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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량진시장, 미더덕 상자도 못 쌓아”

중앙일보 2016.03.17 01:42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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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신축 건물로 이전한 한 점포 주인이 16일 오전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새 노량진 수산시장(서울 동작구)이 16일 문을 열었다. 기존 수산시장 바로 옆에 새 건물을 지어 개장했다. 하지만 기존의 수산시장 건물에서 장사하던 681개 점포 중 60여 개만 신축 건물로 옮겨 장사를 시작했다. 나머지 600여 개 점포는 이전을 거부하고 원래의 자리를 지켰다.

신축시장 개장 첫날 … 상인 불만 여전
681개 점포 중 입주한 곳 60개 뿐
수협측은 “옛 건물 안비우면 소송”


새 시장 개장과 동시에 진행된 첫 경매에서는 수산물 83t이 거래됐다. 전날 거래량(217t)의 절반이 안 되는 규모다. 시장을 운영하는 수협이 ‘새 건물로 옮기지 않은 점포는 경매에서 거래된 물건을 받을 수 없다’는 규칙을 세운 데 따른 결과다. 김덕호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 과장은 “산지에서 이전을 거부한 상인들에게는 납품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물건을 조금만 보냈다”고 설명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새 시장 완공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이전을 거부해 왔다. 약 5㎡(1.5평)인 개별 점포 자리가 너무 좁다는 것이 이전을 거부하는 주요 이유다. 상인 권모(68)씨는 “미더덕의 경우 가로·세로 30㎝ 박스에 포장해서 파는데 새 건물엔 이 박스들을 쌓아놓을 자리조차 없다”고 말했다.

수협 측은 점포당 면적이 기존 건물과 똑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과장은 “원래 건물의 점포당 면적도 그 정도인데 상인들이 점포 앞 통로를 무단으로 사용해 왔다. 새 시장에서는 통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니 반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 건물의 임대료가 기존 건물보다 20만~30만원 비싸다는 상인들의 불만에 수협은 건축 비용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협은 이날 기존 건물에 있는 점포로 가는 얼음 공급을 끊었다. 또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무단 점유로 간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오전 9시30분에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수산시장으로 사용하고 새 건물은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1971년에 조성됐다. 수협은 건물이 낡았다는 이유로 2012년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새 건물 공사를 시작했다.

글=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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