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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옛 남자친구 살해 후 타낸 사망보험금 3억…죽음의 덫에 걸린 태국행

중앙일보 2016.03.17 15:06
현지 마사지사를 한국으로 데려오면 큰 돈을 주겠다고 유혹해 태국으로 보낸 뒤 청부살인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3억원 가량의 여행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옛 연인을 무참하게 살해한 신종 보험사기 살인사건이었습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말 태국에서 한국인 여행객 이모(당시 23)씨를 살해한 혐의로 유흥업소 업주 박모(35)씨와 내연녀 조모(22·여)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살해된 이씨는 범행을 계획한 조씨의 옛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중이던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을 제의했습니다. 현재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마사지숍에서 일할 마사지사를 태국 현지에서 스카웃해 온 뒤 규모를 키우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이씨는 “태국에서 마사지사를 섭외한 뒤 여자친구로 위장해 한국에 데려오면 거금을 주겠다”는 조씨의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조씨는 비행기표까지 직접 구해주는 자상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뒤에선 이씨 명의로 해외 여행자 보험을 가입했고, 이씨가 사망할 경우 약 3억원의 사망금이 자신에게 지급되도록 설정했습니다. 과거 연인관계였다는 점과 함께 한 번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이씨는 결국 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마사지사를 데려오기 위해 선택한 태국행이 조씨가 파 놓은 ‘죽음의 덫’이란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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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사기 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


이씨는 태국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두 명의 한국인 남성을 만나 태국 여성 마사지사를 만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이 계획된 대로 순조롭게 풀렸습니다. 하지만 차량에 올라탄 뒤 함께 있던 두 명의 한국인 남성은 돌변해 운동화 끈으로 이씨의 목을 졸랐습니다. 두 남성은 자신들의 살인을 현지 강도 살인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흉기로 이씨의 배를 두 차례 찌른 뒤 인근 배수로에 시신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옛 여자 친구의 말에 속아 넘어간 이씨는 그렇게 태국 방콕의 후미진 공터에서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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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이씨의 개인 소지품을 확인하고 있는 태국 경찰과 이씨의 여권 사진


경찰 조사 결과 조씨의 내연남이자 태국 마사지숍 운영자인 박씨는 애초부터 이씨를 살해한 뒤 보험금을 타내려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마사지숍 운영 등이 어려워지며 자금난을 겪자 조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것입니다. 박씨와 조씨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살해될 경우 경찰이 수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노렸습니다.

사건 발생 후 태국 경찰은 이씨 소지품에서 발견된 한국인 여권을 확인했고, 한국 경찰은 국제범죄수사대를 현지에 급파해 공조 수사에 나섰습니다. 특히 사망 보험금의 수령자가 가족이 아닌 옛 여자 친구인 조씨로 설정돼 있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에 의해 박씨 일당의 범행은 금세 들통 났습니다. 태국 경찰과 합동으로 통신수사를 펼친 한국 경찰은 범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도피한 것을 확인한 뒤 범행에 가담한 4명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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