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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공감가는 판타지, 나도 대본 보며 설렜지 말입니다”

중앙일보 2016.03.17 00:58 종합 24면 지면보기

저도 요즘 읽은 책이 ‘태양의 후예’밖에 없네요. 그래서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가 최고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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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대위 유시진을 연기하는 송중기. 그는 “사전제작된 드라마라서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NEW]


배우 송중기(31)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과 문장을 묻는 질문에 동문서답인듯 정답을 내놓았다. 책으로 치면 ‘태양의 후예’(KBS2)는 요즘 최고의 베스트셀러다. 그 인기의 중심인 특전사 대위 유시진, 아니 송중기를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났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
“내 인생 최고의 대본이라고 생각
다나까 말투 재밌다니 기분 좋아”


배우가 제 입으로 자기가, 또 자기 캐릭터가 왜 사랑받는 지 떠들기란 겸연쩍은 일. 송중기도 그랬다. 그는 일단 시청자 입장에서 “군인이라는 직업, 의사와 군인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 자체를 신선하게 보시는 것 같다. 드라마에 의사는 많이 소개됐는데 군인은 아무래도 신선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군인과 로맨스의 결합은 ‘태양의 후예’가 기존 멜러 드라마와 큰 차별을 꾀한 부분이다. 극 중 유시진은 남자다운 남자, 강인한 군인이지만 이를 송중기가 연기하는 한, 마초적인 위협감이나 거부감은 주지 않는다. 다른 한 편으로 송중기는 어엿한 군필자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합류한게 이 드라마다. 한국 남자 최대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는데, 극 중이나마 다시 곧장 군인이 되고 싶었을까. “가장 많이 예상한 질문이다. 저는 개의치 않았다. 이런 부분은 있다. 제가 군대를 전역하고 몸 건강히 돌아왔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군 문제가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예민한 부분이라 더 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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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과 구원커플(김지원·진구).


이 드라마에서 유시진을 설레게 하는 상대는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만이 아니다. 특전사 동료인 상사 서대영(진구 분)과 장난기·동료애가 고루 섞인 우정, 이른바 브로맨스도 로맨스 못지않게 진하다. “진구 형과의 브로맨스는 굉장히 욕심났다. 대본을 보면 남자들끼리 와닿는 게 있다. 헌데 진구 형에게는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멜러 드라마라서 중심은 혜교 누나와의 로맨스다.”

송중기는 이 드라마가 김은숙 작가만의 것이 아니란 점을 유독 강조했다. “두 작가가 협업하면서 새로운 매력이 생긴 것 같다. 처음에 김원석 작가가 피스메이커(평화유지군)를 소재로 쓴 대본에 김은숙 작가의 멜러가 버무려져서, 감히 말씀드리지만 제 생애 최고의 대본이었다.” 그는 “대본을 볼 때마다 항상 설레고 좋았는데 대본을 뛰어 넘어 화면에 제대로 표현했는 지 반성을 많이 한다”며 로맨스 연기에 대한 고민을 얼핏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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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는 초반부터 널리 회자되는 명대사를 쏟아내고 있는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의 ‘상속자들’, ‘시크릿 가든’, ‘파리의 연인’등 이전 작품과 비교해도 그렇다. 듣는 사람에 따라 심장이 멎는 듯한, 반대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대사다. 송중기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인데, 대사들이 현실에서 쓸 수는 없겠지만 굉장히 공감된다고들 하더라”며 이 드라마를 “판타지이지만 공감가는 판타지”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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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하지 말입니다’하는 유시진의 말투는 일찌감치 유행어가 됐다. “남자 분들 중에 군대에서 그런 말투 안썼다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 정답은 ‘부대마다 다르다’. 저는 군대에서 굉장히 많이 썼고, 대본상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가까운 친구들의 반응을 대해서는 “제일 기분 좋은 건, 일단 재미있다고들 한다”며 “남자 친구들은 (송중기는) 예비군 1년차인데 유시진이 예비군 가서 훈련 잘 못하면 어쩌냐는 걱정도 많이 해준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어느새 ‘다나까’ 말투까지 그 매력을 역설했다. 유시진의 명대사로 강모연에게 하는 ‘강선생은 좀 내버려 둡니다’하는 대사를 꼽았다. “‘너 빠져, 이거 내버려 둬’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다나까’가 붙으니까 뭔가 느낌이 아름다웠다. 촬영할 때는 못 느꼈는데 방송을 보니까 좋더라.” 명장면으로는 유시진이 강모연에게 “그럼 살려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꼽았다. “남자 입장에서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공감이 갔다. 그 장면을 찍고 나서 진구 형이 제 대사를 계속 따라한 덕분에 ‘그럼 살려요’가 촬영현장의 유행어가 됐다.”

암만 외워도 현실에서는 좀체로 꺼내기 힘든 대사, 강모연을 향한 연심을 덜컥 덜컥 드러내는 대사는 유시진의 큰 매력으로 꼽힌다. 정작 송중기가 공을 들인 건 따로 있다. “감독님과도 가장 많이 얘기한 부분인데, 유시진을 연기할 때 중요시 여겼던 부분이 대사보다도 대사가 없을 때다. 강모연이 대사할 때 (유시진이) 쳐다보는 표정이나 감정을 오히려 중요시했다. 감독님도 동의해줬다. 촬영할 때도 (디렉션이) ‘모연이를 뚫어지게 쳐다봐라, 대신 느끼하지 않게’였다.”

꽃미남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로 상남자 송중기가 됐다는 평도 듣는다. 하지만 그는 “캐릭터 변신에 대한 갈증 없었다. 갈증이라면 작품을 빨리 하고 싶은 갈증이 군대에 있을 때 있었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는 군국주의, 애국주의 냄새 나는 드라마라는 비판도 듣는다. “그런 다양한 의견을 환영한다. 그래서 대중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한다면 그것도 매력 없다. 비판도 있어야 하지만, 드라마 주인공으로서 방송을 끝까지 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러면 그 안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제가 자신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의사와 군인의 철학, 인류애 같은 부분이다.”

 송중기와 유시진의 닮은 정도를 송혜교는 80%로 평가했다. 다른 점은 이렇게 말했다. "6개월 동안 촬영하며 지켜본 중기는 유시진보다 더 속이 깊다. 말은 유시진보다 좀 못한다. 촬영 중간에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장난을 치는데 결국 내가 이긴다.” 유시진의 대사는 강모연과 팽팽한 탁구를 치듯 주고 받을 때 묘미가 제대로 산다. 이를 두고 진구는 “대사가 액션”이라고 했다. 간담회에는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 그 못지 않게 화제인 구원커플(진구·김지원)이 자리했다.

이후남·윤재영 기자 hoona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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