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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승민, 어머니 찾아가 “공천 탈락하면 중대 결심”

중앙일보 2016.03.17 02:22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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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공천 결과가 보류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동대구역에 내려 주차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 의원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공천 탈락 결정이 나면 한 이틀 쉬고 나서 중대 결심을 하겠습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15일 어머니 강옥성(87) 여사와의 점심식사에서 했다는 말이다. 지난 14일 서울에서 비공개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대구로 돌아온 유 의원은 이튿날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있는 고(故) 유수호 전 의원(아버지)의 집을 찾아 어머니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집 관리인인 강희봉(69)씨가 전했다.

측근 탈락 7시간 전 심경 토로
무소속 출마 뜻 강하게 내비쳐

이날 유 의원이 ‘중대 결심’을 언급한 지 약 7시간 뒤 대구 지역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은희(북갑)·홍지만(달서갑)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자신의 손발을 잘라 내려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압박을 유 의원도 미리 감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날인 15일엔 그와 가까운 조해진·이종훈·김희국·류성걸 의원이 줄줄이 낙마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16일엔 공식 일정 없이 자취를 감췄다. 취재진을 피하기 위해 유 의원은 오전 4시에 집을 나섰다고 한다. 자택에서 1㎞ 거리의 지역사무소에도 유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공천 탈락 반발 기자회견을 연 조해진 의원이  "유 의원이 전화해 힘내라고 위로했다"고 말했지만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오후 지역사무소에서 12㎞ 떨어진 유 의원 어머니 집을 찾아 대문을 두드렸다. 집 관리인으로 40년 넘게 일해온 강씨는 처음엔 “할매(유 의원 어머니) 이제 좀 잘라고 드라눴고, (유 의원은) 오늘 오지도 않는다 카는데 뭐할라꼬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씨는 이렇게 말했다.

“할매가 늦게까지 테레비 붙들고 있느라(공천 관련 뉴스 보느라) 잠을 못 잤어. 걱정이 안 되겠나. 오늘은 (공천) 발표 안 한다카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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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6개 보는 유승민 모친 유승민 의원의 어머니 강옥성 여사 자택에 신문이 쌓여 있다. 강 여사는 신문 6개를 구독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유 의원 어머니는 구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집에서 신문 6개를 구독해 볼 정도라고 강씨는 전했다. 그런 뒤 강씨는 유 의원이 어머니에게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강씨에게 ‘중대 결심’의 의미를 묻자 “ 본인밖에 모르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유 의원은 거기(정치권)에 있는 소소한 사람들하고 달라요. 어떻게든 이겨낼 거야. 지켜봐요 한번”이라고 말했다. 대구 현지의 유 의원 지인들이나 보좌진은 ‘중대 결심’이 무소속 출마를 의미하는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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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 지역구민들은 그의 거취를 걱정했다. 용계동에서 만난 현순옥(68)씨는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인데 대통령하고 사이가 안 좋다카더니…”라며 말을 흐렸다. 응원하는 이웃도 있었다. 남기택(80)씨는 “거 공천 안 해 주면 무소속으로라도 나오라케라. 그래도 된다 안 카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도 이른바 ‘3·15 공천 학살’의 영향에 관심을 기울였다. 시당 관계자는 “다음 국회에서도 대구 지역구 의원이 대부분 초선으로 꾸려지면 부산·경남(PK)에 비해 홀대받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다만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지 못한 사람을 탈락시켰다는 지지 여론도 만만치 않아 긍정 대 부정이 반반 ”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만난 김기락(68)씨는 “대구를 위해 중진 의원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탈락한 의원들은 열심히 일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과 대통령 관계가 지금이라도 회복돼 국정 지원도 잘하고 지역의 거물 정치인도 나오면 좋겠지만 이미 때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대구=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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