 펼친 대선배와 함께 한 시간이 무척 행복했다" 고 말했다. 박찬호는 “골프를 시작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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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피닉스=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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