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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0 클린턴, 루비오 떼낸 트럼프…경선 독주체제 굳혔다

중앙일보 2016.03.17 02:12 종합 8면 지면보기

트럼프와 클린턴, 두 사람의 빅 나이트(Big Night·중요한 밤)였다.”(뉴욕타임스)


15일(현지시간) 미국 5개 주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경선은 도널드 트럼프(공화)와 힐러리 클린턴(민주)의 압승으로 끝났다.

샌더스 추격 뿌리친 클린턴
확보한 대의원 1561명으로
매직넘버 2383명에 70% 육박


CNN은 “사실상 11월의 미 대선이 트럼프와 클린턴의 양자 구도로 굳어지는 결과가 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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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 폭력 충돌과 공화당 주류 세력의 대대적인 ‘반트럼프’ 공세로 위기에 놓인 듯했던 트럼프는 5개 주 중 4곳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세론이 굳건함을 보여줬다. 몰리기는커녕 오히려 공화당 지도부의 ‘희망’이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 카운터 KO 펀치를 날리며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시켰다. 젭 부시에 이어 그의 제자 격인 루비오마저 트럼프의 ‘분노의 정치’에 침몰하고 만 것이다.

클린턴도 이날 2곳 혹은 3곳에서 패배할지 모른다는 미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5개 주를 싹쓸이했다. 샌더스가 넉넉한 자금을 무기로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완주할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미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미 언론의 지배적 분석이다. 사실상 엄청난 이변이 없는 한 이날 경선으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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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이 치러진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AP=뉴시스]


◆트럼프, 대의원 과반 확보 여부가 관건=공화당 경선 레이스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힌 이날 ‘미니 수퍼화요일’의 하이라이트는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였다. 지난달 1일 아이오와주 경선 이후 처음으로 두 곳에서 승자독식제가 채택됐기 때문이다. 99명의 대의원이 걸린 플로리다 경선에서 트럼프는 이곳이 홈그라운드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46% 대 27%로 압승했다.

최근 1주일 사이 ‘반트럼프’ 진영의 세 후보가 트럼프(2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405만 달러를 트럼프 비난 TV 광고에 쏟아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편 66명이 걸린 오하이오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47% 대 36%로 트럼프를 따돌리며 기사회생했다. 득표에 비례해 대의원이 할당되는 노스캐롤라이나(72명), 일리노이(69명), 미주리(52명)도 트럼프의 승리였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로 대의원 확보에서 2위인 테드 크루즈와의 격차를 기존 91명에서 232명으로 벌렸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기까지는 아직 변수가 있다.

실제 트럼프가 깔끔하게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는 방법은 전당대회 전까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체 대의원이 2472명이니 1237명을 확보하면 된다. 사실 트럼프가 승자독식제였던 오하이오에서 이겼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홈그라운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루비오, 케이식 양 후보가 동반 사퇴한 뒤 ‘트럼프 대 크루즈’의 양자 구도가 됐었다면 6월 경선 때까지 평균 49%의 득표만 하면 과반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하이오를 케이식에게 내줌으로써 상황은 다소 복잡해졌다. 당분간 케이식이 사퇴를 않고 3파전 양상이 됨에 따라 표가 분산될 공산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플로리다·오하이오 외 승리 지역도 2위 크루즈와의 득표 차가 미주리(0.3%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3.7%포인트), 일리노이(8.5%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미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트럼프가 과반을 얻으려면 일단 오는 6월 7일의 ‘마지막 수퍼화요일’까지의 15개 주 경선에서 평균 54% 정도의 득표를 해야 한다. 그리고 6월 7일의 5개 주 중 승자독식제를 택하는 4곳(캘리포니아 172명·뉴저지 51명·사우스다코타 29명·몬태나 27명)에서 캘리포니아를 차지하거나 혹은 뉴저지·사우스다코타·몬태나를 모두 얻으면 된다. 트럼프로선 쉽지 않은 게임이다.

과반이 안 될 경우 당 지도부가 ‘적절한 후보’를 지명하는 ‘중재 전당대회’를 실제 열지 여부도 주목된다. CNN은 “당 지도부가 손을 써 (1위 후보인) 트럼프를 배제하고 경쟁자나 제3후보를 당 대선후보로 선택하면 공화당의 대선 승리는 물 건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이벤트’를 개최할 무대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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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수퍼화요일’ 경선이 치러진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연설하는 힐러리 클린턴. [AP=뉴시스]


◆클린턴, 후보는 굳혔지만 본선 경쟁력 비상=‘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북부의 공업지대)’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을 꺾는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플로리다에선 투표자의 85% 이상을 차지한 50대 이상 유권자가 몰표를 던졌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선 투표자의 50% 이상인 흑인들이 변함없는 ‘클린턴 사랑’을 보여줬다. 클린턴은 이번 경선을 거치며 대의원 1561명(수퍼대의원 포함)을 확보해 매직넘버인 2383명의 66%를 차지했다. 이는 샌더스(800명)의 두 배 가량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의 득표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네 번의 대선 본선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던 미시간·미네소타 등 중북부 지방에서 클린턴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유권자의 경제에 대한 불만을 클린턴의 취약점으로 연결시키면 클린턴으로선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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