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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단식 투쟁 vs 음치 소프라노

중앙일보 2016.03.17 10:19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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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헝거` 스틸컷]

헝거
원제 Hunger 감독 스티브 맥퀸 각본 스티브 맥퀸, 엔다 월시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리암 커닝햄, 스투어트 그레이엄 촬영 숀 바빗 편집 조 월커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북아일랜드 메이즈 교도소. 북아일랜드의 완전 독립을 위해 영국에 저항하는 공화군(IRA)들은 죄수복 착용과 씻기를 거부하며 투쟁 중이다. 마가렛 대처 정부에 정치범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대처가 꿈쩍도 하지 않자, IRA의 핵심 인물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는 마지막 방편으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극단적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

별점 ★★★★ 모든 것이 신념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며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끝내 인간으로 살기 위한 투쟁이다. 이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보여줄 것인가. 스티브 맥퀸 감독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보비 샌즈라는 상징적 인물을 다루는 방식으로 그의 일대기를 그릴 수도 있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맥퀸 감독의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는 누구도 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샌즈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관객으로 하여금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샌즈의 몸을 끝까지 응시하도록 한다. 몹시 직설적인 방식이지만, 동시에 샌즈와 그의 동료들의 몸이 정치적 투쟁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음을 완벽히 이해한 접근이다. 그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과정은 분명 고통스럽다. 그러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신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의 편 가르기를 배제한 신중한 카메라는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물론 이 영화는 상처 입고 말라비틀어지는 샌즈와 동료들의 몸을 비추는 데 가장 주력한다. 동시에 이들을 가혹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교도관들과 전투 기동 대원들의 고뇌 역시 비추며 균형 있는 시선을 유지한다. 샌즈와 그를 방문한 도미닉 모란(리암 커닝햄) 신부의 대화 장면은 일견 평온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신념이 팽팽하게 맞부딪치는 ‘말의 전쟁’에 다름 아니다. 20분 가까이 이어지는 이 롱테이크는 2000년대 영화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돼야 마땅한 명장면이다. 투쟁의 상흔은 모두에게 남는다.

샌즈를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는 단연 ‘헝거’가 발견한 보석이다. 지금까지 그의 모든 연기 경력을 통틀어도 여전히 최고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한 연기가 이 안에 있다. 2008년 이 영화로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맥퀸 감독은 이후 ‘셰임’(2011)과 ‘노예 12년’(2013)에서도 패스벤더와 함께 작업했다. 이 영화가 값진 인연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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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스틸컷]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감독 자비에 지아놀리 출연 카트린 프로, 앙드레 마르콩, 데니스 엠푼가, 미셸 파우, 실뱅 디외에드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1920년대 프랑스 파리, 막대한 부를 자랑하는 남작 부인 마가렛트(카트린 프로)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친구들 앞에서 곧잘 노래를 부른다. 사실 그는 끔찍한 음치.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별점 ★★★ 최악의 소프라노라 불렸던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1868~1944)의 삶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영화는 극 초반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마가렛트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그가 어떤 환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만, 과연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남편인 뒤몽 남작(앙드레 마르콩)은 물론, 그의 친구들은 마가렛트의 재력에 의지하느라 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뒤에서 비웃는다. 시인 키릴(오베르 페노이)은 마가렛트의 우스꽝스러운 노래를 자신의 활동을 위해 이용하기까지 한다. 눈여겨볼 것은 마가렛트의 태도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주변 사람들의 속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런데 지나가는 표정 하나, 말 한마디를 가만히 살피면, 주변 반응을 다 알면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을 열렬히 추구하는 누구보다 순수한 사람 같다. 후자의 경우라면, 누가 누구를 조롱하는 걸까.

영화는 후반 들어 그 흥미로운 질문을 스스로 지워 나간다. 마가렛트가 음악에 매달리는 것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서라고 몰아가기 때문이다. 마가렛트를 둘러싼 인간 군상을 비췄던 영화가 점점 마가렛트와 뒤몽 남작의 이야기로 축소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졸아든 이야기에도 허점이 있다. 극 초반만 하더라도 아내를 ‘괴물’처럼 여기던 뒤몽 남작이 어떤 점에서 마가렛트를 달리 느끼게 되는지 그 중요한 계기를 감정적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 결말에서 마가렛트는 주변 인물들의 욕망과 거짓말에 희생된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가 초반에 던진 질문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답을 기대했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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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스탕:랄리의 여름` 스틸컷]

무스탕:랄리의 여름
감독 데니즈 겜즈 에르구벤 출연 구네스 센소이, 도가 제이넵 도구슬루, 에릿 이스캔, 툭바 선구로글루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터키의 시골, 랄리(구네스 센소이)와 네 언니들은 할머니(니할 콜다스), 삼촌(아이베르크 펙잔)과 함께 산다. 다섯 자매가 하굣길에 바닷가에서 남자아이들과 물장난한 것이 입소문을 타자 랄리와 언니들은 집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별점 ★★★★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사울의 아들’(2월 25일 개봉)과 함께 지난해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신인 감독의 작품. 여성을 삶을 옥죄는 터키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비판을 다섯 자매, 특히 소녀 랄리의 눈을 통해 그려내는 방식이 매우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감각적이다. 자매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포착하는 세련된 연출 덕분이다. 터키의 신예 여성 감독 에르구벤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 둘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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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스틸컷]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감독 팀 블레이크 넬슨 출연 샘 워터스톤, 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레첸 몰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89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철학 교수 월터(샘 워터스톤)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 은퇴를 결심한다. 그에겐 매 순간 삶에 회의를 느끼는 학생 소피(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있다. 그밖에 난소암에 걸린 월터의 딸 가족, 삶의 염증을 느끼며 뉴저지로 이주한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별점 ★★★ 현대인의 삶에 깊게 드리운 허무에 관한 영화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고학력자들이 등장하지만 월터 교수 외에 모두가 각박하고 외로우며 신경질적이다. 이런 모습을 철학적 언어에 빗대 풀어낸 시도는 나름 흥미롭다. “서로 타인이 되지 말자”고 말하는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연은 마음을 크게 울리기도 한다. 하지만 잘게 쪼개진 이야기가 결말에서 잘 이어지지 않고, 삶의 공허함을 이겨낼 근본적 질문을 제대로 던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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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푹스:MI5` 스틸컷]

스푹스:MI5
감독 바랫 낼러리 출연 키트 해링턴, 피터 퍼스, 엘예스 가벨 장르 액션, 스릴러 상영 시간 10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MI5(영국 특수 정보국)에 사로잡힌 1급 테러리스트가 호송 중 괴한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 MI5 대테러팀 부장 해리(피터 퍼스)는 조직 내 스파이가 있다고 판단, 전직 MI5 요원이자 옛 동료의 아들 윌(키트 해링턴)을 투입해 스파이의 정체를 쫓는다.

별점 ★★☆ 영국 인기 드라마 ‘스푹스’(2002~2011, BBC One)의 극장판. 스파이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린 원작처럼, 내부의 배신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드라마 팬이 아닌 관객에겐 그저 통속적인 액션영화로 보일 뿐이다. 액션·첩보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두루 보여 주지만, 어느 한쪽도 제대로 화끈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기 때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2011~, HBO)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키트 해링턴의 매력도 밋밋한 캐릭터에 묻혀 빛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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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활` 스틸컷]

부활
감독 케빈 레이놀즈 출연 조셉 파인즈, 톰 펠튼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3월 17일

줄거리 예루살렘의 신임 받는 로마군 호민관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 끝없는 전투에 지친 그는 금의환향해 평온하게 살 날만 꿈꾼다. 총독부 명령에 따라 예수를 처형시킨 그는, 돌무덤에 봉인한 시신이 사라지자 예수 부활설을 잠재우려 시신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별점 ★★☆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 멜 깁슨 감독)의 세계적 흥행 후 꾸준히 제작된 북미 기독교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 성경 해석 이상의 새로움을 보여 주진 못하지만, 설득력 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극 초반 흡인력을 발휘한다. 평민 출신으로 출세일로를 좇아 온 클라비우스가 맹신하던 로마제국을 의심하고 진실한 삶에 눈뜨는 과정은, 불신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터월드’(1995)를 연출한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첫 종교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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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선 장성란 김나현 고석희 나원정 기자 h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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